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박근혜 등장 후, 정치 사라져…들러리 야당 거부"

대여 공세 끌어올렸지만…與 '준예산' 압박 속 출구찾기 고심

민주당이 연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을 비판하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 뒤 '국회 보이콧'이란 배수진까지 치며 연일 강경 모드인데, 새누리당이 2일 준예산 편성까지 거론하며 민주당을 압박해오자 국회 복귀 명분을 놓고 내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등장 이후 정치가 사라졌다"며 대여 공세의 수위를 한층 끌어 올렸다. 그는 "정치의 산실이어야 할 국회가 정치의 무덤이 되어가고 있다. 오만과 독선과 불통의 정치는 이미 정치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새누리당에 대해서도 "대통령에 충실한 하청 부대가 된 여당은 안하무인 식 일당독주의 길을 치닫고 있다"고 비판한 뒤, "대통령은 국회를 거추장스럽고 해산시켜야 할 집단 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라는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책무를 대통령이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거듭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앞에 놓인 선택지는 단순하다.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일당독주에 구색을 맞춰주는 '들러리 야당'으로 종사하거나 이를 거부할 수 있을 뿐"이라며 "민주당은 '들러리 야당'으로 종사하길 단호히 거부한다. 국회가 통법부로 전락하는 것 역시 단호히 거부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김 대표는 "민주당은 간절하게 정상적인 국회를 원한다. 예산안도 준예산까지 가지 않고 여야가 합의처리 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수시로 민주당을 겁박하듯이 준예산을 거론하고 있다. 법안과 예산을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뜻대로 관철하지 못하면 준예산으로 몰고가서 그 책임을 몽땅 야당에게 뒤집어 씌우겠다는 것이고, 자신들이 어떤 무리수를 써도 민주당은 준예산으로 가는 부담이 두려워 마지못해 따라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어느 때보다 강한 어조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을 비판했지만, 내부적으론 현 상황에 대한 출구 찾기에 고심 중이다. 임명동의안 강행 처리 뒤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며 '퇴로 없는 투쟁'을 선언했던 민주당이지만, 새누리당이 준예산 편성까지 거론하며 국회 복귀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회군'의 명분 역시 고민거리다.

특히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이날 김한길 대표가 제안했었던 4인 협의체에 대해 '조건 없는 4자 회담' 형식으로 역제안한 상황에서, 민주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일단 즉각적인 수용 의사를 밝혔지만, 이날 오후 4자 회담이 열리더라도 국회 정상화의 타개책이 마련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일단 김 대표가 당초 제안했던 4인 협의체가 국정원 대선 개입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 등을 핵심 의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새누리당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특검에 대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여전히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성과없이 국회 일정에 복귀한다면 '빈 손 복귀'라는 당내 비판도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 역시 "직을 걸고 투쟁하겠다"고 밝힌 만큼, 명분없는 회군은 어려운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고 장시간 향후 대응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일단 4자 회담의 수용 의사를 밝힐 만큼, 새누리당이 어떤 안을 들고 나올지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국회 보이콧 해제는) 새누리당에 달려 있다"면서 "일단 만나서 얘기를 들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