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감이 느껴질 정도로 재미있는 사진이다.
흥얼거림이 저절로 난다.
사진 한 장 안에 담긴 이미지가 우리로 하여금 명랑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
초록이가 찍은 사진은 공교롭게도 전선줄 위에 핀 꽃들의 음표들이다.
누구든 이 사진을 보면 자연스럽게 음악시간에 배운 오선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음악의 종류는 크로스오버이건, 힙합이건, 클래식이건 상관없다.
사진에 푹 빠져 있다가 나도 모르게 왈츠를 연상하고 있다.
꽃과 꽃잎이 만들어낸 음표의 선율이 마음속에서 자연스럽게 리듬을 타고 있다.
초록이는 이 사진을 아예 화분 안쪽으로 들어가 땅바닥에 누워서 찍었다.
때론 몸의 활용에 따라 사진의 결과물이 전혀 다르게 나온다.
몸과 카메라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같이 움직인다,
사물의 감추어진 얼굴은 어떻게 볼 것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천개의 눈으로 보면 천개가 보이고, 한 개의 눈으로 보면 한 개만 보인다.
눈 안에는 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눈 안에는 마음도 있고-심안
눈 안에는 영혼도 있으며-영안,
눈 안에는 지혜로움도 있다.-혜안
그래서 시인들이나 철학자들, 문학가들이나 예술가들은
육안, 심안, 영안, 혜안을 가지고 사물을 보는 데에 익숙하다.
같은 사물을 봐도 제각기 생각과 식견이 다른 이유다.
눈은 우리 신체 중 유일하게 마음과 연결되어지는 기관이다.
그래서 난 오늘도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물과 자연을 바라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내면을 향해 두 눈과 귀가 열려 있어야 사물의 뒷면이 보인다.
좋은 눈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지 않는다. 습관이 되어있어야 가능하다.
가만히, 무심히, 고요히......
바라만 보아라.
그러면 시선, 그 너머에 있는 것들이 보이고,
그 무언가가 보이기 시작할 때
사진은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사진가 고현주씨는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연재는 그 아이들이 소년원이라는 갇힌 공간에서 찍어낸 사진을 고현주씨가 정리한 것입니다. 그는 시소(SEESAW)라는 지원센터를 통해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아이들이 사진을 통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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