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눈이 되어 그들의 시선으로 자연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보는 것.
매우 중요하다.
타인의 입장이 되어 바라보게 되면 자신이 바라보던 것과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친구들에게 제안을 했다.
'오늘 우리, 개미가 되어볼래?'
다들 갸우뚱거린다.
'무슨 말이예요?'
'응, 개미의 눈이 되어 찍어보기!'
'와! 재미있겠다!'
오늘 수업은 다들 엎드리고 심지어는 카메라를 최대한 땅바닥에 붙이고 찍기 시작했다.
단 한 번도 사물을 혹은 사람을 그렇게 바라보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들이 한 장 찍고 나에게 쪼르르 와서 보여주고, 또 한 장 찍고 오종종 모여와서 보여주고 수다스러운 수업시간이었다.
'샘! 이것 보세요! 완전 대박!'
'샘! 풀이 이렇게 보여요!'
'샘! 공이 이렇게 보여요!'
'샘! 아주 작은 곤충들의 움직임도 보여요!'
개미의 눈이 되어 사물을 바라다보면 빨리 찍을 수가 없다. 찍고자 하는 대상에 다가가 최대한 엎드린 후에 렌즈를 통해 그들을 들여다보고 마음에 안 들면 자세를 조금 이동하면서 자신들이 맘에 들 때까지 천천히, 느리게 사물에 접근해야 찍기가 가능하다.
천천히, 느리게 봐야지만 보인다는 걸 온 몸으로 체화하게 되는 수업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재미있는 이미지들이 나왔다.
친구들에게 수업 끝나고 꼭 물어보는 말이 있다.
'오늘 수업 시간에 뭘 깨우쳤니?'
'네, 샘! 오늘은 나의 눈이 아니라 개미의 눈이 되어 사물을 바라보니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을 볼 수 있었어요.'
'신기해요, 샘!'
미림이가 오늘 수업의 결론을 내렸다.
'샘!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고, 바라보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사진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스스로 무언가를 배워가고, 스스로 깨닫는 과정.
교육은 선생님이 주체가 아니라 학생들이 주체가 될 때 가장 아름다운 학습이 된다.
이 가을이 곱게 익어가는 것처럼 친구들 가슴 속에도 가을이 자신들의 마음에 곱게 다가와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깨우칠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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