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한나라, 말로는 '만나자'고 하지만 속셈은…

민생경제회담 제안, 결국 정치공방으로

청와대가 한나라당의 '민생경제 회담' 제의를 수용하며 '개헌 논의'도 함께 테이블에 올리자고 되받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즉각 '개헌 논의 불가'를 재천명하며 "민생만 논의하자"고 반복했다.
  
  "민생문제 외에 개혁법안, 개헌 문제도 논의하자"
  
  26일 청와대 대변인 윤승용 홍보수석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강 대표가 제안한 민생문제 외에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주요 민생 및 개혁 법안, 개헌 문제 등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한 대화와 협의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노 대통령은 다른 정당과도 순차적으로 대화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연두 기자회견에서 "민생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대통령과 만나 일자리 창출, 집값 잡기, 교육부담 줄이기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다"며 '민생경제 회담'을 공식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이를 수락하며 개헌논의를 회담의제로 추가로 얹은 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이 성사되면 '자기 주장만 하는 정치공세용 회담이 아니라 국정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마음을 열고 협상도 하고 토론도 하는 회담'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개헌 빼고 할 것을 다시 제안한다"
  
  하지만 나경원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같은 역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나 대변인은 "개헌을 제외한 민생회담 제안에 개헌을 포함한 답변을 했다"며 "민생을 살리라는 아우성에 귀를 꼭 닫고 있는 고집불통"이라고 반응했다.
  
  나 대변인은 "재집권을 위해 민생마저 정략의 제물로 삼는 것 아니냐"고 역공을 가하며 "정략을 제외한 민생문제에 대해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다시 역제안했다.
  
  나 대변인은 "개헌 등을 제외한 다른 문제, 예를 들어 사학법이나 사법개혁안 등 현안은 논의할 수 있다"며 "청와대는 사실상 제안을 거부한 것이지만 우리는 다시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무산의 책임을 떠넘겼다.
  
  한나라당의 반응이 나오기 전 청와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의 응답은 개헌논의 포함을 조건으로 거는 한 역제안으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개헌 문제도 주요 현안이니 함께 논의하자는 것이지 조건으로 내건 것은 아니다"고만 답했었다.
  
  결국 한판 해프닝으로 종결?
  
  청와대나 한나라당 모두 "만나자"고 하고 있기 때문에 회동 무산을 단언하긴 어렵지만 정치공방을 동반한 한판 해프닝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날 윤 수석은 "노 대통령은 그동안 국정의제를 협의하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여야 대표들과의 대화를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9일, 4년 연임제 개헌안을 전격적으로 제기한 후 여야 대표들을 청와대로 초청했지만 야4당은 모두 이를 거절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해 11월 26일에도 각종 주요 민생 법안의 교착상태를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한나라당을 향해 여야정 정치협상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당시 한나라당은 전효숙 당시 헌재소장 후보자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거부했고 열린우리당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탐탁치 않게 생각했다. 오히려 이 제안 이후 당청관계는 더 나빠졌고 비교섭 야당들도 자신들을 따돌렸다는 이유로 청와대를 비난했었다. 노 대통령은 이 정치협상회의가 무산된 후 결국 전효숙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