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최대 쟁점인 이른바 '감세 법안'과 관련해선 여야의 의견 접근이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3일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세법 심사에 대해 사실 쟁점이 거의 없을 정도로 합의가 다 됐다"고 말했다.
'감세 법안'의 쟁점이 되는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증여세 등에 대해서 양측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종합부동산세는 과세 기준 6억 원에 여야가 합의했다. 다만 단독 명의의 1주택자에 대해 3억 원을 추가 공제해 사실상 과세 기준을 9억 원으로 올리는 방안에 대해 민주당은 조건부로 합의했다. 현행 1~3%인 세율을 0.5~1%로 낮추는 정부안을 철회하고 현행 세율을 유지해야 합의할 수 있다는 것.
민주당 기획재정위 법안소위 위원인 오제세 의원은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데 한나라당이 동의하는 것을 전제로 추가공제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세율 조정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세율에 있어 원칙을 벗어나는 조정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해 막판 조율 과정이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다만 임태희 의장은 "종부세도 충분히 의견이 좁혀졌다"며 "구체적으로 한꺼번에 패키지로 (처리)돼야 하니까 더이상 말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감세 법안 조정과정에서도 '빅딜'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
법인세 인하에 대해 여야는 13% 세율이 적용되는 과표 기준을 현행 1억 원 이하에서 2억 원 이하로 완화하는 데 합의했다. 현행 13%인 세율도 2010년 까지 최대 3%까지 인하하는 정부안이 여야 합의로 수용될 전망이다.
과표 기준 2억 원 초과 부분 세율에 대해서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다만 민주당은 현행 세율 25%를 유지하는 대신 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금에 대해서는 특별 공제 등의 방식으로 세 부담을 경감해주는 안을 제시해 절충의 여지를 뒀다.
2억 원 초과 법인세율은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한나라당 임태희 의장은 "(과표 기준 2억 원 이하) 법인세율 인하는 수용할 수 있다고 했지만 (2억 원 초과 법인에 대해 당론과 달리) 한나라당 내에도 '민본21' 등 소수 몇몇 의원이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고 고심을 털어놨다. 현재 한나라당 소속 이한구 예산결산특별위원장도 민주당과 민본21의 주장에 긍정을 표하고 있는 상황.
소득세 역시 과표 구간 4600만 원 이하까지 2% 포인트 일괄 인하에 여야가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4600만 원 이상에 대해선 '현행 유지'를 한나라당은 8800만 원 이상에 대해서만 '현행 유지'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상속·증여세에 대해서는 여야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최소 4%에서 최대 17%까지 인하 폭을 늘리는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현행 유지로 맞서고 있다. 다만 민주당은 가업 승계 기업에 대해 세율 공제 등 예외를 두는 방안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한구 위원장도 "시급하지 않은 상속·증여세 등 몇 개는 양보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가가치세 인하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부정적이다. 임 의장은 이날 "기획재정위에서 (민주당의) 부가세 일괄 인하는 이미 물 건너간 논의"라고 못 박았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그대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도 그는 "품목 별 부분 별로 접근하거나 실질적으로 카드 때문에 자영업자들의 부가세 부담이 늘어난 부분을 덜어주자는 데는 한나라당도 생각이 같다"고 말해 절충의 여지를 뒀다.
이날 오전 기재위 세법심사 소위의 절충안 논의 직후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현재까지 합의됐다고 알려진 내용 이외에 진전된 내용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민주당은 소위에서 낼 카드는 이미 다 낸 셈"이라며 "이제 정치적 차원에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태희 의장 역시 "지도부에서 예산과 예산 부수 법안은 정치적인 차원에서 처리를 해 달라고 요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3일 오후 현재 한나라당의 예결소위 강행에 맞서 민주당은 전 상임위 불참을 선언했다. 기재위 법안심사소위도 공전 중인 상태다. 하지만 회의가 속개될 경우 여야의 절충은 비교적 쉽게 이뤄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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