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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숲,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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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숲, DMZ

한국전쟁 60년, 오늘의 DMZ를 들여다 보다

당신과 나 사이에 숲이 있다.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가 당신을 할퀼까봐, 혹은 당신의 주먹이 내 가슴을 칠까봐, 우리 둘 사이에 놓인 숲이다. 당신과 내가 마주 보는 사이에 놓인 이 숲은, 당신과 내가 마주 본 세월만큼이나 오래되었지만, 한 번도 울창해진 적이 없다. 우리는 이 숲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경계한다. 숲이지만, 숲이 되어서는 안 되는 숲. 때문에 약속처럼, 때론 당신이 때론 내가 이 숲에 불을 놓는다. 나무들은 자라지 못하거나, 당신과 나의 관계처럼 기괴하게 웃자란다. 더불어 살아야 하는 작은 관목들도 스크럼을 짜지 못하고, 혼자 외롭거나 옆으로 자란다. 키 작은 풀들만이 잔디처럼 번질 수 있다. 이상한 숲이다. 누구도 이 숲에 들어갈 수 없다. 물을 마시기 위해 숲을 지나 온 노루의 발자국 밑에도, 공중을 나는 백로의 그림자 안에도, 지뢰가 숨어있다. 이상한 숲이다. -글 이상엽 -



1
민간인이 접근할 수 없는 바다다.
저 바다는 해안선이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철책선으로 둘러쳐졌다.
이곳은 섬나라다.

2
국제열차가 통과하지 않아서 섬나라다.
아시아하이웨이가 연결되지 않았으므로 섬나라다.
우리는 대륙과 연결된 반도에 사는 섬나라 사람이다.

3
남한을 섬나라로, 북한을 반도로 만든 저 이상한 바다를 우리는 비무장지대(DMZ)라고 부른다.
비무장지대는 완충지대가 아니라 전면적인 충돌 가능성이 상존하는 긴장지대다.
정전 상태가 착시현상을 일으킨다.
우리는 전쟁이 1953년 7월 끝났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4
분단 상황은 언어를 분열시킨다.
과잉무장지대인데 비무장지대라고 말해야 하는 것처럼.
분단 시대의 언어는 기표와 기의 사이가 너무 멀다.

5
남과 북의 충돌 가능성이 완충지대 양쪽에서 서로를 '24시간 정조준'하고 있다.

6
전쟁과 전쟁 사이가 평화가 아니다.
평화를 위한 전쟁은 언제나 거대한 거짓말이었다.

7
비무장지대에 평화는 없다. 비무장지대는 '음산한 고요'의 지대이다.

8
내가 평화가 되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먼저 저마다 '비무장지대'가 되자. 평화가 되자.



-글 이문재 시인의 <나는 섬나라 사람이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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