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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박근혜 정권의 경향신문 난입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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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박근혜 정권의 경향신문 난입 사건!

[편집국에서] 누가 철도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나

수천 명의 경찰이 경향신문사 건물을 둘러싸고 노란색 에어매트가 깔렸다. 해머로 유리창을 깨부수고 최루액을 뿌려대며 건물 안에 진입했다. 뉴스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는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이들이 1979년 신민당사 난입 사건을 떠올렸다고 한다. 당시 파업 농성을 벌이던 YH무역 여성노동자 170여 명이 신민당사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었는데, 경찰은 신민당사에 진입해 저지하는 야당 의원들을 제압하고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김경숙 씨가 투신해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했다. 경찰도 신민당사 난입 사건을 걱정했을까? 에어매트를 깔았다. 그 때와 다른 점은 경찰이 체포 대상자를 한 명도 못 잡았다는 것. 아무도 뛰어 내리지 않았다는 것.

또한 경찰이 영장집행 30분 전 경향신문에 사전 통보하기로 한 약속도 지키지 않았다고 한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만약 조선일보 건물이었으면 경찰이 그럴 수 있었을까. 2013년의 민주노총 난입 사건은 '경향신문 난입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돼야 하지 않을까.

경찰이 압수수색영장 없이 체포영장만 갖고 난입을 한 대목도 논란거리다. 정부에서는 역시나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번 따져보자. 철도노조가 파업을 개시한 이후 코레일은 8565명의 노조원들 직위해제를 단행했고, 경찰은 노조 지도부에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검거 작전에 나섰다. 코레일은 노조에 77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때렸다. 이 모든 강공의 전제는 '불법'이다. 총리는 하루가 멀다하고 '불법 엄단'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누가 '불법'이라고 규정했나.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성 여부는 아직 법원에서 가려지지 않았다.

대법원 판례는 노조의 파업에 대해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와 관련 있는 유기적인 사항, 즉 정당한 노조 활동의 보장 등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항은 모두 쟁의행위 목적에 포함된다"고 보장하고 있다. 일단 민영화 논란은 둘째 치고 자회사 설립만 두고 보자. 코레일의 자체 연구를 통해서도 수서발 KTX를 자회사로 분리하면 코레일 모기업에 5000억 원의 매출 감소, 1000억 원의 순손실을 끼칠 것이라는 예측 결과가 나왔다. 안 그래도 부채가 문제인 코레일에 이와 같은 손실이 생기면 적자 노선 폐지, 임금 재조정, 구조조정 등 근로자의 처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노조는 쟁의기간을 충분히 거쳤고 사업장 유지 필수 인력도 배치하는 등 적법 절차를 지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불법'인지 아닌지는 따져봐야 할 점들이 많다.

그런데 정부는 툭하면 '불법 엄단'이라는 구호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다. 그리고 파업의 불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경찰을 동원해 강제진압에 나선다. 공권력과의 충돌을 유도해 상대를 '불법 집단'으로 선전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에서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법'이라고 판결을 내린 적이 있는가. '법과 원칙'을 좋아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의 불법적인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자"면서 철도노조에 대해서는 법원의 판단이고 뭐고 무시하고 있다.

'불통 정권'이라고 한다. 대화는 자기의 말 보다는 상대방의 말을 들어줄 때 성립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냥 믿으란다. 민영화 방지 장치를 법으로 못 박자고 해도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생명처럼 여기는 정치인이기 때문에 그냥 약속을 믿어도 된단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당선되고 나서 약속은 얼마나 잘 지켰나. 왜 여론이 정부의 약속을 믿지 못 하는지 스스로 알지 않는가.

요즘은 많이 나아졌지만 남성 점퍼나 재킷의 안주머니가 왼쪽에만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왼손잡이들에게는 이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오른손잡이들이 옷을 만들면서 세상에 왼손잡이가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은 것이다. 오른쪽에도 안주머니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세상에 왼손잡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옷은 원래 왼쪽에만 안주머니를 만드는 것이 전통이고 원칙이야"라고 우기면서 왼손잡이들을 애써 외면하려는 고집불통 재봉사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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