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4년 연임제' 전제 하에 '대통령 선거와 총선의 동시 선거' 문제는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관계 안 어긋나게 발의하고 싶다"
노 대통령은 30일 지역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기 위해 선거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이번 선거부터 (대선과 총선) 두 선거를 아주 인접하게 붙여서 적용할 수도 있고 "부칙에 경과규정을 만들기에 따라서는 4년 뒤에 적용하게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는 동시선거를 위한 4년 연임제 개헌이 통과되더라도 불가피하게 대통령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 사이에 몇 달의 차이가 존재하게 되는 것을 지적한 것으로 현직 국회의원의 임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두 선거의 시점을 일치시키는 계기를 4년 뒤로 잡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이런 것은 기술상의 문제이지, 원칙의 문제는 아니다"며 "민주노동당 같은 경우는 동시 선거를 싫어하는 것 같고, 그래서 가급적이면 모두의 이해관계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발의를 하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은 무슨 계산인지 말씀들을 안 하시니까 전혀 알 수가 없다"며 "모두에게 손해라는 생각이 가장 적은 방법으로 발의를 하고 싶은데, 대화가 안 돼서 그 점에 애로를 좀 겪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소 복잡한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4년 연임제 개헌을 이번에 하면 동시선거 시기는 재조정이 가능한 문제라고 이해하면 된다"고 부연했다.
"개헌은 대의명분…노무현식 정치는 명분"
이날도 노 대통령은 개헌의 명분을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 입법이나 한미FTA 문제는 절대선이나 절대악이 아닌, 그 시기에 FTA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많거나 국회의원들이 많으면 그 숫자로 가는 숫자의 문제"라면서도 "개헌은 대의명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90년 김영삼 대통령의 3당 합당 문제, 그런 것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가 승복할 수 없는 부당한 행동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명분, 대의명분이 제일 중요하다. '뭐가 옳으냐'는 것이 전형적인 노무현식 정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대통령은 "지금 대통령도 된 마당에 또 무슨 이해관계를 따질 것이 있겠냐"며 "옳으냐 그르냐만 가지고 전형적으로 성공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옳으냐 그르냐만 가지고 계속 밀고 나갈 생각"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노 대통령은 "앞으로 진정성은 따지지 말자는 제의를 드리고 싶다"며 다소 상반된 이야기를 꺼냈다. 노 대통령은 "결론에 있어서, 객관적으로 옳으냐 그르냐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진정으로 하면 어떻고 안 진정으로 하면 어떻냐"며 "정치인이 진정으로 안 하는 말이 어디 있고 진정으로 하는 말이 어디 있냐"고 반문했다.
노 대통령은 "정치인의 모든 행위는 정치적 계산을 하게 되어 있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이제 정치인의 행위는 선의가 아니냐, 진정이냐 아니냐 다 덮어 버리고 그 말대로 하면 나라에 좋으냐 아니냐를 따지자"고 덧붙였다.
"토목공사는 다음 정부에 꽤 풍성하게 벌려놓았다"
이날 모임은 지역언론사 간부들과 오찬자리였기 때문에 지역 현안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오갔다.
'관습헌법 조항으로 신행정수도가 위헌판결이 났는데 그 부분을 개정할 의지가 없냐'는 질문에 대해 노 대통령은 "제가 발의하려고 하는 헌법 논의에서는 부적절한 것 같다"며 "저는 이 문제에 대해 아무 의견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지역균형 열심히 해서 지방경제가 좀 살도록 제가 마지막 날까지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균형발전 명목으로 풀린 돈이 부동산 앙등에 한몫 했다'는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 오고 난 뒤에 토지보상금은 약 61조 원 정도 풀렸는데 그 중에 균형발전과 관련해서 풀린 돈은 행정도시 3조뿐"이라며 "그 돈의 행방을 지금 쪽 축적을 해 보았다는데 거의 부동산 투기와 관계없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부동산 대책 때문에 건설경기 다 죽였다고 말하지만, 현 정부가 결정한 토목공사 규모가 2030년까지 116.4조 원이고 이중 올해부터 2010년까지 4년간 53.7조 원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가 추진한 토목건설사업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 따져 보니까 균형발전 정책으로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가 착공되고 용산기지 이전으로 평택공원과 용산공원이 착공됐으며 호남고속도로도 있다"며 "현재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지만 참여정부가 결정해놓은 것만 해도 건설경기가 경제성장에 호재가 될 것이고 결국 토목공사는 다음 정부에 가서 꽤 풍성하게 벌려 놓았다"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건설경기 살리려고 부동산 부양책 썼다가 우리 서민들 주택가격 폭등으로 손해 본 게 이루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건설 경기 때문에 주택가격이나 부동산 투기를 내놓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는 전제를 깔고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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