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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광리 이야기

영주댐에 수몰되는 영주시 금광리 사람들

"어디로 가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럽다."

2014년 완공되는 영주댐의 수몰지인 경북 영주시 평은면 금광리 주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주단지 계획 등도 정해지지 않은데다 임차농의 영농손실보상금 문제 때문에도 뒤숭숭한 분위기다. 평생 살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에서 적응하며 살아갈 일도 막막한데 보상금이 적을 것이라는 말까지 돌면서 여러 가지 걱정이 겹쳤다. 11월로 예정된 보상금 고지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불안감은 더 크다.

1999년 송리원댐이란 이름으로 추진되다 주민반대와 타당성 논란으로 가라앉았던 이곳의 댐 건설 계획은 10년만에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포함되면서 다시 떠올랐다. 일은 서둘러 진행됐다. 작년 8월 댐 건설이 확정되자마자 10월 환경영향평가 공청회가 열렸고 곧바로 12월 공사가 시작됐다. 현재는 토목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낙동강 상류인 내성천을 막아 수량을 확보하고 수질 개선과 유지용수를 위한 목적으로 8380억원을 들여 만드는 영주댐은 높이 55m, 폭 390m로 담수 1억8100만m³를 가둘 수 있다. 완공되면 511세대가 물에 잠긴다.

주민들은 이주에 관해 알고 있는 사실이 많지 않았다. 언제까지 떠나야 하는지, 당장 내년 농사를 지어도 되는지조차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주민 상당수가 노년층인 점을 감안해 이주단지를 조성해 모여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 주민들의 입장이지만 이 계획은 영주시에서 검토단계에 그치고 있다. 댐이 2014년 완공되고 완공 전부터 담수를 채우는 작업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간이 많지 않아 보인다.

"내 땅 없이 농사 짓는 일도 서러운데......"

남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임차농의 한숨은 누구보다 깊다. 농사 짓는 땅이 아무리 넓어도 보상은 땅 주인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보상도 못받고 수몰지에서 떠나야 하는 임차농의 상황은 암담하다. 그나마 2년치 경작을 산정해 영농손실보상금이 지급되지만 다른 곳에서 다시 땅을 빌려 농사를 짓거나 다른 직업을 알아보기에는 많지 않은 돈이다. 이마저도 댐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농사를 직접 짓겠다고 나서는 땅 주인들 때문에 받을 수 있을지 불안해 하는 농민들이 많다.

송홍하(53)씨는 논 40마지기(약 3만 9600㎡, 1만 2000평)를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모두 수몰된다. "아직 나의 경우는 아니지만 댐이 생긴다는 말을 듣고 땅 주인들이 농사를 직접 챙기겠다고 하는 바람에 갈등이 생기는 일이 주변에 많다"고 그는 말한다. "땅 보상 받는 주인들이 몇 푼 안되는 영농손실보상금까지 욕심낸다"는 것이다. 그의 부인 심혜숙(54)씨는 "내 땅 없는 사람들은 흔들리기만 하고 갈 곳이 없다. 돈 몇 푼 손에 쥐고 영주시내 땅값, 집값 다 올려놨다는데 어디가서 뭐 먹고 사나. 빚 내서 자식들 가르쳤는데 취업도 힘든 시기다"라며 생활고를 토로했다.

임차농의 영농손실보상금에 대해 수자원공사 영주댐건설단 관계자는 "농지 임대인이 지역(해당 읍면과 인접 읍면)에 거주하는 농민일 경우에만 합의와 조율의 과정을 거칠 뿐 타지역 사람이 농지를 소유했다면 실제경작자가 영농손실보상금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임대인이 지역주민의 농민이어서 합의가 필요한 경우에도 마을 이장 등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과 함께 고려해 결정한다"며 관련 법조항을 들어 자세히 설명했다. 보상은 고시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러나 영농손실보상금은 실제로 전부 농사 짓는 사람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 임차농들의 상식이다. 땅을 빌려준 임대인이 농지 가까이 살아 합의가 불가피한 임차농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합의 과정에서 지주가 권리를 강하게 주장하면 농사를 누가 짓든 결국 반 반 나누게 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먼저 보상이 끝난 지금의 댐 공사현장의 경우 쌍방간의 합의에 의해 임차농이 농업손실보상금을 다 받지 못한 사례가 있다. 금광리에서 다른 사람의 땅을 빌려 농사를 짓는 농민은 5명 중 4명에 달한다.

"돈 몇 푼 쥐고 어디로 가야 하나?"

보상금이 적을 것이란 소문도 불안감을 키운다.

박영희(78) 할머니는 22살에 금광리에 시집왔다. 20년 전 할아버지와 사별 후 혼자 작은 밭에 콩, 깨, 고구마를 심어 생계를 유지하는 할머니는 수몰로 집과 밭을 모두 잃는다. 외지에 사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아 어디든 옮겨가 혼자 살 생각인데 그 일이 걱정이다. 얼마가 될지 모르는 보상금으로 갈만한 곳이 있을지도 걱정이고 '"농사도 못짓고 외지로 나가면 아무 쓸모없는 사람'인데 여생을 보낼 돈이라도 쥐어야 하는 처지다. 고지가 나오기 전까지 보상금이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먼저 보상 받은 곳으로부터 보상금이 적다는 얘기를 들은 할머니는 불안하기만 하다.

4년 전부터 금광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권순자(55)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여기선 하루에 배달 170군데나 다닐만큼 장사가 잘 됐는데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도 못하고 그만두어야 하니 손해가 크다. "댐 건설 소식과 함께 영주시내의 집값도 크게 올라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털어놓았다.

간접피해를 입는 주민들도 걱정이다. 강동 1리에 사는 김수행(73) 할머니의 경우에는 땅이 수몰되지 않아 보상은 못 받지만 물이 집앞까지 차는 경우다. "안개가 많이 끼면 밭농사도 못 짓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안개에 의한 피해 보상은 법제화된 것이 없다. 집만 남고 농지가 수몰돼 생계가 곤란해진 경우 등에만 간접보상비 지급이 가능하다.

총 22조가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의 최대 피해자는 댐 건설로 평생 살던 곳을 떠나야 하는 수몰민이다. "살만한 사람들은 대부분 나가 살고 어려운 사람들만 시골에 남아 그 땅을 지으며 어렵게 산다"는 한 주민의 말에서 짐작하듯 이들이 원하는 것은 '돈'이 아닌 '생계'다. 정해진 사업비 안에 갇힌 법규정으로 풀기 어려운 많은 일들에 보다 높은 차원의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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