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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교과서는 수구 종북…거기에 국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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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학사 교과서는 수구 종북…거기에 국민은 없다"

[인터뷰]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①

역사 왜곡, 친일과 독재 미화, 부실하지만 위험한 교과서. 모두 교학사의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향한 비판들이다. 그러나 정부는 각계의 이러한 비판을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교육부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을 모두 문제 삼으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여당 인사와 <조선일보> 등은 교학사 교과서를 적극 옹호하고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비판은 좌파의 정치 공세라는 주장이다. 과연 그러한가?

29일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해 물었다. 김 교수는 역사 교육과 역사 연구를 두루 섭렵한 인물이다. 학부에서 역사 교육을, 대학원에서 한국 근대사를 전공했다. 최근엔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은 물론 일본의 고교 역사 교과서 17종을 검토하는 작업도 했다. 한국, 중국, 일본 세 나라의 학자들이 공동으로 기획한 <미래를 여는 역사> 제작에 참여하는 등 동아시아 역사 대화 작업도 오랫동안 했다.

<프레시안>은 김 교수 인터뷰를 두 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

프레시안 : 교학사에서 만든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논란이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김정인 : 이번 논란의 역사적 연원을 짚어보면, 1980년대엔 역사 문제에 (정권 차원에서) 공안 사건으로 대응했다. (역사 교과서는 아니지만) <한국민중사> 사건 때처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잡아갔다. 이재화의 <한국근현대민족해방운동사> 사건도 있었다.

1990년대로 넘어와서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거는 대신, 언론과 정치권이 전면에 나서 진영 논리로 공격했다. 1994년 국사 교과서 준거안 사건이 그런 사례다. 언론과 정치권이 진영을 선도하면서 역사 논쟁을 제기한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데, 그 후 이런 양상이 반복됐다. (<한국민중사> 사건은 1987년 검찰이 이 책을 낸 풀빛 출판사 대표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잡아간 것을 말한다. <한국근현대민족해방운동사> 저자도 1989년 공안 논리에 휘말려 구속됐다. 준거안 사건은 1994년 <조선일보> 등이 서중석 당시 성균관대 교수에게 색깔론 공세를 편 것을 말한다. 서 교수는 현대사 분야 준거안에 학계의 연구 성과를 폭넓게 반영하려다가 곤욕을 치렀다. <"박정희 신드롬, 박근혜가 지울 수도 있다"> 참조. <편집자>)

1990년대 중반에 그런 일이 생긴 배경엔 과거 청산 문제가 있었다. (1989년 5.18) 광주 청문회부터 김영삼 정부 때까지 과거 청산 문제가 이어지지 않았나. 보수 우파가 이것에 긴장하면서 진영 논리를 내세웠던 거다.

2000년대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에 다시 문제가 생기는데 그때도 과거 청산 문제가 걸려 있었다. 그해 광복절에 노무현 대통령이 포괄적 과거 청산을 이야기했다. 친일 문제와 독재 문제를 같이 건드렸다. 그래서 그해 가을에 뉴라이트가 등장한 거다. (과거 청산 흐름에) 긴장하던 보수 진영은 뉴라이트가 등장하자 언론과 정치권을 중심으로 밀어줬다. 그러면서 뉴라이트가 성장하게 된다.

뉴라이트가 제일 먼저 작업한 분야가 교과서 문제다. 저들이 교과서포럼을 창립한 게 2005년 1월이다. 그렇게 교과서 문제에 집중하면서 그 문제로 논쟁을 몰아갔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정부가 (노골적으로) 한쪽을 편들면서, 정부와도 싸워야 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그게 박근혜 정부로 넘어와서는 (뉴라이트가) 직접 교과서를 만들고 정부가 그걸 옹호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진짜 '역사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이 된 거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권 이래 정부가 교과서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측면이 있다.

