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개헌안이 조금씩 구체화 되고 있다. 언론사 간부들을 직접 만나 개헌홍보작업에 나서고 있는 이병완 청와대 비서실장은 18일 오후 중앙 일간지 정치부장단을 만나 "결국 대통령의 개헌안을 국회에 발의할 때 세 가지를 정리해서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첫째는 대통령이 4년 연임한다는 것, 둘째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맞추는 것, 셋째는 둘째의 연장으로 대통령 궐위 시 새 대통령의 잔여임기 처리 조항이다"고 청와대의 정리 사항을 밝혔다.
"대통령 궐위 시 잔여임기 조항도 정리할 것"
이 실장이 언급한 사항 중에 첫 번 째, 두 번 째는 이미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만 세 번째 조항은 조금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의 주기를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개헌제안 이유가 이번에 충족되더라도 대통령이 궐위될 경우 또 다시 지속적으로 선거 주기가 틀려지기 때문에 애당초의 개헌 제안이유가 무의미해지는 것.
미국의 경우 대통령 궐위 시 부통령이 잔여 임기를 승계하지만 현행 우리 헌법에서는 대통령 유고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그로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 아예 새롭게 임기가 시작되게 된다.
따라서 말 그대로 '원 포인트' 개헌이 될 경우 한번만 삐끗하면 아예 대선과 총선 시기는 영원히 달라지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세 번째 항목은 결국 대통령 궐위 시 새 대통령은 이전 대통령의 잔여임기만 채우게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냐'는 참석자들의 질문에 이 실장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구체적인 것은) 전문가들이 논의할 것"이라고 답했다.
부통령제 도입 등 복잡한 경우의 수로 연결 가능성
'궐위 시 누군가가 잔여임기만 채운다는 것은 결국 부통령제 도입 등이 전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자리에 배석했던 윤승용 홍보수석은 "그런 구체적인 문제를 아직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전날 진행된 대통령과 중앙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단 오찬회동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당시 한 참석자는 "국정 운정의 안정성을 기하기 위해 두 선거의 주기를 맞추겠다는 것인데 대통령 유고가 있으면 다시 임기가 안 맞게 된다"며 '본래 취지에 맞추기 위해선 (대통령 유고시 잔여임기만 맡기 위해) 정부통령제도 같이 제안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부통령제 얘기를 하면 얘기가 아주 복잡해지고 총리 제도의 골간을 전부 다 흐뜨려야 되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해진다"며 "(대통령) 유고 시 문제는 지금 제도 하에서 부통령이 없어도 잔여 임기를 갖는 보궐선거를, 잔여 임기가 아주 짧을 때는 국회에서 간선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는 4년 연임제라고 하는 이 제도 안에 들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많은 논란이 필요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통령 유고시 보궐선거를 통해 기존 헌법 조항에 따른 임기 4년의 새 대통령 또는 새 규정에 따라 잔여임기만 수행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든지, 잔여임기가 짧을 때 국회에서 간선으로 잔여임기만 수행하는 대통령을 선출하든지, 혹은 정부통령제를 채택해 별도의 대통령 선출 없이 안정적으로 잔여임기를 맡게 하든지 간에 대통령의 유고시 잔여임기 사항은 만만치 않은 문제다.
개헌은 그 엄밀성을 위해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따져야 하고, 부통령제 도입 등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선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유신 시절이냐"
이 실장은 전날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현재 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행 헌법의 사실관계를 잘 모르고 개헌의 역사에 대한 의혹 인식 때문"이라며 "이런 문제가 풀리면 여론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자신했다.
특히 이 실장은 소속 의원들의 개헌 논의를 금지시키고 있는 한나라당을 향해 "헌법에 대해 찬성과 반대를 막론하고 아예 이야기를 못하게 하는 (유신 시절) 긴급조치 1호냐"며 "도대체 '정치적 묵비권'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나"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2006년 5.31 지방선거 뒤에 하면 된다는 공감대가 정치권에 있었지만 그 때는 워낙 참패와 압승이어서 어느 쪽도 (개헌을) 제기하기 어려웠다"며 "사학법 하나로 1년을 보낸 세월 아니었나"고 답했다.
'개헌 반대자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어제 대통령 발언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 실장은 "역사적 책임, 정치적 대의에 관한 책임을 물을 것이란 뜻"이라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전날 "지금 개헌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차기 정권의 개헌을 이야기하는데 다음 정권에서도 개헌을 안 하면 내가 끝까지 책임을 추궁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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