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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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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숲

고양 백로 서식지 벌목 현장

1000여마리의 백로가 무리지어 살던 숲이 벌목돼 수백 마리의 백로떼가 다치거나 죽는 일이 발생한 고양시의 백로서식지는 난민캠프나 다름없었다.

7월 13일 이른 아침 경기도 고양시 사리현동에 위치한 약16500㎡의 도로 옆 잣나무 숲에 중장비가 들이닥쳤다. 포크레인은 아직 나무에서 떠나지 못하는 새들을 보고도 벌목 작업을 밀어부쳤다.

갑작스런 '재난'을 당한 백로들의 상황은 끔찍했다. 알과 새끼들은 땅에 떨어져 깨지고 다치고 죽었다. 공사 중에만 150여마리의 백로가 그 자리에서 죽었다. 대부분 어린 백로였다. 재빨리 날지 못한 어미들도 나무에 깔려 죽거나 다리가 부러졌다.

다친 새들은 긴급히 구조치료를 받았지만 치료중 112마리가 결국 폐사했다. 치료가 필요한 새들은 수의사협회의 도움으로 인근 동물병원으로 옮겨지거나 야생동물보호센터 등으로 이송됐다. 가까운 동물원에도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다.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백로는 120여 마리에 이른다.

살아 남은 500여 마리의 새들은 주말에 폭우가 내리면서 다시 위기를 맞았다. 추위에 떨다 저체온증으로 희생된 새끼들이 속출했다. 폭우 끝에 온 폭염은 숲을 잃은 새들을 탈진하게 만들었다.

현재 고양환경연합과 고양시청은 땅에 물웅덩이를 만들어주고 하루 20킬로그램씩 미꾸라지를 계속 공급하고 있다. 돌봐줄 어미가 없는 새끼들을 따로 보살피고, 주변에 울타리를 설치해 안정을 취해야 하는 새들에게 사람이 접근하는 것도 막은 상태다.

문제는 어미 잃은 새끼들이다. 거의 모든 새끼들이 생존방법을 배우지 못한 채 어미를 잃어버렸다. 가까이 있어도 어미가 새끼를 찾을 수 없는 실정이다. 이것은 새끼들이 앞으로 유전적 능력에 의해서만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뜻해 앞으로 희생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역은 3년전부터 백로가 날아들어 최근까지 많게는 약1000여마리 가까이 집단서식지를 이루던 곳이다. 철새인 백로 이외에도 왜가리, 황로, 해오라기 등이 무리지어 살았다. 스트로브 잣나무와 단풍나무, 느티나무 등 조경수로 심어놓은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공릉천이 가까워 백로가 살기에 적합한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백로는 희귀한 새는 아니지만 이렇게 큰 집단서식지를 형성한 곳은 전국에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 이곳 환경단체의 설명이다.

토지주가 밭으로 등록되어 있는 땅을 팔기 위해 한 건설사에 벌목작업을 의뢰한 것이 발단이었다. 벌목 후에는 비닐하우스 등이 가설될 예정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인부는 백로 서식지임을 확인하고 H건설사에 작업진행 여부를 확인했지만 벌목은 그대로 진행됐다. 오후 1시 15분 뒤늦게 제보를 받은 고양환경연대 활동가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벌목은 완료된 상태였다.

법적으로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백로와 해오라기가 현재 보호종을 지정돼 있지 않고 벌목된 땅은 사유지인데다 벌목한 수종 또한 보호 수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고양환경연합 박평수 집행위원장(50)은 그러나 "법적인 문제만 따질 것이 아니라 도덕적인 문제로 접근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벌목을 한달만 기다려줬으도 어린 백로가 날 수 있어 피해는 줄었을 것"이라며 "전문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저지른 돌이키기 힘든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22일 국립생물자원관(관장 김종천)은 백로들의 다리에 쇠가락지 등을 끼워 생태연구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기석(49) 한국물새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연구는 한꺼번에 어미를 잃은 어린 백로들이 어느 정도의 생존능력을 갖고 살아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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