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는 바다다.
저 바다는 해안선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철책선으로 둘러쳐졌다.
이곳은 섬나라다.
2
국제열차가 통과하지 않아서 섬나라다.
아시아하이웨이가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섬나라다.
우리는 대륙과 연결된 반도에 사는 섬나라 사람이다.
3
남한을 섬나라로, 북한을 반도로 만든 저 이상한 바다를 우리는 비무장지대(DMZ)라고 부른다.
비무장지대는 완충지대가 아니라 전면적인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긴장지대다.
정전 상태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우리는 전쟁이 1953년 7월 끝났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4
분단 상황은 언어를 분열시킨다.
과잉무장지대인데 비무장지대라고 말해야 하는 것처럼.
분단 시대의 언어는 기표와 기의 사이가 너무 멀다.
5
남과 북의 충돌 가능성이 완충지대 양쪽에서 서로를 '24시간 정조준'하고 있다.
6
전쟁과 전쟁 사이가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위한 전쟁은 언제나 거대한 거짓말이었다.
7
비무장지대에 평화는 없다. 비무장지대는 '음산한 고요'의 지대이다.
8
내가 평화가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먼저 저마다 '비무장지대'가 되자. 평화가 되자.
-글 이문재 시인의 <나는 섬나라 사람이다>에서 발췌-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