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이승만 정권 '교육 자치'보다도 못한 새누리당 '교육 개혁'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이승만 정권 '교육 자치'보다도 못한 새누리당 '교육 개혁'

[리울 김형태의 교육 이야기] 역사를 되돌리는 '교육 자치법' 개정안

언론 보도에 따르면, 새누리당이 6.4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두고 전면적인 지방선거제도 개편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구(區)의회 폐지, 광역단체장 연임 축소,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동반 출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등 '대수술'을 할 태세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교육의원총회에서는 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와 교육의원 일몰제를 강행하는 방향으로 '개악'이 이뤄질 경우, 이를 헌법 제31조 제4항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위반으로 보고 즉각 헌법소원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교육감 선거 직선제는 유지되어야 한다. 간선제나 임명제로 가자는 것은 역사를 뒤로 돌리는 일이다. 이를테면, 제한적 직선제(간선제)는 현실성이 없다. 어떤 기준으로 유권자(학부모) 여부를 판단할 것이며 한 가정에 몇 표를 부여할 것인가 등, 문제거리가 될 소지가 많다. 러닝메이트제(동반 출마)는 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오히려 주민 직선제와 선거 공영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대선 자금에 문제가 있다 하여 대통령 선거를 간선제나 임명제로 하자고 할 것인가?

스웨덴과 같은 많은 유럽 국가들은 학생 때부터 정당에 가입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준다. 오스트리아의 경우, 27세의 대학생을 외무부 장관으로 발탁,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는 학생은 고사하고, 성인인 교직원들에게조차 정치 기본권(정당 가입, 활동, 후원)을 보장하지 않는다. OECD 국가 가운데에서도 사실상 '정치 후진국'이다. 그런데 이런 부분을 개선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그나마 있는 교육 자치마저 무산시키려고 하는 것은 털도 안 뽑고 교육을 삼키려는 특정 세력의 '탐식'에 불과하다.

한국교육의원총회가 교육자치법 개정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이승만 정권 때 '교육 자치'만도 못한 새누리당 개편안

우리나라의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는 주민 참여가 지속적으로 확대돼 온 과정에 존재해 왔다. 교육감과 교육의원 선출 방식은 '학교운영위원 일부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학교운영위원회 위원 전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에서 선출→주민 직선' 등의 길을 열며 교육 자치 참여 규모를 확대해 왔다. 주민직선제는 다른 방안과 비교했을 때, 주민 참여의 원리가 가장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의회 민주주의는 초반부터 민의원과 참의원을 두는 양원제를 실시했다. 6.25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렀다. 지방선거에서는 교육 자치를 시·군 기초단위까지 확대 실시했다. 교육위원을 읍·면의회 간선으로 선출, 구성하도록 했다. 또한 교육세를 독립시켜 지방세에 포함시켰다. 교육세를 교육청이 징수하고 교육 자치의 젖줄이 되도록 한 것은 획기적이었다. 그리고 중앙에서는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1명씩 선출된 교육위원을 중심으로 중앙교육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런 제도는 지금 도입해도 늦다거나 잘못된 것이 아니다.

우리의 교육 자치 출범 초기 제도는 4.19혁명 후 민주당이 내각제를 실시할 당시 승계됐지만, 5.16쿠데타가 발생하면서 무너지게 된다. 군사정부에 의해 국회는 물론 지방 자치 제도와 교육 자치 제도가 모두 폐기됐다. 이후 군사정부는 민정 이양 수순을 밟았지만 박정희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게 된다. 박정희 정부는 이름뿐인 '교육 자치 제도'를 부활시켜 시·도교육감은 임명제로 두고 시·도교육위원회를 '추천제'로 만들었다. 그나마 친정부 인물이 아니면 무보수 명예직인 교육위원 추천 대상에 들기도 어려웠다.

