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스스로의 욕망이면서 그 욕망의 바깥에 비껴나 있는 사물들의 이름.
무표정한 배경 속에서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는 사물들의 얼굴. 구겨진 창,
샛노랗게 타들어 가는 해바라기, 소망, 구름을 잡고 있는 전선들,
꿈의 파편으로 박혀 있는 아이들, 초록 이파리들.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
꾸역꾸역 몰려드는 졸음들. 네 꿈의 바깥. 네 심장의 바깥. 네 웃음의 바깥…… 바깥.
-글/ 송기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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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둔 정부는 도시 미관을 어지럽힌다는 이유를 앞세워 도심 곳곳에 흩어져 있던 빈민촌들을 철거했다. 수많은 빈민들이 도시의 바깥으로 밀려 나갔다. 정부는 갈 곳 없는 빈민들이 도시의 반대편에 모여드는 것을 묵인했고, 마을 주변에 거대한 울타리를 쳐 밖에서 판잣집들이 보이지 않도록 했다.
지금도 서울 강남의 판자촌(비닐하우스촌)들은 수도와 전기, 변변한 화장실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열악한 거주 환경에 속에 있다. 그리고 무허가 주택에 사는 주민의 상당수는 주민등록에도 올라 있지 않은 실정이다.
개발 논리 속에서 집은 더이상 사람들이 모여 그들의 꿈을 나누는 공간이 아니다. 집이 곧 꿈이며, 곧 삶의 목표가 되어 버렸다. 그 속에서 가난한 자들이 깃들 만한 안식처는 더 이상 남아 있지 않다.
휘황찬란한 도심 속, 지도에 없는 섬 하나. 언젠가 역사 속으로, 우리의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갈 테지만, 지금 바로 여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여기 집도, 길도 다 우리가 만든 거야. 나는 여기가 제일 좋아. 다른 데는 싫어, 아파트도 싫어. 여기가 좋아. 사람들도 좋고……." ― 박순래, 97세
누군가에겐 그저 밀어버려야 할 구역에 불과하겠지만, 그곳에도 볕이 들고, 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은 궁전이 아니다. 그저, 디오게네스의 햇빛 한 줌.
-글/ 김흥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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