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정부 감세안에 대해 사실상 합의점을 도출함에 따라 예산안의 한 축인 세입 문제는 일단락 됐지만 세출 부분이 숙제로 남았다.
김형오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가 예산안 처리 시점으로 합의한 날짜인 12일까지는 불과 나흘이 남은 8일 민주당은 사회간접자본(SOC) 등의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 "7조3000억 깍고 6조3000억 늘리자"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가장 좋아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이미 정책방향을 SOC를 투여해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민주당이 이의를 달 여지가 없어졌다"며 "상임위, 계수조정소위원회에서 SOC 예산을 가지고 밀고 당기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처럼 일류 선진국가로 주장하는 나라도 경기 불황시에는 SOC에 집중 투입해서 일자리 창출하는데 앞장서는데 한국도 이번 예산에 SOC 예산을 집중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은 당정 협의를 통해 지방 SOC 예산을 25조7000억 원 책정한 상태지만 민주당은 SOC 예산에서 불필요한 사업 등을 추려 3조 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해 협상 과정에서 충돌이 불가피하다. 한나라당은 SOC 예산과 관련해 기본적으로 '삭감 불가'를 천명하고 있다.
민주당은 SOC 사업 3조 원 삭감을 비롯해 총 7조3000억 원을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집행 부진 사업 중 증액된 예산 △사업계획 미비 사업 △법적 근거 부재 사업 △업무추진비 등 특수 활동비 삭감을 내세우고 있다.
한나라당은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 2조3000억 원, 정부의 긴급요청 예산 2조 원을 감안해 SOC 예산을 제외한 부분에서 4조3000억 원을 불가피하게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경상 경비 부분을 10% 이내에서 삭감하는 등 SOC 예산을 사수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또한 민주당은 '대운하 사전 포석'이라는 의구심을 사고 있는 '4대 하천 정비 사업' 예산 대폭 삭감을 주장하지만 정부와 한나라당 소속 영남 출신 의원들이 이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2008년도 예산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나 약 8000억 원이 배정된 국가하천정비사업 부분 등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예산 증액 부분도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한나라당은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을 통한 중소기업 자금지원, 서민 보호 자금 지원 등 약 8000억 원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SOC 예산 등을 삭감하는 대신 △서민 일자리 창출 1조 원 △중소기업 소상공인 지원 1조 원 △사회취약계층 지원 2조 원 △대학생 등록금 지원 1조 원 등 총 6조3000억 원의 대폭 증액을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일자리 예산과 관련해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전날 "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 일자리 창출 예산(1조 원)을 꼭 성공시키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홍준표 원내대표는 SOC 투자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예산에 SOC예산 집중투입해서 경기를 부양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음에도 민주당은 SOC예산을 축소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정몽준 "4월에나 FTA이야기 해보는게 좋겠다"
예산안을 넘어서도 숙제는 남는다. 한나라당은 오는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곧바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FTA 보완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59차례에 걸친 회의를 통해 보완책을 냈고, 지난 4월에는 이명박 정부에서 보완책을 냈다. 가장 걸림돌이었던 쇠고기 협상 문제도 끝났다"며 "이 문제를 국회에서 비준하지 말자고 하면서 상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몽준 최고위원은 한미 FTA 처리와 관련해 "내년 4월에 G20 정상회담이 있으니 그 때 미국 측에 FTA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윤선 대변인은 정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에서 방미 결과를 보고하며 이같은 말을 했다고 전했다.
한나라당 한미비전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정 최고위원은 앞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미국은 자신의 일을 뒤로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여지가 많지 않다. 우리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우리 입장을 강요하기보다는 공동의 이익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홍 원내대표와 정반대의 상황인식을 드러냈다.
개혁-진보진영의 공조를 강화하고 있는 민주당 역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우선적 처리를 쉽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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