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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참사, ‘진압’이 아니라 ‘구조’였더라면…

[시민정치시평] 국가 폭력, 경찰력 남용 막아야

“여기, 사람이 있어요!” 살려 달라는 그 절규가 지금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분명히 거기에 사람이 여럿이 있다는 것을, 또 높은 망루에 사람이 있어 매우 위험하니 제발 강제 진압을 멈춰달라는 그 호소를 이명박 정권도, 경찰 수뇌부도, 특공대도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그날 국가 권력은 무시무시한 폭력이 되어 결과적으로 여섯 명이나 되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 버렸습니다. 5년 전, 2009년 1월 20일의 용산참사…. 너무나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입니다. 우리가 절대로 잊어서도 안 되고, 잊을 수도 없는 일이 바로 용산참사일 것입니다.

용산참사의 원인을 크게 세 가지로 뽑아본다면 △폭력적이고 일방적이며,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희생은 당연시하면서 진행되는 재개발사업 제도, △상가임차인들의 생존권에 대한 보호방안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 △국민들의 생존권 호소를 탄압하고 살인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당시 이명박 정권과 경찰 수뇌부의 그릇된 행태, 이렇게 세 가지를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용산참사 이후 폭력적이고 탐욕스러운 뉴타운·재개발사업은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고, 부족하지만 서울시를 중심으로 여러 개혁과 개선이 진행되고 있어 그나마 다행스러운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뉴타운·재개발사업 지역의 상가세입자 이슈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입니다. 짧게는 수년, 더러는 수십 년간 일궈온 생계 터전을 일순간에 잃게 되는 임차상인들. 그들에게 영업보상금을 3달 치 주던 것에서 4달 치를 주는 것이 무슨 해법이 될 수 있겠습니까. 용산참사 당시에도 상가권리금 문제나 상가임차인의 생존권 문제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음에도 여전히 이 문제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홍대 앞 ‘곱창포차’ 사건이나 종로구청 앞 ‘신신원’(중식당) 사건 등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몇억 원이나 되는 상가권리금을 임대인의 묵인 아래 종전 임차인에게 주고 들어갔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임대인이 그것도 받지 못하게 하고 임차상인을 내쫓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 경우,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대규모 개발 현장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상가임차인들이 결사적인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고, 정치권에서도 늦었지만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가임대차보호법)을 일부 개정했고, 또 상가권리금 보호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시 ‘정치’는 너무 늦기만 합니다. 지금 이미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는 임차상인들에게는 그러한 법 개정의 효과가 전혀 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 주거권기독연대에서 기독인들을 상대로 ‘착한 임대인’ 캠페인(주택 세입자들이 10년 안팎 장기적으로 저렴한 임대료로 살 수 있게 하자는 캠페인이고 실제 여러 양심적 기독인들이 이미 이를 실천하고 있고, 또 실천할 것을 다짐)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띕니다. 주택 임대와 관련된 캠페인이지만 상가건물 임대 부분으로도 확대될 수 있는 씨앗이 될 것입니다. 또 몇몇 건물주들은 ‘상가세입자협회’의 호소와 투쟁에 화답하여 상생·타협책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신사동 가로수길 곱창집 ‘우장창장’이 그랬고, 방화동 카페 ‘그’도 그렇게 해서 아쉽지만 상생에 기반을 둬 사건이 원만히 해결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건물주들이, 집 주인들이 세입자들에게 갖은 횡포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선의를 기대하고 호소하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가장 확실한 것은 제도적으로 반드시 상가세입자와 주택세입자들의 생존의 권리를 단단히 보장해주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최근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경제민주화국민본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등이 전국세입자협회, 상가세입자협회 등과 함께 필사적으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운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주택세입자들에게는 전월세 상한제와 장기 임대차 계약 청구권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신정동 ‘그린빌라’ 세입자들과 같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철거가 예고되거나 철거가 확정되어 있는 건물의 경우는 세입자들에게도 이를 반드시 알려주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또 서울의 사회주택 ‘시프트’와 같은 장기 중소형 공공임대주택이 대폭 확충되어 누구나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빨리 앞당겨야 할 것입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서는 현재 서울 기준으로 4억 원 이상의 환산보증금(월세까지를 보증금으로 합쳐 환산)의 경우는 5년까지의 계약갱신청구권만 보장되고, 건물주가 바뀌었을 때 대항력과 차임상승제한 규정이 효력을 미치지 못하고 있으므로, 반드시 상가임대차보호법 상의 보호 범위가 환산보증금의 액수에 상관없이 모든 임대차에 적용되게 하고, 영업상인의 특성상 5년보다 훨씬 더 긴 기간의 영업 권리를 보장해주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상가권리금의 경우도 최소한 장기간의 영업을 보장해주거나 동시에 임대인이 그를 가로챌 수 없도록 하고 가로채는 경우는 손해배상의 책임을 규정하는 방안, 또 더 나아가 성실한 다른 임차인에게 영업권을 양수할 시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임대인이 승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까지도 검토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용산참사와 관련해서 해결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국가폭력과 경찰력 남용의 문제입니다. 한겨울에 무참하게 강제 철거를 단행하고, 무자비한 과잉 진압을 시도해 6명이나 되는 고귀한 생명이 숨졌음에도 당시 이명박·한나라당 정권, 검·경과 수구언론은 이를 참회하기는커녕 빈민들의 살아보겠다는 절규를 ‘도심 테러’로 몰아갔었고, 그들의 후예인 박근혜·새누리당 정권 등도 여전히 그런 기조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이명박 정권과 검경은 자신들의 중대한 잘못과 살인폭력을 가린 채 철거민들만 구속하는 추가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경찰이 집회·시위 현장 지침·수칙 등을 만들어놓고도 이를 전혀 지키지 않은 것도 사실로 드러났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책임지지 않고 이렇게 5년이라는 한 맺힌 세월이 흘렀습니다.

용산 참사의 최고 책임자라고 할 수 있는 이명박은 전직 대통령으로, 당시 서울경찰청장이던 김석기는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떵떵거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기막힌 일입니다. 이명박은 그 외에도 불법 민간인 사찰, 내곡동 사저 부지 관련 범죄, 4대강 죽이기 사업 등의 일로 참여연대, YTN 노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된 상태인데, 용산참사에 대한 책임까지를 포함해 당장 제대로 된 수사와 처벌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김석기도 당장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공항공사 사장직에서 물러나고 용산참사에 대해서 참회해야 할 것입니다. 당시에 이런 구호가 있었습니다. “살려고 올라갔다가, 죽어서 내려왔다”, “모두 살 수 있었는데, 진압이 아니라 구조였다면…” 지금 들어도 너무나 가슴이 아파져 옵니다. 다시 한 번, 너무나 억울하게 그날 쓰러져버린 여섯 분의 명복을 빕니다.

 

※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기획·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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