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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없는 전진이냐? 창당이래 최초의 후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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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중단없는 전진이냐? 창당이래 최초의 후퇴냐?

[2007 대선감상법⑩·끝]기로에 선 민주노동당

지난 2000년 1월 창당 이래 민주노동당은 매번 선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민노당은 현상유지도 힘들어 하고 있다.

당 지지율은 한 자리 숫자로 떨어진 지 오래 됐고 여론조사에 따라선 지지율이 3% 미만으로 나오기도 한다.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당 자체 상황, 일심회 사건·북핵문제 처럼 잊을만 하면 나타나는 북한 변수, 민주노총에 대한 싸늘한 여론 등 난제가 겹치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부터 초래된 사회의 보수화, 이로 인해 민노당이 이들과 함께 '진보개혁세력'으로 싸잡아 묻혀가는 것은 이 당 스스로가 어찌 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이기도 하다.

이같은 상황에 처한 민노당 관계자들은 "2007년 대선이야 말로 도약이냐 침체냐를 판가름 하는 갈림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권을 잡느냐 마느냐는 거대 정당들의 고민은 차라리 행복한 것이고 자신들은 '살아남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는 것.

멈출 줄 모르던 성장엔진의 정지
▲ 2004년 4.15 총선에 당선돼 등원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 ⓒ민노당

지난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은 그해 치러진 16대 총선에서는 원내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출마자들은 평균 13.1%를 득표했다.

그 이후 2002년 지방선거에서 전체 정당득표율 8.13%로 2명의 기초단체장과 9명의 광역의원을 배출해 득표율 기준으로 3당 자리에 오른 이래 2004년 총선에서 13.1%의 당지지율로 헌정사상 최초로 진보정당 의원 10명을 배출할 때까지 급성장을 거듭했다.

민중당, 한국사회주의노동당 등 그에 앞서 명멸했던 진보정당들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었다. 민주노총이라는 대중조직의 배타적 뒷받침, 그리고 노동운동·통일운동 등 확고하게 진보성을 담보한 명망가들의 결집이 이같은 결과를 낳았던 것이다.

하지만 '유이(唯二)한 지역구 의원이던 조승수 의원이 2005년 9월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 직을 상실하고 그 대신 민주당은 보궐선거와 의원 영입을 통해 세를 늘려 제3당과 제4당의 자리를 맞바꾸면서부터 민노당은 창당 이래 처음으로 정체 내지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다.

2004년 총선 직후 민노당은 '2007년 대선 500만 표 득표→2008년 1야당 등극→2012년 집권'의 야심찬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계획을 입에 올리는 사람도 드물다. 민노당 관계자들은 "다음 대선에선 300만 표 정도는 얻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하고 있을 정도다. 민노당은 지난 2002년 권영길 의원을 후보로 내세워 98만 표(3.98%)를 획득했었다.

'제도권의 족쇄'

민노당 입장에서 2007년 대선은 지난 2002년 대선이나 국민승리21이라는 이름으로 치뤘던 1997년 대선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선 언로 자체가 닫혀 있었던 노동자, 민중 진영의 목소리를 얼마나 많이 전달하느냐는 데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면 지난 총선 이후에는 기대수준 자체가 달라졌다.

지난 대선까지는 '민중후보 백기완'의 맥을 잇는 수준이었다면 이제는 프랑스 사회당, 영국 노동당 수준의 세련됨과 '실력'이 요구된다는 것.

결국 성사가 되지는 못했지만 지난 대선에서는 '노동자의 힘', '사회당' 등 비제도권 좌파 정치세력과의 구체적 연대전술이 논의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는 사정이 다르다.

절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 뻔한 보수언론이나 여러 목소리들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제도권의 족쇄'가 채워졌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민중진영의 매서운 질타가 누그러진 것도 아니다. 최근 노사관계 로드맵이 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단병호 의원은 온갖 방법을 다해 저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일부 노동진영으로 부터 "야합을 묵인했다"는 비난을 듣기도 했다.

또한 노동운동, 통일운동의 맹장들 중에서 '제도권 정치인'으로 연착륙 한 사람도 있지만 원내외를 가릴 것 없이 그러지 못한 사람도 부지기수다. 게다가 이는 근본을 지키는 견결함보다는 기자들은 피하고 보는 낯가림 식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파문제? 다 잘될 것이다. 대선은 다르다"

게다가 그 어느 정치세력보다 고질적인 정파구도, 북한 문제, 선거 때만 닥치면 다양한 형태로 진화해서 나타나는 '비판적 지지'의 망령, 좀처럼 확대되지 못하는 지지기반 문제는 여전히 민노당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민노당 예비주자 진영들은 저마다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틀에 박힌 답안에 가깝다. 특히 정파구도에 대해선 미리 짜기라도 한 듯 "잘 될 것"이라는 대답 일색이다.

