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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버지 죽음의 본질을 흐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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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버지 죽음의 본질을 흐리는가?"

[포토] 유한숙 옹 유가족의 기자회견 "경찰, 짜깁기 발표"

송전탑 건설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다 음독 자결한 고(故) 유한숙 옹의 분향소가 밀양 시내에 마련됐다.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장례를 미루겠다고 밝힌 유족은 분향소에서 추모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분향소는 시청 앞에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봉쇄로 무산되고 밀양역을 거쳐 결국 8일 오후 영남루 건너편에 마련됐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로 주민 4명이 실신해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 밀양 영남루 건너편에 마련된 유한숙 옹의 분향소. 유가족은 공사를 중단할 때까지 장례를 미루겠다고 밝혔다. ⓒ프레시안(최형락)
▲ 분향소 설치 과정에서 한 주민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다. 이날 4명의 주민이 구급차에 실려갔다. ⓒ프레시안(최형락)
▲ 유한숙 옹의 유가족이 기자간담회를 청해 고인의 사망원인에 대한 경찰 발표에 대해 반박했다. ⓒ프레시안(최형락)

이에 앞서 오전 10시 30분 유가족은 빈소에서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경찰의 조사결과 발표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유한숙 옹의 음독 원인이 765kv 송전탑 때문이었음을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우선 고인이 음독 후 의식이 있었고 병원에서 "송전탑 때문에 마셨다"고 딸(42)과 대책위 관계자에게 직접 말한 사실이 있다고 확인해 주었다. 경찰이 흘린 가정 불화설에 대해서는 또 술을 먹고 들어왔느냐는 어머니의 푸념과 김장 양념을 미리 사두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핀잔 정도였다고 밝혔다. 고인의 부인이 부부싸움을 피하는 성격이어서 큰 불란은 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지켜봤던 아들(45)이 전했다.

돼지값 하락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대해서도 "돼지값은 당시에 좋았다"며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다. 땅이 팔리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이라면서도, "돼지를 더 이상 키우지 않기로 한 것도, 땅을 내놓은 것도, 땅이 팔리지 않은 것도 송전탑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경찰이 사망 원인 조사 과정에서 얻은 녹취 자료를 공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검토하지 말고 당장 공개하라"고 응수했다. 고인의 아들은 사건 발생 후 찾아온 평소 알고 지내던 경찰관에게 편하게 많은 말을 했는데 그 중 지엽적인 사실이 짜깁기돼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고 밝혔다. 본인이 조사과정에서 '송전탑 때문'이라고 말한 부분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왜 아버지 죽음의 본질을 흐리는지 모르겠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건 당일의 상황도 알려졌다. 고인은 아들이 보는 눈앞에서 "너의 아버지가 유한숙이다. 그것만 기억해다오"라는 말을 끝으로 방에서 컵에 따라놓은 약을 들이켰다. 놀란 아들이 간호사였던 여동생에게 전화한 후 토하게 하려 했으나 아버지는 뿌리쳤다. 어머니에게 알리고 119를 불러 약병을 챙겨 들고 부산 센텀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들이 따라간 병원에서는 위세척이 되지 않고 있었다. 항의하자 본인이 거부할 경우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산백병원으로 갔으나 혈액투석기가 없다고 해 부산대 병원으로 옮겼다. 유가족은 음독 후 빠른 대응을 했음에도 병원에서 초기에 위세척을 하지 못해 사망까지 이르게 된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경찰 조사 중 발생한 석연치 않은 정황도 공개됐다. 고인의 딸은 부산대 병원에서 토하고 계신 아버지에게 경찰관 3명이 불쑥 찾아왔던 기억을 설명했다. 두명이 아버지 양쪽에 서서 휴대폰을 갖다 대로 왜 그랬느냐고 물었는데 아버지가 "송전탑 때문에 그랬다.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자 크게 당황하면서 휴대폰 녹음기를 끄더라는 것이다. 그리고는 딸에게 아버지의 평소 모습과 음독 동기를 묻기 시작했다. 딸은 "평소 송전탑 때문에 괴로워하셨지만 왜 농약까지 마셨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딸은 이런 정황은 하나도 밝히지 않고 자신의 말 앞뒤를 잘라 경찰이 음독 이유를 발표했다며 반감을 내비쳤다.

유가족은 "아버지를 죽게 한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를 받고 싶다"면서 기자들에게 "진실만을 보도해 달라"고 여러 차례 부탁했다. 이들은 앞으로 대책위와 같이 싸워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한 주민이 찢어진 천막을 꼬옥 끌어안고 울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대치 과정에서 충격을 받은 한 주민이 쓰러져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주민들이 경찰의 채증에 항의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최형락)

▲ 분향소가 마련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밀양 시민들 ⓒ프레시안(최형락)

▲ 한 주민이 밀양 시민들에게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 89번 송전탑. 이 탑은 유한숙 옹의 사망 시점에 즈음해 지금 모습이 갖춰졌다. 한전은 공사를 중단한다는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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