김정인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뉴라이트와 논쟁했던 시기에는, 그 논쟁 구도가 그대로 갔으면 어쨌든 내용에 진전이 있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한쪽 편을 들어버리면서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2008년)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지금의 역사 교과서나 역사 교육은 다소 좌향좌돼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규정해버렸다. 정부가 교육의 중립성을 내팽개치고 (뉴라이트 진영을) 편든 거다. 그러면서 공론의 장에서 학문적 논쟁으로 풀어갈 기회는 원천 봉쇄를 당했다.

지금 가장 큰 비극은 진실과 관계없이 공방이 오가는 상태가 돼버렸다는 거다. 역사학계는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과 진실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반면, 보수 우익은 진실과 관계없이 이념 공세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파국이라고 봐야 한다.

▲ 김정인 춘천교대 사회과교육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보수 우익, 진실과 관계없이 이념 공세"

프레시안 : 교학사 교과서는 지향 문제 이전에 수준 미달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정인 : 교과서포럼이 2008년 펴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념과 관계없이 당연히 검정에서 떨어져야 할 교과서를 붙여버린 것이다. 국사편찬위원회(국편)에서 지적받은 게 400개가 넘는다. (국편은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적 측면에 대해 479건에 이르는 수정·보완 권고를 했다. <편집자>) 다른 교과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숫자다. 사회 교과를 담당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그러고도 붙느냐'는 답이 돌아온다.

프레시안 : 교학사만이 아니라 다른 7종 교과서에 대한 지적 사항도 많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정인 : 비교가 안 되지 않나. 다른 교과서는 적은 편이다. (물론) 역사 교과의 특성상 다른 교과에 비해 (전반적으로 지적 사항이) 조금 많을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수정·보완 사항을 보면 다른 교과서는 떨어뜨릴 근거가 없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는 교과서로서 기본 틀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그런 걸 검정에서 통과시켜 논란이 일어나고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거다.

프레시안 : 교과서를 쓸 역량을 갖췄는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정인 :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 집필진은 중학교 교과서도 쓰고 대중서도 내는 등 역량이 입증된 교수와 교사로 구성돼 있다. 교학사는 그렇지 않다. 이런 경우엔 (일반적으로) 고등학교 교과서를 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고교 교과서는) 수능이라는 평가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상당히 검증된 인물이 아니면 교과서를 쓸 수 없는 문화가 형성됐던 거다.

그런데 교학사 저자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중학교가 아니라 고등학교 교과서를, 더욱이 한국사가 수능 필수화하는 상황에서 냈다. 과욕이다. '우리가 다시 집권했다'는 자만심에서 비롯된 것이고 교학사라는 자본도 거기에 말려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은) 일본과도 다르다. (극우 성향의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은) 후쇼사라는 출판사를 차려 교과서를 냈다. 고등학교가 아니라 중학교 교과서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한 번 검증을 거친 후 메이세이샤에서 고등학교 교과서가 나온 상황이다.

프레시안 : 정부가 밀어줄 것이란 판단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김정인 : 그렇다. 이명박 정부 때 밀어주지 않았나. (검정) 심사를 이명박 정부 때 신청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있었던 정부 지원 같은 것들에 너무 도취돼서 차분하게 전략을 짜지 않고 덤벼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교과서와 너무나 수준 차이가 나는 이런 교과서를 교사들에게 줬을 때 교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하기 힘들다. 이걸 채택한다는 것 자체가 무모한 일이기 때문이다. 입시가 걸려 있기에 더 그렇다. 좌우 이념의 문제 이전에 기본의 문제다.

"교학사 이외 교과서가 좌편향? '국민=좌편향' 공격과 똑같다"

프레시안 : <조선일보>는 "남로당식 사관" 운운하며 기존 역사 교육을 강도 높게 공격했다. 어린이·청소년용 역사책을 대상으로 이념 공세를 펼치며 교학사 교과서를 우회적으로 지원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조선>, 아동 역사책에 빨간딱지 '악마의 편집'). <동아일보>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인하는 사관의 교과서를 학생들에게 가르쳐서는 안 된다"며 교학사 교과서에 힘을 실어줬다.

