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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정치운동', 대안이냐 들러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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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정치운동', 대안이냐 들러리냐

[2007 대선감상법⑧]시민사회 진영의 정치개입, 가능할까?

한나라당이 싹쓸이한 지난해 5.31 지방선거는 진보진영의 시민사회단체와 학계 일각에 심각한 위기감을 부여했다. 공식, 비공식 모임이 삼삼오오 등장했다. 2007년 대선에서 보수세력이 집권할 경우 진보진영 전반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공통적인 동기다.

2007년 대선에 대한 긴장감은 보수진영에서도 형성됐다.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연거푸 패한 후 진보세력과의 본격적인 사상 경쟁을 선언하며 2005년부터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뉴라이트 단체들이 중심이다. 이들에게도 보수세력의 대선 3연패는 용납하기 힘든 미래다.

연초부터 대선정국이 가팔라지면서 양쪽 시민사회 진영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진보진영에선 '진보개혁세력 단일후보론'이, 보수진영에선 '우파대연합론', '독자세력화론'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느 쪽이든 형식적으로는 '정치적 중립'을 표방했던 과거와 달리 드러내 놓고, 그것도 가장 적극적인 형태의 정치개입을 선언한 것이다.

'중도'라는 슬로건이 유행처럼 번진 현실 정치세력들이 이념 대결 구도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가운데 장외 세력들의 이념 대결 무드는 어느 때보다 선명해진 셈이다. 그러나 시민사회진영의 '정치운동'이 그 열기만큼이나 선거에서 현실적인 힘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아직도 양 진영의 다수가 '깊은 모색기'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한 가운데, 윤곽을 드러낸 일부 단체들마저 기존 정당에 흡수합병되거나 팔뚝만 자랑하다 스스로의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애매한 진보
▲ '미래구상'이 내세우는 '反보수세력 결집론'의 정치적 파급력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사진은 지난 2000년 '총선시민연대' 주최로 서울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린 문화행사. ⓒ연합뉴스

진보진영에선 최열 환경재단 대표, 정대화 상지대 교수 등이 중심이 된 '창조한국 미래구상(가칭)'이 가장 눈에 띈다.

정대화 교수는 미래구상 주최로 열린 12일 토론회 발제문을 통해 "열린우리당은 정책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대안이 아니고 민주노동당도 문제제기 정당으로 축소되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면서 "제도정치권의 대안세력이 부재한 상태에서 사회적 양극화와 한반도 평화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정치운동이 형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새로운 정치운동의 목표는 진보개혁세력의 대연합을 통한 대선 승리"라며 "독자적인 세력 구축과 구체적 정책대안을 제시한 뒤 이에 부합하는 진보개혁세력의 반(反)수구 단일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방법론도 제시했다.

독자노선을 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구상'의 움직임에 주목하는 기존 정치세력이 있다. '민주-평화'와 함께 '미래세력'으로 포장되기를 원하는 열린우리당은 시민사회 세력과의 연대에 관심이 많다.

민병두 의원이 "시민운동 세력이 '미래구상'을 구상한 것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 것이나,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대표가 열린우리당의 영입 1순위로 거론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진보진영의 또 다른 세력으로 민주노총, 전농, 한총련, 민주노동당 등 22개 단체를 아우르는 '한국진보연대' 준비위원회라는 조직도 지난 9일 출범했다. 이들은 독자후보를 내세우는 방식은 지양하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건 대선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보연대'는 "민주노동당의 2중대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참여 단체나 인사들의 성향 상 민노당의 대선 활동을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되리라는 관측이 많다. 문성현 민노당 대표가 이 조직의 공동 준비위원장이다. 민노당도 "이미 정치세력화 된 단체에 대해선 세 확대 차원에서 연대할 수 있다"며 싫은 기색이 없다.

밀착한 보수

보수진영도 2007년 대선 대응전략을 두고 분주하다. '뉴라이트 전국연합'과 국민행동본부 등 '올드 라이트' 일부 세력이 손을 맞잡은 '우파 대연합'이 대표적이다. 올드 라이트 쪽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국가비상대책협의회가 제안한 '우파 대연합' 전략을 뉴라이트 일부 세력이 수용함으로써 구축된 것이다.

