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은 티벳화평해방 60주년이 되는 해다. '화평해방'은 달라이 라마 정부의 봉건주의 압제로부터 중국인민해방군이 티벳을 해방시켰다는 뜻이다. 동부지역은 1년 앞서 '해방'됐기에 올해 행사를 치렀다. 그런데 참도를 중심으로 한 동부지역은 현재 외국인 출입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기뻐해야 할 '해방의 날'에 통제를 더 강화한 건 왜였을까? 티벳은 여전히 감시받고 있었다.
10년의 시차를 두고 티벳 현지의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네팔 카트만두에서 티벳난민들을 기록하고 있다. 2008년 일어난 민중 봉기 이후 티벳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확인하는 여정이다. 티벳은 하나의 거대한 감옥이 돼 있었다. 사람들이 모여 정보를 교환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는 장소들이 통제당하고, 유일한 해방구였던 피시방들이 사라지고 있었다. 35대 이상의 피시를 보유하지 못한 곳은 모두 문을 닫았다. 접속할 수 없는 사이트와 검색이 안 되는 단어가 많았다. '룰'만 잘 지키면 큰 지장 없이 산다지만 젋은 티벳인들은 일자리를 찾아 거리를 전전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수시로 공안의 통제를 받아야 했다. 중심부는 블록마다 완전무장한 인민해방군이 실탄장전한 총을 들고 4인 일조로 경계를 서고 있다.
사람들은 계속 떠나고 있었다. 네팔 카트만두 외곽에 보다(Boudha)라는 지역이 있다. 티벳 난민들이 모여 사는 중심지 중 하나다. 2008년 티벳 민중 봉기 이후 수많은 난민들이 국경을 넘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돈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넘어올 수 있다고 하는데 어떤 루트는 단 하루 만에 어떤 루트는 일주일만에 네팔인 가이드까지 데리고 몰래 넘어온다. 하루짜리 루트의 경우 단돈 60유로면 가이드를 고용할 수 있다는 얘기도 공공연하다. 그런데 매주 금요일이 되면 평균 60여명의 난민들이 유엔난민기구(UNHCR) 입회하에 한꺼번에 인도 다람살라로 보내진다. 그동안 네팔로 모여든 난민이 너무 많았던 것이다. 이번 주는 특히 많아 100여명이 넘어갔다.
이렇게 많은 티베트인들이 끊임없이 넘어온다면 티벳 땅은 어떻게 될까. 갈수록 강대해지는 중국의 위세 아래 네팔과 인도는 언제까지 난민을 따뜻하게 맞아줄 수 있을까? 2011년 티벳화평해방 60주년이 되면 중국공산당의 체제선전과 주변국 압박은 극에 달할 것이고 티벳이 중국 영토임을 만천하에 알리며 네팔과 인도로 가는 티벳난민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것이다.
네팔 카트만두의 보드넛 사원. 티벳 승려들이 버터 램프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앳띤 얼굴들이다. 이중엔 산을 넘어온 사람도 있을 것이고 난민2세, 3세도 있을 것이다.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티벳 땅에서 보았던 승려들과는 표정이 달랐다. 부처의 가르침을 배우는 진정한 승려의 표정이었다.
이 평화로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티벳인들이 살던 땅을 떠나기 시작한 지 이미 50년. 티벳 땅의 '만들어진 평화'와 네팔의 '숨죽인 평화'는 그대로 굳어버릴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이 네팔 국민으로 흡수됐듯 티벳도 결국에는 중국에 흡수되고 말 것이다.
이미 굳어버린 평화든, 얼마 가지 않아 깨질 평화든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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