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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야스쿠니' 아베 욕할 자격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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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야스쿠니' 아베 욕할 자격 있나

[편집국에서] 일본 극우 빼닮은 한국 극우의 '역사 도발'

"가해자인 일본과 피해자인 한국을 동일하게 취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교육부 대변인)

정부가 <뉴욕타임스>에 발끈했다. 정부를 화나게 한 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역사 교과서 관련 정책이 닮았음을 지적한 <뉴욕타임스> 사설이다. 교과서 문제를 담당하는 교육부뿐만 아니라 외교부도 나섰다. 외교부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뉴욕타임스> 쪽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지적대로, 한국과 일본은 다르다. 당연한 이야기다. 한일 관계사를 하나하나 되짚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일본이 가해자였고 한국이 그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박근혜 정부의 퇴행을 옹호하는 방패막이가 되리라 기대한다면, 그건 무리다. 그러기엔 한국과 일본, 두 나라 극우의 행태는 너무나 닮았다. 빼다 박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일본에서 역사 교과서 퇴행의 선봉에 선 건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이었다. 새역모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일본에서 이뤄진 역사 교육을 '자학 사관'으로 몰아붙였다. 자랑스러운 일본의 역사를 자학(스스로 학대)했다는 주장이었다. 군국주의 침략 전쟁 및 그 과정에서 자행한 민간인 학살을 반성하는 정당한 움직임을 일본이라는 국가의 정당성을 훼손한 일로 몰아세운 강변이었다.

무시무시한 궤변과 함께 달콤한 사탕도 내밀었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부정적인 역사를 가르쳐서야 되겠느냐는 것이었다. 성공한 역사,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쳐야 사회가 바로 서지 않겠느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그건 독이 든 사과였다. 저들이 내미는 '성공한 역사', '자랑스러운 역사'에 '종군 위안부', 난징 대학살 등 일본의 전쟁 범죄가 설 곳은 없었다. 전쟁 범죄 자체를 부인하거나, 그게 불가능한 사안에 대해선 왜곡하고 감추는 것이 '자학 사관'을 극복하는 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는 전범에 대한 재평가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전쟁 범죄를 자행한 부끄러운 조상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자랑스러운 일본인이라는 논리다.

저들은 역사의 진실과 인류의 보편적인 양심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이런 주장을 퍼뜨리는 데 온 힘을 다했다. 정치권과도 연계했다. 아베 신조 총리도 그중 하나였다. 아베 신조 총리는 자민당 의원이던 1993년, 새역모의 모태로 꼽히는 역사검토위원회를 만든 사람 중 하나다. 아베 신조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일회성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일본 극우는 이러한 자신들의 주장을 담은 교과서를 만들었다. 후쇼사 교과서다. 일본의 양심적 세력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에서도 이 교과서의 위험성을 비판했다. 그러나 후쇼사 교과서는 정치권의 지원에 힘입어 제도권에 진입했다. 초기 채택률은 낮았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후쇼사 교과서 등장을 계기로 일본의 교과서 서술 지형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다는 점에서다. 후쇼사 교과서를 매개로 일본 극우가 역사 교육 지형을 서서히 바꿔갔다는 말이다.

▲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일본 극우의 역사 왜곡 빼닮은 한국 극우의 '역사 도발'

한국 극우가 1990년대 이후 한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1995년 <조선일보>는 국민들 손에 쫓겨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는 기획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이승만 살리기, 박정희 띄우기'가 확산됐고 2000년대 들어 뉴라이트가 그것에 앞장섰다. 이들의 주요 표적은 분단과 독재에 맞서 한 걸음씩 민주주의로 나아간 역사였고, 그 논리는 일본 극우의 '자학 사관' 궤변과 다르지 않았다.