이들은 "정통 보수와 뉴라이트가 힘을 합쳐 어설픈 풋내기 정치를 쫓아내야 한다"고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전교조 해체, 사학법 재개정, 탈북난민 송환 반대 등 보수진영의 민감한 의제를 매개로 외연을 확장해 나갈 방침도 밝혔다.

이들은 결국 한나라당 지지로 진로가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뉴라이트 전국연합은 "한나라당의 2중대가 아니냐"는 비판까지 받아가면서도 날이 갈수록 한나라당과 밀착도를 높여 왔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등도 지난해부터 각종 뉴라이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눈도장을 찍기도 했다.
▲ 지난 11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뉴라이트 전국연합'의 창립 1주년 기념식에서 김진홍 상인의장이 깃발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이들에 대해 비판적인 뉴라이트 그룹도 있다. '원조 뉴라이트'를 자임하는 '자유주의 연대'나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선진화 국민회의' 등이다.

'우파대연합론'에 대해 신지호 자유주의 연대 대표는 "우파단체들이 대선 국면에서 내용적으로 유기적인 역할분담을 할 필요는 있지만 반드시 단일대오가 될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고, 박세일 교수는 "보수란 무엇인가에 대한 자기정립이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모이자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내에선 최근 창당을 포함한 독자세력화의 필요성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이들 역시 한나라당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 눈치다. 신지호 대표는 "독자적 창당은 논의 과정에서 일부 회원들이 제기했던 것으로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열려 있다"면서도 "가장 큰 덩어리는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 후보가 결정되면 본선에 가는 과정에서 밀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세일 교수도 "한나라당은 아직 멀었다. 한나라당이 올해 대선에서 구태를 벗고 혁신을 이뤄낼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 혁신에 실패하면 완전히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도 있다"면서 "우리의 역할은 대선에서 선진적인 미래세력의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념적 외곽조직으로서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메아리는 있을까?
▲ 지난 10월 '전국연합'을 비롯한 뉴라이트 단체 회원들이 민주노동당의 일부 당직자가 연관된 공안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뉴시스

진보-보수 양 진영의 일부 단체들이 스스로 규정한 행동반경과 이들이 실제 올해 대선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후자의 문제와 관련해 "일부 인사들의 선언적 행동이 언론을 통해 과포장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보수진영의 움직임과 관련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뉴라이트 단체들은 그 동안 진정한 시민단체로서의 활동은 없이 사학법 문제,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 등 기존 정치권과 똑같은 입장이나 반복했다"면서 "심하게 말하면 시민단체 팔아먹는 봉이 김선달"이라고 혹평했다.

민기획 박성민 대표도 "보수 진영이 과연 이런 정도의 역량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견인이 가능하겠느냐"고 평가했다.

직접 정치에 개입하려는 움직임과는 일정부분 선을 긋고 있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선거에서 낙선운동 등을 주도해 온 시민사회단체들의 표정도 마뜩치 않아 보인다.

김기식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反한나라당 연합전선 등 무엇을 반대한다는 논리가 지금 상황에서 얼마나 국민적 설득력이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보수세력의 집권을 허용할 수 없다는 네거티브한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 회의적이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혜정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치세력화를 한다거나 정당을 위해 뛰는 것은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결국 보수진영이건 진보진영이건 본격 정치운동을 지향하는 그룹들은 '선언'만 있고 동력과 컨텐츠를 갖추지 못한 상태이다 보니 종국에는 기존 정치세력에 병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게 읽힌다. '현실정치와 일정한 거리두기'라는 시민사회 진영의 본령을 넘어선 데 대한 원론적 반감도 엿보였다.

시민사회진영 자체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홍형식 소장은 "국민들은 진보단체를 친여단체, 즉 '초록은 동색'이라고 보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의 추락과 함께 신뢰를 잃었다. 그런가 하면 보수는 시민단체로서의 활동에 대한 실적이나 역할, 권위가 없다"며 "결국 진보든 보수든 대선에서 역할을 하거나 기존 정치권을 견인하겠다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얘기"라고 냉소적인 평가를 했다.

박성민 대표도 "대선에서 진보-보수 논쟁은 일정부분 불가피하겠지만 최근 불거진 개헌 문제처럼 국가 시스템의 문제로 좁혀지면 그 시민사회 진영의 영향력의 범위는 현저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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