그러다가 문민정부, 국민의정부로 이어지면서 교육위원회는 시·군·구 기초 단위 의회의 추천으로 시·도의회에서 선출, 구성하게 된다. 교육감은 시·도교육위에서 간선으로 뽑았다. 참여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 이르면서 교육의원·교육감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교육감·교육의원 직선제 다음 단계는 어떻게 돼야 할까? 교육 자치의 '독립화'를 더 강화해야 한다. 의결권이 확보된 시·도교육의회와 의장, 그리고 선출된 교육감이 함께 온전한 지방 교육 자치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지방 교육 자치 제도가 임명직, 관선에서 민선으로 전환될 당시 '목표'로 삼았던 모델이 있다. 당시 교육위원회에 선심권(先審權)을 부여한 것은 교육위원회 위원장을 '의장'으로 하고 사무국을 '의사국'으로 개칭하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지금처럼 시·도의회 산하에 교육위원장을 두는 게 아니라, 교육위원회-교육감의 독자적 '입법-행정' 모델을 확립시키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말이다. 교육의원-교육감 직선 실시 이후, 교육 자치는 지방 자치에 예속된 상태에서 벗어날 단계에 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과 정부의 '개악'안에 따라 교육 자치가 원점 회귀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지금이다.

자주성·전문성과 정치 중립성 보장되도록 교육 자치법 개정돼야

이제 6.4지방선거가 채 5개월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2010년 기형적으로 개악된 교육 자치법은 바뀌지 않고 지속되고 있다. 당시 변경된 교육 자치법은 교육 자치제 실시 이후 줄곧 지속돼 왔던 교육감의 교육 경력 조항을 삭제하고 교육 정책 심의 의결을 담당해 온 교육의원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이번 6.4지방선거에는 개정된 제도로 지방 교육 자치 선거가 치러진다. 그렇게 되면 교육의 전문성과 자주성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 합의로 국회에 정치개혁특위가 구성되고, 지방 교육 자치 제도 개선을 결정하면서 이 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우리는 이번 정개특위에서 교육 자치의 본질과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이 존중되는 개정안이 나오기를 강력히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교육감 후보 교육 경력을 삭제하고 교육의원 제도를 사라지도록 한 '일몰제'가 폐지돼야 한다.

교육 활동은 해당 행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 외에도,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관한 교육 영역 고유의 전문적 지식을 필요로 한다. 고도의 자율성과 사회적 책임성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이런 이유로 헌법재판소는 교육감과 교육의원에게 교육 전문성을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감에게 상대적으로 긴 시간의 교육경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이 외부 세력의 부당한 간섭에 영향 받지 않아야 한다는 '교육의 자주성' 원칙에 따라서라도 교육 전문성은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지방 교육 자치 제도의 개정 방식과 상관없이, 이번 개정 기회를 틈타 우리 사회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교육감 직선제를 아예 변경해버리려고 하는 시도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시·도지사 교육감 임명제, 러닝메이트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 데, 이들 방안은 주민 직선으로 발전된 교육 자치를 정파의 유불리에 따라 후퇴시키려는 시도다. 교육감 선거를 정당 공천에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임명에 맡기자고 하는 것은 교육 자치를 정당과 일반 행정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이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과 교육의 자주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진보 성향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모처럼 교육 자치를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 교총 안양옥 회장과 전교조 김정훈 위원장은 지난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 자치 수호와 정상화를 위한 5대 핵심 요구 사항'을 밝혔다.

교육감 후보 요건에서 교육 경력을 부활시키고, 지방교육자치법에 따라 일몰제가 적용돼 올해부터 사라지는 각 시·도의회의 교육위원회 제도를 유지하고, 교육위원 수는 확대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교육감 직선제를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돈 선거'를 막기 위해 선거 공영제를 강화, 시행할 것을 촉구했으며, 투표용지는 추첨을 통해 세로로 배열하는 현행 방식에서, 후보자의 이름을 균등하게 배열하는 '교호순번제' 적용을 제안했다. 정치권은 교육계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개정 과정에서 혹여 교육 자치를 퇴행시키려는 시도가 있다면, 이는 300만 교육 가족들과 국민들의 엄중한 심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