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가좋아하는 의태어.
'토닥토닥'
입으로 되새겨도, 글로 써도 마음이 뎁혀져 오는 말이다.
아파하는 누군가에게, 상처받은 누군가에게,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우리는 살포시 안아서 등을 토닥거려준다.
아무 말 없이 토닥거려 주는 순간, 아팠던 마음, 상처받았던 순간들이 다 녹아내렸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토닥거림은 사진으로, 미술로, 음악으로, 영화로, 뮤지컬로, 연극으로 받을 수 있다.
그 토닥거림을 요즘 '치료'라는 말로 대신한다.
그런데 나는 '치료'라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굉장히 개인적인 소견이긴 한데, 치료라는 말은 대상에게 문제가 있다고 단정하고
대상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느낌이 있고 또 하나는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단어라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있는 작업을 종종'사진치료'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내 스스로도 상처받은 영혼이고 모자라고 부실한 인간인데 내가 누구를
치료해 주겠는가?
그저 남보다 조금 많이 접했던 사진이란 매체로 타인과 소통하는 노력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 소통을 가장 힘없고, 나약하고, 아픈 상처로 얼룩진 친구들과 하는 것이다.
난 샘물이가 찍은 나뭇잎 사진을 좋아한다.
인화해서 수첩 갈피에 끼워놓고 다닌다.
왜 이 사진이 좋은 걸까?
나뭇잎이 내 자신처럼 보였다.
바람이 불면 휙 날아가는 나뭇잎에서,
아슬아슬하게 겨우 땅을 딛고 서있는 나뭇잎에서
난 나의 인생을 보았다.
나의 나약함과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를 동시에 본 것이다.
나는 샘물이의 사진을 보면서 스스로 위안 받고 타독이고 있었다.
이 사진은 여러 편의 시를 나누어 주고 각자 마음에 와 닿는 시를 고른 후에 시 구절을
따라가면서 이미지를 만들어보는 시간에 나온 작업이다.
샘물이는 류시화 시인의 <험난함이 내 삶의 거름이되어>라는 시를 가지고
이렇게 훌륭한 작업을 보여주었다.
그 동안 누구에게도 말 할 수 없는 아픔과 갈등을 카메라렌즈를 통해서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었기 때문에 이런 좋은 사진이 나오지 않았을까?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시간 속에 뭔가를 도려내어 그 시간을 과거에서 현재, 미래라는
씨실과 날실로 자신의 이야기 한 편을 엮어가는 행위가 아닐까?
그러면서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고 마주침으로 자신에게 타독이게 되는 건 아닐까?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소개하고 그 과정을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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