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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태풍·홍수 강타, 동남아가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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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아닌 태풍·홍수 강타, 동남아가 수상하다!

[초록發光] 메콩 강 홍수와 MRC의 한계

동남아 지역 연구자인 나는 요새 동남아에서 들려오는 재난 소식 때문에 현지 친구들의 안부가 참으로 궁금하다. 결국은 유혈 사태로까지 번진 캄보디아 노동자 시위의 원인으로 한국 대사관과 한국 봉제 기업들이 지목되는 사태에도 주목하게 되지만, 칼럼의 취지에 맞도록 동남아 지역의 환경 이슈로 애써 눈을 돌린다.

영하의 날씨를 오르내리는 한국과 비교할 바는 아지만, 나름 아열대 동남아 지역에도 겨울 시즌은 있다. 산간 지역처럼 지역적 특수성이 존재하는 곳을 제외하고 25도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아열대 동남아 지역에서는 건기(dry season)의 형태로 겨울 시즌이 존재한다.

사실 동남아의 건기는 중위도 겨울 추위에 떨던 동북아와 유럽 및 북미의 여행자들에게 최적의 여행 시즌이다.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의 걱정도 덜고, 비도 없이 맑은 날들이 이어지고, 날씨도 1년 중에선 가장 선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상 하계 휴가보다는 동계 휴가 때의 동남아 여행 상품 가격이 좀 더 비싸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이 겨울 동남아의 날씨 관련 소식이 좀 이상하다. 며칠 전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에는 때 아닌 태풍이 강타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작년 11월 비사야스 지방에 1만 명 가까운 사상자를 낸 하이옌처럼 초특급 태풍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에, 최근 며칠간 필리핀 뉴스를 연속으로 검색해봤다.

ⓒglobalwaterforum.org

1월 13일자 필리핀의 일간지 <인콰이어러(Inquirer)>의 집계에 따르면, 이번 태풍의 희생자는 사망자 6명, 실종자 6명으로 집계되었다. 초기의 우려에 비해 이 태풍은 작년 하이옌만큼 위력을 드러내지는 않았는가 보다. 하지만 사망자 중 7세 아동은 산사태로 사망했는가 하면, 여전히 수천 명의 가구가 슬럼에 진배없는 집을 떠나 초등학교와 각종 관공서로 대피해 있는 상황이다. 민다나오 섬 곳곳에는 다리가 끊기고 산사태로 도로가 유실되는 등 인프라 피해도 있어 복구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륙부 동남아로 눈을 돌려보니, 최근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라오스와 태국(타이) 북부 지역에도 지난 12월 갑작스런 홍수가 한 달 내내 이어졌다. 이번 홍수는 미얀마(버마), 태국, 라오스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에서부터 우본라차타니 주 콩치암(Khong Chiam)에 이르는 태국-라오스 국경을 따라 가장 심각했으며, 양쪽 국경, 특히 태국 쪽 메콩 강변의 여러 마을에 큰 피해를 입혔다.

가장 심각한 지역은 치앙센의 솟콕(Sob Kok)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곳은 메콩 강과 그 지류인 콕 강(Kok river)이 만나면서 드넓은 평야 지대가 형성되어 있는 곳이다. 태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12월의 어느 날 아침 지역 주민들이 가꾸던 제방 옆 농장들을 홍수가 덮쳤다고 한다. 건기 동안 옥수수, 담배, 콩, 각종 채소류를 키우며 소득을 얻었던 주민들은 눈앞에서 자신들의 농작물이 흙탕물에 쓸리고 잠기는 것을 속수무책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홍수는 정도는 라오스 샤나부리 주의 메콩 강에 착공된 최초의 하류 메콩 본류 댐인 샤나부리 댐의 공사가 중단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 12월 19일자 <비엔티엔 타임스(Vientiane Times)>는 메콩 강의 수심이 높아져 샤나부리 댐의 건설이 중단된 사실을 보도했다. 댐 건설 프로젝트 담당사인 샤나부리 전력 회사 역시 "임시 차폐물과 댐 건설지의 하도 내 저지대가 침수되어 댐 방류 공사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스스로 밝혔다.

분명한 것은 겨울 동안 이 정도의 홍수가 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거의 처음 있는 일이라는 점이다. 이 지역에 특별하게 12월 우기가 덮친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그렇다면 12월 내내 북부 태국과 라오스 국경의 메콩 강을 넘치게 만든 이 큰 물은 어디에서 왔을까?

물론 메콩에서 이 정도의 홍수가 과거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가깝게 2008년 8월 치앙라이 주 치앙콩에 큰 홍수가 닥쳐 강가 주변 가옥들이 침수 피해를 당한 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때도 그 지역에 폭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하류 메콩의 홍수는 중국과 미얀마 및 라오스 북부 지역 폭우의 결과로 추측했다.