민노당의 상징이나 마찬가지이고 현재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후보 1순위로 꼽히는 권영길 의원의 핵심 측근은 "정당에 정파가 없을 수 있냐"며 "노동자, 서민을 위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말고는 정파구도를 혁파할 수 있는 답이 없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정파조직이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당의 미래와 무관한 정파 이기주의에 입각해서 움직이면 안 된다는 것"이라며 "모든 정파는 자신의 활동을 부동산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바꿔보자'를 주장하는 노회찬 의원 측도 별 다르지 않았다. 최근 들어 정파 통합적 행보를 부쩍 강화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노 의원의 핵심 측근은 "자파후보를 세워 정파대결로 가는 구조로 가면 안 된다"며 "정파들이 과도하게 개입해서 경선이나 대선 본선이 퇴행적으로 비쳤을 때 2008년 총선도 전망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며 "이번 대선은 가장 정파적 구도가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발주자 격인 심상정 의원 측의 목소리는 좀 더 공격적이었다. 심 의원의 한 핵심 측근은 '심 의원이 전진이라는 의견그룹에 속해 있고 당내 좌파의 대표로 보일 수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건 현실이다"고 선선히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어디에 안 속해 있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정파의 폐해를 얼마나 잘 아느냐, 정파를 현대화 할 수 있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민 중심의 진보의제를 앞 다퉈 경쟁하는 긍정적 경쟁구도로 나가면서 과거를 가지고 현재를 재단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현재를 경쟁하는 구도로 업그레이드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굳이 긍정적인 면은 세 주자들이나 중앙당 핵심관계자도 "당권을 다투는 당직선거에서는 정파 대결이 첨예할 수밖에 없지만 대선을 앞두고선 각 정파들이 좀 더 대승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비판적 지지'를 어찌 하오리까
▲ 민주노동당은 현재 한미FTA 반대 투쟁에 '올인'하고 있다. ⓒ민노당

"일심회 사건이 지난 가을에 터진 것이 차라리 다행이다. 국정원 수사라인의 주장대로 추가 수사를 통해 2007년 봄이나 여름 쯤에 터졌으면 결과도 훨씬 파괴적이었을 것이고 감당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민노당 핵심관계자의 말이다.

북핵 실험 이후에도 우여곡절 끝에 '대북 유감' 표명으로 당 입장이 정리됐지만 그 와중에 "차라리 갈라서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문제는, 북핵 실험이나 일심회 사건에서 나타났듯이 북한 문제는 다른 현안들과 달리 언제 어떤 식으로 터질지 알 수도 없고 미리 대비할 수도 없는 잠복한 뇌관이라는 점이다. 한 국정원 관계자는 "요즘 세상에 우리가 없는 일을 만들어 냈겠냐"며 일심회 사건 수사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와중에 "사실 민노당과 관련된 (공안 문제가) 몇 개 되지만 굳이 사건으로 키울만할 필요가 있겠냐 싶었던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보좌관은 "당원들에게 이번 문제로 인해 학습효과가 만만치 않다"며 "외부에서 사건이 터져도 심하게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말은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말로 비쳤다.

게다가 북한 변수는 고질적인 '비판적 지지' 문제와도 직결된다. 북한 관영 언론들의 올해 공동 신년 사설이나 일심회 사건 공소장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정치적 메시지는 '반 한나라당 결집'이다. 심지어 지난 5. 31 지방선거를 앞두고선 금강산에서 이뤄진 공식적 남북 교류행사에서 북한 인사들이 민노당 대학생 당원들을 향해 버젓이 "민노당의 당선보다 한나라당을 떨어뜨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여당 후보의 지지를 권유하기도 했다.

얼마 전 민노당을 포함해 출범한 새로운 민중운동연대체인 한국진보연대(준)에도 벌써부터 '반한나라당을 통해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앞당기자'는 구호를 외치는 단체들도 수두룩하다.

이들이 대선에서 실질적 영향력을 미칠지는 미지수지만 민노당을 교란시키기는 충분하다는 것. 이에 대해 방석수 기조실장은 "이번만은 다를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두고 봐야 알 일이다.

이와 궤는 다르지만 최근 최열, 박원순 등 시민사회 진영의 명망가들이 모여 출범시킨 '미래구상'도 민노당 입장에선 그리 반갑지 않다. 미래구상 멤버들은 여권과 거리를 둘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이들이 민노당의 손을 들어줄 리도 만무하다. 오히려 '수구 집권 저지'를 명분으로 반한나라당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가면 2008년 총선에서 3~4석"

이같은 내외부적 난제보다 어쩌면 더 큰 문제는 노무현 정권 이후 개혁, 진보라는 단어에 대해 싸늘해진 민심일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자동차 노조, 전교조로 대표되는 노동운동 진영의 실책과 이에 대한 보수언론의 이데올로기 공세는 현 정권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묘하게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대해 권영길, 노회찬, 심상정 등 민노당 세 대선 경선주자는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왕도는 없다. 부동산 문제,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자·서민의 실질적 이슈에 대해 노동자·서민의 입장에서 싸우는 수밖에 없다"

사실 판 자체를 흔들어놓지는 못했지만 민노당이 제도권에 진입한 이후 많이 바뀌긴 했다. 정치적 관행도 바뀌었고 장외의 목소리가 최소한 장내에 전달이 되긴 한다.

하지만 2007년 대선에서 민노당은 '그 이상'을 보여줘야만 한다. 민노당 기획파트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 정도의 지지율 추세면, 대선에서 특별한 전기를 잡지 못할 경우 2008년 총선의 시뮬레이션 결과는 지역구 0석, 비례대표 3~4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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