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집단으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있다. 짧게는 5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일하며 '평생직장'이라고 믿었던 곳에서, 이들은 문자메시지로 간단하게 잘렸다. 국립 서울대병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서울대병원이 지난 1일부터 용역업체를 바꾸면서 기존 하청 노동자 인력 128명 중에 114명만 ‘살아남은 자’가 됐다. 병원 안전에 꼭 필요한 전기·소방·가스·냉동·특고압·통신 등을 담당하는 하청 노동자들 10여 명이 '불합격 통보' 형식으로 설날 당일에 해고됐다. 일부는 사직을 표했다.
해고자 가운데는 10년 차 서울대병원에서 일한 김철민 서울대병원 시설관리분회(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역지부 성원개발분회)장도 있다. 그는 "생계가 한순간에 날아갈 판이라 설에 고향에 가지도 못하고 대기했다"고 했다. "아버지께도 아직 (해고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던 그가 보여준 문자메시지에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선명하다.
김 분회장은 지금도 서울대병원에서 소방 인원이 낮에만 배치되고 밤에는 없어서 다른 기계 직종이 ‘야간 소방 업무 땜빵’을 한다고 했다. 불이 낮에만 나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서울대병원 측은 '같은 업무를 더 적은 인력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새 용역업체를 뽑았다고 밝혔다. 노동조합의 인력 충원 요구는 도리어 '인력 감축'으로 돌아왔다. (관련기사 : 서울대병원 하청노동자, 설 연휴 집단 문자 해고)
* '이주의 취재 현장'은 <프레시안> 기자들이 발로 뛴 현장 취재 기사 중에서 선별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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