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 이후 구미 해평습지를 찾는 철새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단체는 "4대강 사업 공사 후 모래톱 유실"을 원인으로 꼽은 반면, 환경청은 "4대강 사업과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14일 "낙동강 중류 대표적 겨울 철새 도래지인 경북 구미시 해평습지가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후 철새 쉼터인 모래톱이 대량으로 사라지면서 해마다 철새 개체수가 크게 줄어드는 등 철새 도래지 명성을 잃어가고 있다"며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미시가 매년 발표하는 '해평습지 겨울철새 개체수 통계자료'를 보면, 2009년에서 2013년까지 해평습지 철새 개체수는 '반토막'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 일환으로 2010년부터 수림지대와 모래톱을 포크레인으로 드러내는 준설공사를 시작한 후에는 더 심각해졌다.
특히 지난 2009년 2,822마리에 이르던 '흑두루미'는 공사가 완공된 2013년에는 1,392마리로 50.67%나 줄어들었고, 2009년 331마리에 이르던 '재두루미'는 5년 뒤 28마리에 그쳐 무려 91.54%나 감소했다. '쇠기러기'도 2009년 6,820마리에서 2013년 2,800마리로 58.94%, '고니'도 5년 사이 264마리에서 150마리로 43.18%나 줄었다.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고니는 각각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철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4대강 사업 탓"이라며 "철새들이 모래톱이 없는 습지를 떠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구미시 자료에 사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낙동강을 6m 깊이로 파고 초대형 보로 강물을 막아 철새낙원 해평습지 모습은 사라져 호수가 된 낙동강만 덩그러니 남았다"며 "설상가상 흐르지 않는 낙동강이 얼어 철새들은 먹이를 찾지 못해 생존위협에도 놓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나마 남은 모래톱마저 사라지면 철새들은 영영 쉼터를 잃게 된다"면서 "보를 유지하는 한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는 더 이상 없다"고 경고했다. 때문에, ▶"해평습지 상류 칠곡보의 관리수위를 3m 로 관리, ▶4대강 보를 해체하고 낙동강을 원래의 모습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황금빛 모래밭이 사라진 해평습지는 더 이상 철새들의 안락한 쉼터가 될 수 없다"며 "4대강 사업 전에 이미 수많은 환경단체가 이 상황을 정부에 경고했지만 정부는 공사를 강행했다. 결과적으로 해평습지 철새 개체수는 반토막났고 도래지 명성도 잃었다"고 지적했다. 또 "천연기념물 철새들이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먹지 못해 생존의 위협에 놓였다"면서 "4대강 보는 사람에게나 동물에게나 악몽이 됐다. 존재할 가치가 점점 더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구지방환경청은 해명보도자료를 내고 "4대강 사업 낙동강 공사 시 해평습지 도래 철새 개체수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2013년 공사 완료 후에는 3년간의 공사기간보다 오히려 도래 개체수가 16.3%나 증가했다"며 "4대강 사업과 철새 개체수 감소는 무관하고 사실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권태근 대구지방환경청 자연환경과장은 "5년 간 개체수를 보면 줄어든 게 맞지만 공사가 진행되고 끝난 최근 3년 자료를 보면 오히려 개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철새들이 다시 해평습지를 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해명했다. 또, "기존 모래톱이 사라진 것은 맞지만 대체 도래지를 마련해 철새 생존을 보장하고 있다"며 "감소 원인을 4대강 사업으로 한정하는 것은 일방적이고 무리한 주장"이라고 했다.
평화뉴스=프레시안 교류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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