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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괴물’ 종편, 이대로 재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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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리 ‘괴물’ 종편, 이대로 재승인?

[민교협 정치시평] 종편 재승인, 투명한 심사 절차가 관건

이제 곧 종합편성 방송들에 대한 재승인 심사 절차가 이루어진다. 일정한 시기마다 이루어지는 방송 재허가, 재승인 절차는 방송이 최초 허가·승인 조건을 무난히 지키면 어쩌면 의례적인 절차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언론 관련자들에게 이번 종편 재승인 건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사안이다. 4개의 방송이 다 승인될 것인지, 일부 탈락이 있다면 과연 어떤 방송이 될 것인지! 재승인 여부를 합리적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것은, 정상적인 심사 절차가 진행된다면 전부 또는 최소 두 세 개라도 재승인 탈락이 이루어져야 마땅하지만 정치적인 요인이 작용하여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종편의 탄생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의 2009년 미디어 관련법 강행 처리부터 시작 됐다. 미디어 관련법의 개정은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정치 입법에 불과했다. 애초 신산업성장 동력으로서 방송 산업을 육성시키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으나 그 명분은 포화상태인 방송 산업의 현실을 왜곡한 자료에 기초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논리적 근거를 상실했다. 이어서 이를 대체해 지상파의 여론독과점 해소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관련 연구들에 따르면 오히려 신문 부문의 여론 독과점이 더 심각했고 신문의 방송 보도부문 진출은 전체 여론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만 낳았다. 한나라당이 논리적, 현실적 명분도 없는 상황에서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 처리한 배경에는, 수십 년 동안 방송의 공공성을 보호하기 위해 금지해왔던 일간 신문과 대기업의 방송 보도 부문 진출을 가능하게 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정치적 우군을 얻고자 했을까?

 

그 정치적 의도는 한꺼번에 무려 네 개나 승인하는 무리수로 이어졌다. 종편 도입을 찬성했던 보수적인 학자들조차도 하나 이상은 살아남기 힘들다고 했던 예측을 무릅쓰고 이루어진 조치였다. 종편 도입으로 지나친 경쟁이 이루어지고, 방송의 공공성 유지보다는 약탈적 광고 영업으로 인해 방송 산업이 황폐화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는 애초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입법과 승인을 강행한 주체들의 안중에는 없었을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고, 대중은 그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온갖 특혜에도 불구하고 종편들은 자본금을 대부분 잠식한 상태다. 더군다나 이 결과는 종편 방송사들이 자신들의 매체력을 훨씬 초과하는 광고 매출을 올리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결과다. 방송 산업의 현실을 고려할 때 종편 도입이 불가하다 했던 우려가 현실로 판명된 것이다.

 

그런데 매체력을 초과하는 광고영업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수년 후의 미래 성장을 예측하고 시청률이 낮아도 미리 알아서 광고해주는 착한(?) 자선 기업이 존재했을까? 종편 도입 이후 학계와 시민 사회는 방송 광고의 직접 영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접 영업이 자칫 방송과 자본 권력의 유착 또는 방송의 기업 압박이라는 파행적인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는 직접 영업 허용이라는 특혜를 베풀었다. 혹 초과 달성이 이 때문이었을지 모른다고 주장하면 지나친 억측일까?

 

방송 산업을 활성화 시킬 것이라던 종편은 방송 시간을 재방송과 저비용의 토론 프로그램으로 도배했다. 종합편성채널이라는 표현이 무색해지고 만 것이다. 새로운 개척 지대를 꿈꾸며 종편으로 옮겨 탔던 많은 외주사들도 지상파로 귀환했다. 더 열악한 제작 환경 탓이었다. 애초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이 내세웠던 장밋빛 청사진은 신기루였음을 확인한 것이다.

 

황금채널 배정을 비롯해 다양한 특혜에도 불구하고 경영에서 실패하고 최초 승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종편들이 재승인에 실패할 것이라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예상은 오히려 그 역이다. 많은 사람들은 종편 모두가 재승인에 성공할 것이라 예측한다. 그 답은 한 낮을 달구는 종편 토론 프로그램에 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는 방송의 역사에서도 한 획(?)을 긋는 것이었다. 기존의 방송 관계자와 시청자들에게는 이런 방송도 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었다. 시청자들은 미국의 저질 상업방송 <폭스>를 한국에 옮겨 왔다는 착각을 했을 것이다. 비록 이명박 정부 당시 정치적으로 장악되는 수모를 겪으며 편파적이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하는 한국의 지상파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모습이었다. 그 결과로 대선 기간 중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중징계는 대부분 종편사에 몰렸다. 불공정 편파 패널들의 저질 막말 방송의 결과다. 비록 중징계는 받았지만 막말 방송은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했고 일정한 시청률 상승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에 고무됐는지 선거 이후에도 그 경향은 지속되고 있다. 단지 징계 건수는 선거 기간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물론  선거 기간 중징계를 경험한 종편이 반성했기 때문은 아니다. 현재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대선기간 구성됐던 심의위원회와 달리 6:3으로 새누리당에 유리한 심의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성격의 사안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를 따져 버젓이 다르다고 주장하고, 이를 지적하는 동료 심의 위원에게 비본질적인 공격을 하거나 직원들에게 막말을 하는 심의위원들이 종편을 온몸으로 방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적인 측면에서나 방송의 질 측면에서 종편이 야기하고 있는 문제는 종편에 한정해서 고려할 문제는 아니다. 아직은 영향력에서 한계를 보이는 종편이지만 동일한 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지상파에게는 선택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시청률 지상주의로 갈 것인가, 공공성을 유지할 것인가는 이제 더 이상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방송산업을 황폐화시키고 있는 종편의 재승인 건은 바람직한 미래 방송 환경을 고려하면서 합리적이고 냉정한 판단에 근거하여 이루어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최초 승인 과정에서 정량적 평가를 뒤집는 정성적 평가로 정치적 고려가 이루어졌던 경험을 되새기면 재승인 심사에 대한 전망이 밝지는 않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심사기준 역시 재승인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치적으로 장악돼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기대를 해볼 수 있는 것은 여론의 압박을 통해 심사위원들이 공정하게 심사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심사 과정을 속기록 수준으로 기록하게 하고, 심사위원을 사전에 공개할 수는 없지만 심사 직후 심사 자료와 심사위원을 자동으로 공개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마지막으로 심사 절차 공정성을 요구하는 압박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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