▲ 교학사 교과서. ⓒ교학사
김정인 :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에 대해 좌편향이라고 주장하는 건 국민을 향해 '너희는 좌편향이야'라고 얘기하는 것과 똑같은 거다. 내가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가 국민의 역사 정서다.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거기서 벗어나서 서술하기 힘들다. 국민들은 친일 미화, 독재 미화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자꾸 북한을 끌어들여 '좌편향', '친북'이라고 주장하는 건 국민의 역사 정서를 거세게 공격하는 것이다.

(독립 운동의 방략으로 제시됐던) 외교론과 무장 투쟁론을 예로 들면, 난 가르칠 때 외교론도 폄하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외교론보다 무장 투쟁이 더 좋다고 말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외교론은 엘리트가 하는 거고 무장 투쟁은 다수가 참여해서 함께하는 일 아니냐'는 답이 돌아온다. 우익의 눈엔 이게 민중 사관으로 비치겠지만,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한다. 이런 답도 돌아온다. '무장 투쟁은 목숨을 내놓고 하는 희생적인 노력 아닌가. 그런 희생적인 노력과 외교론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런 게 사람들 정서다. 그것에 대해서 '뭐 무장 투쟁? 그건 김일성의 무장 투쟁(을 가리키는 것 아닌가)? 그럼 친북?'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버리는 것이 보수 우익의 프레임이다. 국민들의 생각을 존중하지 않는 거다. '외교론은 타협이고 무장 투쟁은 자주적'이라고 답하는 학생도 있다. 이렇게 민중이 하고 희생적이고 자주적이(어서 무장 투쟁이 더 좋다)라고 하는 이들이 다 '친북 좌파'라고 이야기할 건가? 우파라도 국민의 역사 정서를 존중해야 한다.

프레시안 : 참 퇴행적인 사고다.

김정인 : 진보 진영 안에 수구로서 종북주의자가 있다고 생각한다. 보수 진영엔 수구로서 종북 프레임을 가진 이들이 있다. 모든 것에 북한을 끌어대 설명하는 방식이다. 보수와 진보의 양쪽 수구는 종북이란 말밖에 모른다.

2000년대 중반에 뉴라이트가 나왔을 때는, (1987년) 6월항쟁에서 민중 진영과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함께 싸웠다고 생각하고 그 자유민주주의 진영이 자신들이라고 스스로 여기는 게 있었다. 그런데 이번 교과서 논쟁을 보면 그런 게 다 빠지고 수구적인 프레임만 남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프레시안 : 그런 프레임이 교학사 교과서에 어떤 식으로 담겨 있나.

김정인 : 이승만이 친일파 청산을 못한 것도 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반공 때문이고 5.16쿠데타가 일어난 것도 공산화 위협 때문이라는 식이다. 종북 프레임이다. 다 북한 때문이라는 종북 사관이다. '북한의 공산화 위협을 이승만과 박정희 같은 지도자들이 막았다', 그 프레임이다. 읽다 보면 '그럼 국민은 뭘 했다는 건가' (하는 의문이 절로 든다). 거기에 국민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은 국민이 대한민국 발전을 이뤄냈다고 생각하지 않나.

저들이 얘기하는 대한민국 정체성이란 것도 '북한의 공산화 위협을 막아냈다', 그 내용밖에 없다. 그것 자체가 저들에겐 대한민국 정체성인 거다. 국민들의 주체적인 노력을 통해 역사가 발전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보수 프레임 중에서도 수구적인 건데, 내가 보기엔 <조선일보>도 이 프레임에 걸려들어 있다. 이런 종북 프레임은 합리적 보수마저 종북으로 몰 수 있다. 상식을 인정하지 않고 자기편까지 내치는 정말 무서운 거다.

(이런 틀로 이뤄진) 교학사 교과서 자체가 상식에 반하는 것이다. 국민의 역사 정서에도 맞지 않고, 미래 가치를 담은 것도 아니고, 수구적인 요소를 모아놓은 것에 불과하다.