핵심은 이승만·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성공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승만 정권 당시 수십 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이나 박정희 정권 때 이뤄진 숱한 인권 침해 같은 역사의 진실에 주목하는 것은 이들에게 '좌편향 사관'일 뿐이었다. 침략 전쟁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학살했던 자국의 과거를 감추는 일본 극우를 빼다 박은 모습이다. 군산복합체의 나라 미국이 이라크 전쟁 등을 통해 수많은 민간인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이를 '부수적 피해'로 간주하는 것과도 닮은꼴이다.

일본 극우가 후쇼사 교과서를 만든 것처럼, 한국 극우도 이러한 자신들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교과서를 선보였다. 친일·독재 미화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 교과서다. 전형적인 지배자(일제 때는 일제, 이승만·박정희 정권 때는 이승만·박정희) 관점으로 서술됐을 뿐만 아니라, 북한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주요 사안을 설명하지 못하는 '종북 사관'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자랑스럽게 여겨야 할 건 분단과 독재가 아니라 그것을 한 걸음씩 극복해온 역사이며, 그걸 이뤄낸 힘은 대다수의 평범한 한국인들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이들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위험하고 허술하고 부실하기 짝이 없다'며 각계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우려한 이유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극우 교과서 구하기 작전'이 전개됐다. 교육부는 교학사 교과서를 구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는 비판을 자초할 결정을 거듭 내렸다. 2008년 뉴라이트 단체인 교과서포럼에서 <대안 교과서>를 내자 "이제 걱정을 덜게 됐다"며 찬사를 보냈던 박근혜 대통령이 이끄는 교육부다운 행보다.

새누리당 의원들도 전면에 나섰다. 김무성 의원은 7종 교과서를 "부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로 매도하고, 교학사 교과서야말로 "긍정적 사관에 의한 교과서"라고 치켜세웠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7종 교과서를 "좌편향 일색"으로 몰아가면서 "학생들이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자라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부정의 역사로 가득한 역사를 가르쳐서야 되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7종 교과서를 "상한 음식"(염동열 새누리당 의원)에 비유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남로당식 사관"이라며 기존 역사 교육에 빨간딱지를 붙인 <조선일보>의 논리 그대로다. 또한 일본 극우와 논리는 물론 표현까지 빼닮은 강변이다. 새누리당이 당 차원에서 꾸리겠다는 '바른 역사 교과서 만들기 추진단'이 한국판 새역모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박근혜 정부, <뉴욕타임스> 지적에 발끈할 때 아니다

남북한의 극단주의 세력이 적대적 공존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본 극우와 한국 극우는 이처럼 닮은꼴 행태를 보이며 공존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가 '아베와 닮았다'는 지적에 발끈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일본의 군국주의 망령 부활 움직임을 비판할 자격이 한국인들에게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와 정반대다. 그건 한국인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동아시아 평화를 위해 일본 내 양심적인 세력과 손잡고 진행해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일본 극우를 빼닮은 한국 극우와 박근혜 정부의 행보가 한국인들의 정당한 비판의 힘을 약화시킨다는 데 있다. 시쳇말로 일본 극우가 '한국 지배층, 너희들도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한테 화살을 돌리냐'는 식으로 반박할 길을 열어준다는 말이다. 일본의 우경화에 대한 한국인들의 비판이 더 큰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이런 모순부터 해소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비판을 받는 건 일본군 출신 독재자(박정희)의 딸 혹은 A급 전범(기시 노부스케)의 손자여서가 아니다. 이른바 '백두 혈통'이라는 걸 내세우는 북한의 궤변이 우스운 것과 마찬가지로, 혈통은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문제의 핵심은 박 대통령도, 아베 총리도 잘못된 과거를 성찰하기는커녕 오히려 드높이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터진 후 거리에서 이를 비판해야 했다. 그에 더해 교학사 교과서 배포 금지 소송까지 내야 했다. 전쟁 범죄를 감추려는 일본 정부와 고령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거리와 법정에 서게 만든 한국 정부, 그 거리는 얼마나 될까. 야스쿠니 참배를 당연하게 여기는 아베 신조 총리를 향해 "마이동풍"이라고 비판한 박근혜 정부가 자신들의 모습은 어떠한지를 깊이 생각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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