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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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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젊은 날

하모니카 뮤지션 전제덕

헤드폰을 쓰고 녹음 부스에 앉는다. 이 순간 나는 완벽한 혼자다. 엄숙과 대면한 녹음실은 어떤 잡념도 허용하지 않는 성소다. 나의 모든 신경세포를 깨워 몸 어딘가 깊이 숨어있는 음을 길어 올려야 한다. 그 음은 채보할 수 없는 음표 밖의 것이다. 음표는 앙상한 기호일 뿐이다. 녹음은 지금 내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내 몸의 경건한 기록이다. 나와 동료 뮤지션들의 느낌의 흔적들이 모여 곡이 완성된다. 나는 그들을, 그들은나를 믿는다. 신뢰할 수 없으면 단 한 음도 건질 수 없다. 느낌은 찰나다. 그 것을 포착하는 것은 전투다. 그래서 마지막 한 음을 얻을 때까지 연주를 지우고 또 지운다. 지우지 않으면 새로움을 얻을 수 없다. 이 싸움을 기꺼워하지 않는 음악은 가짜 음악이다. 격전을치른 녹음실은 언제나 담배꽁초로 수북하다.

문득 음과 음 사이에 푸른 새싹이 돋는다. 은비늘 반짝이며 물고기가 튀어오르듯 음이 햇살위로 퍼덕인다. 아! 저거다. 순간 탄성을 삼키고 모두가 숨죽인다. 녹음 콘솔도 따라 긴장한다. 긴 음악적 전투가 끝나고 녹음실은 신생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파릇하다. 앙상한 음표가 충만한 느낌으로 마침내 완성된다. 이제 저 음들은 세상으로 나갈 것이다. 나가서 누군가의 가슴에 깃들 것이다. 그 곳에서 저 음들이 영혼의 소박한 밥상이 됐으면 좋겠다.

이제는 내가 날아오를 시간이다. 무대에 조명이 켜지고 시간이 반짝인다. 세상의 시간이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무대는 일회적이며 영원히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모든 무대는 오로지 처음이다. 내가 살아있음을, 살아있어야 함을 일깨운다. 그러므로 무대를 쇼처럼 허비하는 건 죄악이다. 나는 객석을 보지 않아도 느낀다. 그들이 소리치지 않아도 안다. 나의 모든 감각기관이 열려 객석으로 향한다. 나의 기쁨이 그들의 기쁨이 되고, 나의 슬픔이 그들 가슴 깊이 내려갈 때 나와 그들은 하나가 된다. 그 순간 시간은 흐르지 않고 새롭게 창조되고 완성된다. 이 아득한 찰나 속에 내 생의 마지막도 있었으면 좋겠다. 음악은 늙지 않는다. 내일은 새로운 오늘일 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언제나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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