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두 번 학교 부적응 청소년과의 사진 수업을 위해 문산에 간다.
내 주변에 있는 청소년들은 사회가 말하는 문제아, 학교 부적응자들이다.
근데 이상하다.
내가 만나 본 아이들은 문제아가 아니다. 뭐가 문제일까?
어른들은 왜 문제아라고 표현할까?
최근에 <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라는 책을 볼 기회가 있었다.
14년간 밤거리를 떠도는 청소년들에게 사랑의 힘으로 그들의 삶을 되찾아준 미즈타니 오사무 선생님의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고 말했다.
꽃씨를 심는 사람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가꾸면 반드시 꽃은 피운다고 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부모와 교사. 지역의 어른들과 매스컴을 포함한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정성껏 돌본다면 아이들은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만약 꽃을 활짝 피우지 못하고 그대로 시들어 버리거나 말라버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어른들의 잘못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피해자다...'
책에 씌여진 이야기는 내가 현장에서 소위 '문제아'라고 하는 청소년들을 만나면서 생각한 그대로를 가감 없이 전해주는 듯했다.
문제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일수록 강한 척한다.
문제아라고 말하는 아이들일수록 허세를 부린다.
그러나 그들 모두 연약한 아이들일 뿐이다.
그들의 눈빛은 슬프며 절망적이다.
친구들 이야기를 가슴을 열고 듣는다.
다들 잘하고 싶어 한다. 어른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누구 하나 자신을 관심 갖고 봐 주는 사람이 없다.
사랑을 받을 사람도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비난만 할 줄 알았지,
손가락질만 할 줄 알았지.
정작 그들의 이야기를 마음을 열고 들어줄 누군가가 곁에 없다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진기를 쥐어주면 그들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정확한 이미지로 표현한다.
'내가 만난 나의 이미지'라는 시간을 통해 예은이가 표현한 이미지이다.
예은이는 홑거풀에 오똑한 코를 가진 예쁜 친구였다.
첫날은 물어도 대답도 안하고, 짜증 부리는 듯한 말투에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었다.
"예은이는 자기 마음을 정말 잘 표현하는구나. 구석에 몰린 것 같은 느낌을 받니?"
의외로 마음을 빨리 연다.
"네, 샘. 코너에 몰려있는 느낌이 들어요. 그럴 때면 자꾸 마음이 웅크러 들어요"
"그렇구나. 예은이가 그럴 때 누군가 곁에 있어 네 말을 들어줄 사람이 있으면 참 좋을텐데......"
"..................................."
아이들은 누구보다 더 빨리 알아챈다.
자신의 말을 진심으로 듣고자 하는지, 아니면 대충 듣는 건지...
그들의 마음의 질감은 여리디 여리다.
사진은 그런 그들의 마음을 가장 빠르게 열어주는 마음의 열쇠다.
열쇠를 열고 들어가기만 하면 그들 마음의 창고 안에는 온갖 진귀한 보석들로 가득 차 있다.
본인들도 자신에게 그런 보석이 있는 줄 모른다.
사진을 하면서 스스로 발견해내는 기쁨을 갖는다.
그걸 같이 발견하고 나누는 기쁨은 나눠 본 사람만이 알 일이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소년원 아이들이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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