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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약속> 상영 축소, 외압 혹은 자기 검열"

[현장] 롯데시네마 "7개 개봉관은 자체 결정"…계속 되는 논란

"<또 하나의 약속>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고 이건희 이재용 부자가 만든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으로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탄압했습니다. 노동조합도 못 하게 했습니다. 노동 3권을 보장 안 하고 있습니다.

만약 삼성에 노동조합이 있었다면, 우리 유미와 많은 노동자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암에 걸려 죽는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일이 없었으면 오늘 이런 영화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대형 영화관들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개봉관 수를 늘려야 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2007년 3월 6일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고 황유미(사망 당시 23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가 말했다. 눈물로 딸을 떠나보낸 지 곧 있으면 7년이다.

긴 세월, 그는 딸의 죽음을 사회에 알리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기 위해 서울과 속초를 셀 수 없이 오갔다. 그리고 일곱 번째 기일을 한 달 앞둔 6일, 이번엔 황 씨의 부녀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감독 김태윤, 제작 또 하나의 가족 제작위원회‧에이트볼 픽처스) 상영관 축소 논란이 그를 기자회견장에 불러 세웠다.

▲ 6일 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반올림 등은 서울 영등포 롯데시네마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상영관을 늘리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롯데시네마, 예매·대관·단체 관람 연달아 취소"

아버지 황 씨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 등은 이날 기자회견 장소로 서울 영등포 롯데시네마 앞을 택했다. 대형 체인 영화관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모두 적은 상영관으로 논란을 빚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롯데시네마가 유독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싶은 사람들의 발길을 막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이들은 포항 지역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이 대관 확정일 이틀을 앞둔 지난 5일, 포항 롯데시네마로부터 돌연 대관 불가 연락을 받았었다고 전했다. 하루 앞선 4일에 이미 대관을 위한 결재를 완료하고, 260장의 영화표까지 받아놓은 상황이었다. '다른 영화를 무료로 보여주겠다'며 갑자기 대관 불가 태도로 돌아섰던 포항점은 그러나 5일 저녁 대관 취소 통보를 거둬들였다.

서울대로스쿨 인권법학회 산하 '산소통(산업재해노동자와 소통하는 모임)' 학생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롯데시네마 서울대입구역 지점에서 단체 관람을 하는 것으로 3일 확정했었으나, 4일 오전 사과 인사와 함께 상영 취소 연락을 받았다. 단체 관람이 안 되면 대관은 가능하느냐고 물었지만 이 역시 불가하다고 들었다.

배우 조달환 씨의 팬클럽 300명도 롯데시네마 건대점에 대관 신청을 하고 두 시간 후에 취소 결정을 통보 받았다.개그맨 그룹 컬투 또한 합정점에 신청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제작두레 회원 아무개 씨는 4일, 30명 단체 관람을 건대점과 확정하고 두 시간 반 만에 취소 전화를 받았다. 이들은 이러한 대관 불가 통보를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외압' 논란이 불거진 배경이다.
"보려는 사람 많은데도 상영관 수는 적어…'외압' 또는 '자기 검열"

▲ 기자회견 참가자가 <또 하나의 약속> 홍보 종이를 들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동시기 개봉작 중 예매율 1위, 전체 예매율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예고편 동영상은 100만 조회 수를 넘겼다. 관객 수 1300만 명 도달이 예상되는 영화 <변호인>의 예고편 조회 수(114만)를 맞먹는다. 이처럼 <또 하나의 약속>을 보기 위해 돈을 쓰겠다는 사람은 많다. 전국 100여 개 수준인 상영관 수가 늘어나지 않는 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6일 오전에는 롯데시네마가 개봉관 수를 7개에서 19개로 늘리긴 했다. 그러나 이는 대체로 롯데시네마 측의 결정이 아니라 위탁관들의 자체 결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관이란 대형 체인 영화관들이 개봉관 확보를 위해 상영 장소 대여 계약을 맺은 극장을 일컫는다.

문화운동단체인 문화연대 이원재 사무처장은 이날 "대형 영화관들이 높은 수요에도 적은 개봉관 수를 고수하는 것은 외압 또는 자기 검열, 둘 중 하나"라며 "시장의 논리를 따른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견 참가자들은 "대형 체인 영화관들은 상영관을 정상적으로 확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아버지 황상기 씨와 반올림,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들의 노동조합인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은 이날 오전 9시 30분, 서울 구로 CGV에서 <또 하나의 약속>을 단체 관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영등포와 양천 지역에서 일하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 기사 30여 명도 함께했다.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내걸고 전국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앙대책위원회는 5일 전국 조합원에게 이 영화를 예매하고 관람하라는 쟁의지침을 내렸다.

한편, 롯데시네마 측은 "개봉관 수 7개는 다른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정상적인 언론 배급 시사회를 거친 후 내린 자체 결정"이라며 "외압은 사실 무근"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상영표가 확정되기 전에 신청된 대관은 상영표가 나온 후 취소될 수 있다"며 "지금은 개봉관 수가 적지만, 흥행 정도에 따라 상영관 수는 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 황상기 씨가 6일 오전 서울 구로 CGV에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관람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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