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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바라기'들의 충성 경쟁, 정국 더 꼬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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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바라기'들의 충성 경쟁, 정국 더 꼬인다

[기자의 눈] '들이대기'부터 '교포 협박'까지…인정투쟁 눈물겹다

#1. 한 장의 사진이 화제다. 18일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관으로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의 왼편엔 영접을 나온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 섰고, 그 옆으로 친박계 '실세'로 꼽히는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정 사무총장을 지나쳐 대통령에게 다가간다. 정 사무총장은 왼손으로 '들이대는' 윤 의원을 밀어낸다.

이 모습이 찍힌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자, 정 사무총장이 내막을 털어놨다.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윤 의원이 영접 프로토콜(의전)을 무시하고 '들이대는' 바람에 자칫 제 어깨가 VIP(박 대통령)와 부딪힐 수도 있을 것 같았다"며 "순간 본능적으로 윤 의원을 손으로 제지하게 됐다"고 인정했다. 정 사무총장에게 '순간 본능적으로' 호위무사의 피가 흘렀던 걸까.

국회 의전 절차에 따르면, 대통령이나 외국 정상이 국회를 방문할 경우, 국회 사무총장이 나가 단독으로 영접하는 게 맞다. 주차된 방문 차량 앞까지 마중을 나간다고 해서 일명 '주차선 의전'이라고도 한다.

정 사무총장은 '끼어든' 윤 의원을 향해 "윤상현 의원, 다음부터는 함부로 들이대지 말고 국회 의전을 존중해 주세요.^^"라고 뼈 있는 농담을 남겼다. 윤 의원은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마치고 본회의장 밖을 빠져나올 때도 줄곧 대통령 옆자리를 지켰다.

#2. 대통령 의전은 생각했지만, 외국 정상에 대한 의전은 안중에 없었나보다. 19일 대정부 질문에서 사달이 났다. 친박연대 출신 새누리당 이우현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전날 있었던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청와대 경호지원 경찰과의 몸싸움에 대해 "왜 멀쩡한 차를 차고 그래요"라며 민주당을 자극했다.

"대한민국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다. 그래서 어느 때보다 안보가 중요하고 대통령 경호도 중요하다"며 강 의원을 사건의 '가해자'로 규정했다. 강 의원의 '버스 킥'은 그렇게 대통령의 경호, 더 나아가 남북으로 분단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행동이 됐다.

여야 의원 사이의 고성, 민주당 의원들의 집단 퇴장, 본회의 파행. 이 모든 과정을 방한 일정 중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알마즈벡 아탐바예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이 모두 지켜봤다. 아탐바예프 대통령은 이날 국회 방문 전 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민을 모범 삼아 자유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민주주의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 넘은 충성 경쟁 '눈살'…풀릴 일도 더 꼬인다

대통령을 향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충성 경쟁'이 눈물 겹다. 민주당은 윤상현 의원과 정진석 사무총장의 '자리 싸움'을 "꼴 사나운 근접 경쟁"이라고 꼬집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시정연설을 마치고 양쪽으로 늘어선 새누리당 의원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본회의장을 빠져 나가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외면했다. ⓒ연합뉴스
문제의 시정연설 당일, 새누리당 의원들은 28분간의 연설 중 총 35차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입장과 퇴장 시 박수를 제외하면 대략 50초에 한 번 꼴이다. 심지어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박 대통령이 "대선을 치른 지 1년이 되어가고 있는데도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한 대목에서도 박수를 쳤다. 시정연설이 끝나자,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질주'하다시피 달려와 박 대통령과 악수를 하기 위해 긴 줄을 섰다. 야당은 외면했다.

도 넘은 충성은 풀릴 일도 더욱 꼬이게 한다. 강창희 국회의장이 유감을 표명하며 수습한 폭행 시비가 새누리당 의원 한 명의 '도발'로 대정부 질문 파행으로까지 이어졌고, 이날 본회의는 새누리당이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난 뒤에야 가까스로 재개됐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의사진행 발언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당초 이 의원이 아니라 김진태 의원에게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당시 시위를 벌인 파리의 교포들을 향해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다"던, 이른바 '교포 협박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그 인물이다. 일종의 '충성 경쟁'이었는지, 김 의원이 고사했다던 의사진행 발언은 이우현 의원의 입을 통해 한층 '센 워딩'으로 야당 의원들을 흥분시켰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대통령의 말만 좇다 상황만 더 악화시켰다. 박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국회의 합의'를 거론하며 이른바 '양특(국정원 개혁특위·특검)' 등 갈등 현안을 모두 국회로 떠넘기자, 새누리당은 기다렸다는듯이 바로 최고위원회를 소집해 '특위 수용·특검 불가' 카드를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의 연설이 새누리당에 일종의 '지침'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민주당이 반발하면서 상황은 더 꼬였다. 청와대는 여전히 뒷짐 중이다. 일은 벌여놓고 수습은 떠넘기는 청와대의 '대범함'으로 인해, 여당 국회의원들만 더 구차해졌다.

충성 경쟁은 국회 밖에서도 치열하다. 자뭇 촌스러울 정도의 용비어천가가 시도 때도 없이 터져나온다. 손병두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지난달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34주기 추도식에서 "우리 서민들은 간첩이 날뛰는 세상보다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부르짖는다"고 '부르짖었'다. 전날 박 전 대통령의 생가에서 열린 추도식에선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로 칭하며 "아버지의 딸이 이 나라 대통령이 됐다"고 외쳤다.

급기야 남유진 구미시장은 지난 14일 '박정희 대통령 96주년 탄신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반신반인(半神半人·반은 신이고 반은 사람)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지금이 2013년이라는 게 반신반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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