'이 주의 리스트'는 2014년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코너입니다. 그동안 '프레시안 books'에 소개됐던 수많은 서평 기사 중, 지난 한 주간을 뜨겁게 달군 이슈와 관련이 있는 기사들을 리스트로 엮어 소개합니다. <편집자>
☞지난 리스트 보기 : 개인정보 유출 관련, '웃는 얼굴의 빅 브라더'에 관한 책
2007년, 기흥의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을 얻은 황유미 씨가 스물셋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황 씨와 같은 곳에서 반도체 생산직에 종사하다가 백혈병이나 희귀병 판정을 받고 결국에 사망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회사는 '개인적인 질병'이라며 산재 인정을 거부했습니다. 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는 딸의 죽음이 산재였음을 밝히기 위해, 또 다른 비극이 없도록 하기 위해, 삼성을 상대로 한 길고 힘든 싸움에 나섰습니다.
모두 '네가 질 거야'라며 말렸던 그 골리앗과의 싸움은 실로 많은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황유미 씨의 죽음은 법원에서 산재 인정에 대한 승소 판결을 받았고, 삼성과 반도체 산업, 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의 숨은 문제들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노동자들에 대한 역학조사, 건강 실태 조사도 이루어지게 되었지요. 그리고 황상기 씨는 여전히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 수많은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을 위해 계속 싸워나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봉을 코앞에 두고,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이 영화의 상영관을 의도적으로 적게 배정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배급사에 따르면 3일 영진위 집계 기준 예매율이 3위인데다 언론·포털 사이트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비슷한 규모나 예매율의 다른 상업영화가 개봉 주에 갖는 상영관(4~500개)에 턱없이 못 미치는 관만을 배정받았다는 것이지요. 극장 측은 "외압은 없었다" 해명하고 상영관을 소폭 확대 조치했지만, 여전히 개봉관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과연 눈에 보이는 외압이 있었을까요? 이에 대한 증거는 없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도 외압 같은 건 없다고 감독은 말했지만, '외압'이란 단어가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고는 할 수 있겠지요. 그동안 반도체 공장 산재를 다룬 책이나 삼성을 비판한 책을 보도하는 것도, 광고를 내는 것도 주저했던 언론을 생각하면 말입니다.
이 영화의 소재가 회자되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그들이 가진 힘을 의식하여 알아서 눈에 밟힐 짓을 하지 않으려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 두려움이 침묵과 외면을 낳고, 그것이 외려 삼성의 힘을 부풀립니다. 아직까지 우리는 삼성에서 있었던 일들, 삼성과 관련된 일들을 말하려면 특별한 용기를 내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합니다.
다음은 그 '특별한 용기'의 결과로 나온 책들과 그에 대한 서평들입니다. 삼성에 대한 비판서도 <또 하나의 약속> 같은 시도도, 더 이상 유별난 용기의 결과가 되지 않는 날이 오기를 바라야겠지요?
☞기사 바로 보기 : 언론 접근 금지! 도대체 무슨 만화이기에…
(2) <삼성이 버린 또 하나의 가족>
☞기사 바로 보기 : 쌍꺼풀 수술 꿈꾼 그녀를 죽인 진짜 범인은?
(3) <삼성을 살다>
☞기사 바로 보기 : "여직원이 술자리 분위기 띄워야!" '블루스' 제안에 그녀는…
(4) <굿바이 삼성>
☞기사 바로 보기 : 우리 시대 가장 슬픈 외침 "삼성 불매!"
(5) [2010년 올해의 책] <삼성을 생각한다>
☞기사 바로 보기 : 삼성에 어퍼컷! 월스트리트에 하이킥! 책의 최후통첩!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