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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포기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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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포기하기엔 너무 아름다운...

[기고] '4대강 쓰나미'에서 우리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강

낙동강의 상류인 내성천은 경북 영주시 평은면을 흐르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모래강입니다. 4대강 사업의 핵심 사업인 영주댐이 지어지면 이 강은 물론 평은면 일대는 수몰되고 맙니다. 이름 난 금모래는 공사비 충당을 위해 팔려나가고, 반대하던 주민들도 하나 둘 떠나고 있습니다.

댐 공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내성천을 기록해 온 사진가 박용훈씨가 강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아름답던 모래강을 '추억'하자는 뜻일까요? 아닙니다. 그는 지금이라도 댐 공사를 멈추고 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합니다. 포기하기엔 아직 강이 너무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는 처참한 파괴 현장보다 고운 강의 얼굴을 먼저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의 말대로 시간이 많지 않아 보입니다. 박용훈 사진가가 보내 온 내성천의 풍경을 정리했습니다. <편집자>


물을 가두는 댐이 1만 7654개인 나라, 국토면적당 댐 밀도 세계1위 대한민국에서 이명박정부의 4대강사업으로 모래강은 멸종위기종 1급 상황을 넘어섰다. 모래강은 이 땅에서는 흔했지만 세계적으로는 귀한 강이다. 한반도는 특히 서울과 영남을 중심으로 곳곳에 아름다운 백사장이 발달한 모래강의 나라였다.

모래강의 나라에서 내성천은 큰 굽이마다 모래의 바다가 펼쳐진 고향의 강이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던 아득한 정서가 흐르고, 강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흐르는 강이다. 강변 백사장은 어디서나 산과 범람원과 농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강과 뭍을 오가며 살아야 하는 동물들에게는 이 땅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와 머물 곳이다. 사람들이 강물 따라 걷다가 어느새 마음을 내려놓는 강이고, 사람과 강을 나누지 않는 강이다. 그리고 아이들의 강이다.

수자원공사와 삼성이 내성천 가슴팍에 영주댐을 짓고 있다. 목적은 낙동강 중하류의 수질개선을 위한 용수 공급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더 깨끗한 물을 많이 담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냥 놔두어도 강물은 흘러 내려가는 것. 소위 홍수조절용 댐도 아니니 아무리 보아도 댐을 지어야 할 이유가 없다. 영주댐을 왜 지어야 하느냐는 한 언론에 대하여 수공관계자는 공익사업이란 것이 그 사업으로 인한 편익이 일반적으로 희생되는 가치보다 클 경우에 진행된다는 궁색한 답변을 하였다. 그러나 영주댐은 사업타당성 편익 값이 가까스로 1.015로 턱걸이 했을 때의 총사업비가 8400억원이었던 것이 올해 지역 언론 등에 의하면 1조 1천억원을 넘어섰다. 최소한의 형식적 사업타당성 기준조차 한참 밑돈 것이다. 이 기준에 측정 불가능한 환경비용, 500여 세대가 삶의 터전을 가슴에 묻어야 하는 사회문화적 손실은 들어있지 않다.

댐 목적이 하천유지용수 공급인 것도 영주댐이 처음이지만, 이 댐으로 인해 2,300억원이 들어가는 철도 이설도 댐 역사상 처음이고, 댐 상류 10여 km 지점에 강을 가로지르는 모래제거용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인 유사조절지를 만드는 일도 처음이다. 유사조절지 공사를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서 6km 하류지점인 평은면사무소 앞은 급속한 육화현상으로 모래톱이 달뿌리풀 등으로 뒤덮였다. 댐이 완공되어 물을 담기 시작하면 댐 하류 6km에 있는 무섬 전통마을이 연화부수의 자리를 내놓는 것은 시간문제다. 국가명승지 16호와 19호인 회룡포와 선몽대는 과연 무사할까? 모래강의 빼어난 경관으로 자부심과 함께 경제적 혜택도 누리는 곳의 주민들이 이제 불안해하며 보설치를 요구한다. 보를 몇 개나 만들면 모래강이 만드는 아름다운 경관이 유실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만의 문제일까?

이 터무니없는 공사를 멈춰야 한다. 당신이 누구이든 금수강산을 말하는 사람이라면, 하늘이 다른 곳이 아닌 한반도에 선물한 비단강에서 당신의 아이가 당신과 함께 한번만이라도 아름답고 소중한 기억을 갖기를 바란다면, 당신의 아이의 아이가 내성천이 고향인 작고 예쁜 흰수마자를 만나서 은하수처럼 흐르는 이 강의 오랜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를 바란다면 이 몹쓸 공사를 당장 멈추라고 외쳐야 한다. 이미 쓸데 없이 써버린 의미 없는 돈을 천혜의 내성천과 비교하지 말아야한다. 영주댐에 쏟은 돈의 몇 배면 하늘이 준 이런 강을 만날 수 있겠는가?

내성천을 살리기 위해 오늘도 강가에서 풍찬노숙하는 지율스님에게 내성천은 보살의 눈물 한 방울 같은 슬픔이고 선물이며 또한 낙동강 복원의 열쇠이다. 은퇴 후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내성천에 깊은 인상을 받은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랜디 헤스터 명예교수는 2010년 국회의 한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아름다운 경관은 사람들의 가슴을 울려서 더 이상 과학자가 아니라 시인이나 어린아이로 만듭니다. 미국의 수많은 강을 가보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강은 한군데 정도만 보았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이런 보물을 잃는다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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