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철탑 농성 68일째인 26일 '쌍용차 희망버스'가 평택으로 향했다. 참가자들은 국정조사 실시, 해고자 전원 복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평택역에서 결의대회를 하고 철탑까지 행진해 문화제를 열었다.
지난해 11월 20일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회장과 함께 쌍용차 사태 해결을 촉구하며 15만 볼트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에 올랐다. 이번 희망버스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쌍용차범국민대책위원회가 마련했다.
서울 대한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2시간 만인 오후 3시 평택역에 닿았다. 추운 날씨에도 500여 명이 모였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을 비롯해 민주통합당 한명숙·인재근·김현미·은수미 의원,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통합진보당 김제남 의원,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 등이 모습을 보였고, 각지에서 모인 일반 시민과 민주노총 조합원, 학생,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국정조사를 촉구했다. 심상정 의원은 "국정조사는 MB 정부와 새누리당에 의해 꿈을 거세당한 이 땅의 고통들을 바로잡기 위한 출발"이라고 말했다. 은수미 의원도 "쌍용차의 회계 조작과 부당 해고 등 어느 하나 밝혀지지 않았다"며 "국정조사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균 지부장은 전화 통화를 통해 "동료들의 죽음은 가혹한 시간이었다. 죽지 않고 싸우고 싶었다. 진실과 정의가 승리할 수 있음을 확인시키고 싶었다"며 송전탑에 오른 심경을 밝힌 뒤, "국정조사는 시작일 뿐"이라며 강경한 투쟁 의지를 보였다.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오후 4시를 넘겨 시민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며 평택 시내를 행진했다. 철탑으로 향하기 전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재영 새누리당 의원 사무실을 찾아 국정조사 반대를 규탄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전 쌍용차 국정조사를 약속했지만 대선 이후 회사 측이 기업노조와 3월 1일부터 무급 휴직자를 복귀시키기로 결정한 것을 이유로 돌연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지난 10일 이한구 원내대표는 범대위를 찾아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정조사 요구를 거둬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영하의 날씨에 2시간을 행진해 철탑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가족대책위가 마련한 저녁을 먹고 6시 30분부터 '한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제목으로 송전탑 희망 콘서트를 열었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사회를 맡았고 가수 손병휘, 소름, 바닥소리, 백자, 레드로 등이 무대에 올랐다. 시인 정회성 씨가 '그리움이 또 다른 그리움에게'라는 시를 낭독했고 쌍용차 노조는 합창으로 답했다.
희망버스는 한진중공업 사태 당시 김진숙 씨의 크레인 고공 농성과 맞물려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새로운 연대의 형태가 4년 동안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쌍용차 사태에 어떤 흐름을 만들지 주목되는 이유다. 이날 울산 현대차 철탑 농성 100일(24일)을 맞아 서울에서 출발한 희망버스는 쌍용차 철탑에 들러 미리 준비한 희망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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