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성, 파업 중인 협력사에 본사 인력 투입…"위장도급 자인"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성, 파업 중인 협력사에 본사 인력 투입…"위장도급 자인"

타지에서 직영 엔지니어 지원 보내 …삼성 "법적 문제없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엔지니어들이 파업에 돌입하자, 삼성전자서비스 본사가 신속하게 대체 인력을 투입했다. "삼성과 협력업체는 독립된 경영 주체라는 주장과는 모순되는 것으로, 위장도급을 자인한 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협력업체인 (주)김해베스트서비스 소속 외근 엔지니어들은 20일 오전 9시께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토요근무 유급 적용 △제대로 된 연차수당 지급 △건당 수수료 체계 개편 △회계장부 투명 공개 △노동조합 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교섭권을 위임받은 경총과 계속해서 교섭을 시도했지만, 3일 노동위원회 조정이 있은 후 현재까지 교섭이 열리고 있지 않다"며 "노동위원회를 통해 얻은 합법적 쟁의권을 바탕으로 성실 교섭을 촉구하는 파업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파업이 시작되자 삼성전자서비스는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본사 소속 엔지니어 약 25명을 김해센터로 보내 수리 물량을 정상 처리하고 있다. 광주 직영센터 관계자는 "본사에서 지원 요청서가 들어와, 일부 인력을 김해로 보내놓은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원청에서 하청으로 인력 지원…"삼성, 위장도급 자인"

이러한 본사 엔지니어 투입은 노조법상 '불법 대체 인력 투입'에 속하거나 또는 '위장도급을 인정한 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는 "그간 삼성전자서비스는 108개 협력업체가 각각 별도의 법인으로, 삼성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사업을 수행한다고 주장했다"며 "삼성의 논리대로라면, 이번 인력 투입은 현대자동차가 파업 중인 기아자동차에 인력을 투입한 것과 같은 것이므로 불법적인 대체 인력 투입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삼성이 반대로 지역 간 구분 없이 이런 형태(원청→하청)의 인력 지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곧 삼성전자서비스와 협력업체가 동일 사업을 하고 있다는 인정"이라며 "즉 삼성이 위장도급 및 불법파견을 자인한 것이자, 협력업체 노동자에 대한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삼성이 '사용자로서의 실제 지위'와 '간접 고용을 통한 서비스 수행'이란 두 가지를 다 가지려다 보니 파업 대책이 꼬이고 있는 것 같다"고도 말했다. 

대체 인력 투입을 확인한 금속노조는 (주)김해베스트서비스에 "대체인력 투입은 부당노동행위의 일환"이라고 항의했다. 아울러 "지난해 10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폭로한 '2012년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실제 가동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관련 기사 보기 : "삼성, 삼성전자서비스에서도 '노조 파괴 문건' 실행")

현재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중앙쟁의대책위원회(위원장 윤욱동)는 대체인력 투입에 항의해 쟁의 지침 2호를 부산과 경남 지역에 내린 상태다. 지침에 따라 9개 분회(12개 센터)는 이날 오후 1시 부로 김해센터 수리사들과 연대하는 파업에 돌입했다. 김해센터 수리기사 박보성 조합원은 "대체 인력 투입이 빠질 때까지 파업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서비스 측은 "도급 계약에 따라 협력업체가 주어진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경우 본사에 '물량 반납' 통보를 할 수 있다"며 "김해센터 사장이 오전에 반납 통보를 해서 본사 인력을 투입한 것이다.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검토를 끝냈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 업무상 재해 첫 인정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돌연사 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동자에게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첫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이승택 부장판사)는 20일, 유족 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기로 처분한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부인)이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에서 내근관리팀장으로 일했던 정 씨(30대)는 지난해 12월 19일,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후 사망했다. 이날 오전 출근해 업무를 보던 중이었다. 

정 씨는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를 상대로 진행한 2012년 2분기 평가 이후 극심한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당시 평가에서 소속 업체가 평가 대상 10개 업체 가운데 최하위 점수를 받아 경고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특히 4분기 평가에서도 최하위가 예상되자 정 씨는 일부 기사들과 아침‧저녁으로 회의를 하며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휴대전화 액정이 잘 깨지고 교체 비용이 비싸다는 언론 보도 이후엔 욕설을 하는 고객과 상담 건수가 증가해 업무 강도 또한 극심해졌다. 

재판부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고혈압 등 기존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급격히 악화시켜 고인을 사망에 이르게 했다고 볼 수 있다"며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한 "고인이 사망하기 전 1주일 동안 최소 68시간을 일해 정상적인 근로시간인 주 44시간보다 50% 이상 많이 일했다"며 "실적에 대한 부담과 팀원을 다그쳐야 하는 상황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