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3월 학기 시작이다.
어떤 친구들이 왔을까?
재잘재잘, 웅성웅성, 꺄르륵,
여학생 특유의 웃음과 재잘거림이 봄날의 햇살과 함께 답답한 공간을 사정없이 깨뜨리고 있었다.
이번에 온 친구들 평균나이가 19세이다.
작년보다 3-4살 많은 청춘들이다.
다들 밝은 표정이지만 맘 한구석에 들어있을 무거운 돌덩이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젠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눈빛 만으로도 그들의 아픔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첫 시간.
'나'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보게 했다.
이 작업은 1년 동안 사진수업을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도 하다.
자신의 모습을 탐색하고, 소개하는 경험을 통해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자신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고, 찬찬히 자신의 내면을 드려다 보는 시간이다.
나누어 준 설문지를 보면서 친구들은 진지하게 쓰기 시작한다.
빨리 쓰라고 절대 재촉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 자신을 마음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서 말을 걸도록 하는 일.
이 친구들에 대한 자아존중감 정도와 심리상태를 파악할 수 가 있기 때문에 나에게도 1년 동안 이 친구들과 수업을 어떻게 진행해야 될 건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세 가지 눈'에 대해 말을 했다.
신체에 있는 눈, 마음의 눈, 카메라의 눈
"우리 신체에 있는 눈은 두 개이지만 마음의 눈은 100개가 될 수도, 1000개가 될 수도 있어.
그 마음의 눈과 카메라의 눈이 만났을 때 우리가 바라보았던 사물이 100가지 모습으로 혹은 1000가지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해.
마법이 시작되는 거지.
너희들 눈은 너희들 마음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처음 만나 나눈 이야기 치고는 좀 어려웠을 법도 한데 나름대로 잘 정리해서 알아듣는 듯 했다.
운동장에 나갔다.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찍기 시작 하더니 각자 흩어져 몰입해서 찍기 시작했다.
그 중 유독 보라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같은 보라의 마음인데 왜 이렇게 느낌이 다르게 찍었니?'
보라의 쿨한 대답.
'어떻게 마음이 매일 똑같을 수가 있어요?'
복잡하다 단순해지고, 순하다가도 난폭해지고, 웃다가도 울고, 늘 우리에게는 수 없이 많은 또 다른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보라는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마음은 잠시도 쉬지 않는다.
늘 어딘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불안정하고, 불규칙하고, 하루에도 마음이 천리 길을 따라 오고가는 청춘들에게 마음잡기란 하늘의 별따기 보다 더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이 안정되고 주변 환경이 지극히 평범한 청소년들의 마음과 가정이 불안정하고, 주변 환경이 어지러운 청소년들의 마음은 어쩌면 시작부터 다를지 모른다.
그건 너무 불공평한 게임이다.
그들이 마음을 드려다 보고 마음과 대화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그래야 겨우 시작이나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청소년예술지원센터 '(사)꿈꾸는 카메라'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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