▲ 메콩 강 본류에 계획된 댐들. ⓒInternationalrivers.org
여기서 특히 중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메콩 강의 운남성 구간을 란창 강이라 부르며 자국 내 수자원으로 독자 관리한다. 중국은 하류 메콩 강에 비해 수력 발전에 유리한 란창 강의 조건을 이용한다며 총 8개의 수력 발전소 건설을 계획하였고, 이중 5개를 완공한 상태이다. 2008년 8월 당시 중국은 란창 강 댐의 가용량에 가까워지면서 방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 때 하류 지역 거주민들은 어떠한 경고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이번의 홍수도 2008년의 상황과 유사하지는 않을까? 하류 '메콩 4개국'이 메콩 수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존을 위해 공동으로 설립한 국제기구 메콩강위원회(MRC)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았다. MRC는 예비 조사 결과 12월 메콩강 홍수는 라오스 북부, 미얀마의 북동부, 중국 운남성 남부의 이상스러운 폭우의 결과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번 홍수는 "중국 댐에서의 방류로 인해 갑작스런 고수위가 왔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는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발표하였다. 그리고 중국은 하류 쪽 국가들에서 발생한 홍수 피해에 어떠한 책임 있는 데이터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사건을 접하며 나는 MRC라는 국제기구의 위상과 한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 MRC는 유역 수자원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전을 목표로 하지만, 메콩 유역을 공유한 6개국(중국,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 중 중국과 미얀마를 제외한 4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중국과 미얀마는 단순히 대화 상대국(Dialogue Partner)으로 참여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니 MRC의 회원국들은 12월 홍수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에 책임 있는 입장을 묻기도, 정보 공개를 요청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MRC의 조직 구조. ⓒmrcmekong.org
MRC가 자랑하는 합의의 정신도 최근 라오스 자국 내 메콩 본류에 댐 건설에 본격 나서면서 흔들리고 있다. 작년에 내가 작성한 다른 칼럼에서도 언급했듯이, 라오스는 샤나부리 댐의 건설을 이미 40% 이상 진행한 바 있으며, 최근엔 돈사홍 댐 건설을 위한 정지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관련 기사 : 나라 밖 타인의 삶까지 걱정하는 이유)

샤나부리 댐의 경우 라오스 영토 내에 깊이 들어가 있고, 하류 국가들과 거리도 좀 있는 까닭에 초국적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가 그리 힘을 받지 못했지만, 두 번째 댐인 돈사홍 댐의 경우는 다르다. 돈사홍 댐 자체가 캄보디아 국경으로부터 2킬로미터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시판돈으로 알려진 라오스의 주요 관광지이며, 생태적 특이성으로 인해 회류성 어족의 주요 산란처이자 이동로로 알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MRC 회원국 중 라오스를 제외한 3개 국가(태국, 캄보디아, 베트남)가 돈사홍 댐에 "공식적인 우려 혹은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1995년 MRC 협약에 따른 '사전 협의(prior consultation)'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 안팎의 전문가들과 '메콩 이슈'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이 MRC라는 조직의 권위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라오스의 댐 건설 강행은 유역의 공동 관리와 보전을 위한 합의 정신을 정면에서 위배하고 있는 것이고, 이런 과정에서 지역적 거버넌스(regional governance)에 대한 회의는 점차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라오스의 본류 댐 수력 개발에 제동을 걸고 지역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MRC의 조직 구성과 역할의 변화가 요구된다. 이를 위한 변화의 폭에는 상류 쪽 중국과 미얀마를 실질적인 MRC의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여러 공여국과 국제기구로 구성된 개발 파트너들의 목소리가 일정 정도 수렴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홍수 사태나 라오스의 댐 건설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것은 이 강에 깃들어 생계를 의탁하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지역 주민들 역시 이해당사자의 한 축으로 메콩유역 거버넌스 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의 일환으로 MRC 공여국이 되기 위한 노력을 했으면 한다. 2011년 일-메콩 이니셔티브에 자극받은 이명박 정부는 한-메콩 협력을 강화한다며 한-메콩 외교장관 회의를 1년에 한 차례씩 열고 있다. 하지만 이 기구는 4대강 모델과 닮은꼴인 '태국 통합 물 관리 사업'의 수주에 참여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외에 그 어떤 개발 협력을 수행 중인지 잘 모르겠다.

한국도 단독으로 메콩 유역 국가들과 어떻게 해보려는 활동 말고, MRC의 공여국으로 공식 가입하여 여러 선진 공여국과 함께 메콩 유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보전에 기여하는, 진정한 개발 협력의 모델을 익히고 실천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2014년에는 제4차 한-메콩 외교장관 회의가 한국에서 열린다.

안 그래도 아세안(ASEAN) 내에서 개발 격차가 가장 큰 메콩 유역 국가들에게 뭘 자꾸 팔아먹으려는 생각만 하지 말고, 이들에게 실질적인 발전의 경험 공유가 가능하도록 인도적인 차원의 개발협력을 실천하는 한국의 모습은 어떤가.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는 하지만 나의 새해 소원 중 하나로 적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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