"지배자 관점으로 서술…문구 문제가 아니다"

프레시안 : 핵심은 누구를 중심에 놓고 역사를 볼 것인가, 그리고 어떤 역사상을 공유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교학사 교과서가 '식민지 근대화론, 친일과 독재 미화, 이승만·박정희 찬양, 자본주의 발전 위주 서술' 같은 비판을 받는 것도 이와 관련 있다.

김정인 : 그렇다. 최근에 일본의 고등학교 일본사 교과서와 세계사 교과서를 분석했다. 17종을 보면서 강제 연행과 3.1운동에 관한 서술을 주로 검토했다. 교학사 교과서를 보는데, 갑자기 그 교과서들이 생각나더라. 강제 연행 부분을 읽다 보니 역사 인식이 똑같았다. 한국인이 강제 연행을 바라보는 관점이 아니라, 일본 정책 입안자의 관점에서 일본이 한 일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서술돼 있다. 깜짝 놀랐다.

일본 교과서는 강제 연행에 대해 다룬다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일본인의 입장에서 쓴다. 표현 문제가 아니라 전체 서술 자체가 그렇다. 이런 정책이 있었다는 식으로 사실을 쭉 적는 거다. 거기에 '위안부' 이야기를 넣다 뺐다 하는 그 수준이고, 기본적으로 지배자의 경험을 가진 일본의 입장에서 쓴 서술의 틀, 인식의 틀이 있는 거다. 3.1운동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교학사 교과서도 이것과 같은 틀이다. 문구 문제가 아니다. 뭐냐 하면 지배자의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거다. 일제 시대엔 일본이 지배자인 거고, 해방 후에는 이승만과 박정희가 (역사의 주인공이) 되는 거다. 지도자 (중심 서술), 그리고 그 지도자가 북한의 공산화 시도를 막았다는 것, 이것이 두 축이다. (그러니) 다수의 국민이 사라진 역사 교과서가 돼버린 거다.

프레시안 : 다수의 국민, 평범한 사람들을 중심에 놓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에 대해 극우는 민중 사관이라고 공격한다.

김정인 : 우리가 '역사의 주체는 다수 국민'이라고 하는 건 민중 사관이 아니다. 그건 민주주의다. 저들은 그걸 '민중 사관', '좌파'라고 얘기하지만, 사람들은 역사를 국민이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몇 사람의 지도자가 만들었다고 하진 않는다. 함께 만들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어쨌건) 그런 부분이 빠지니까, (교학사 교과서엔) 독립 운동에서 무리하게 이승만이 주어로 돼 있다. 당황스러웠다. 교학사 교과서를 보면서 '내가 근대사 연구자가 맞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처음 보는 내용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다시 찾아봤는데, 그에 관한 연구 성과를 찾을 수 없었다. 창조 수준이다. 사실 이승만을 독립 운동의 주어로 놓는 건 역사학의 성과와 무관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른 교과서와 완전히 다르다. 민주화 운동을 축소한 것도 지도자 중심 서술 때문이다. 5.18과 6월항쟁은 독자적 항목으로 설정돼 있지도 않다. 소항목 제목으로도 안 나온다. '민주주의를 위한 운동과 87년 체제의 성립'이란 제목 아래 5.18하고 6월항쟁이 묻혀 있다. 5.18과 6월항쟁을 어떻게 제목으로도 안 쓸 생각을 했을까. 나머지 7종 교과서는 모두 소항목 제목으로 5.18민주화운동을 채택하고 내용을 상세히 서술했다. 또 (교학사 교과서는) 5.18에서 군인들이 발포한 사실도 안 썼다.

▲ 한국현대사학회가 한반도선진화재단과 함께 9월 5일 개최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역사 교육의 모색' 심포지엄 모습. 교학사 교과서의 주요 저자 중 한 사람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왼쪽)가 발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종북 프레임만 강조…국민이 그걸 받아들이겠나"

프레시안 : 저들은 입버릇처럼 정통성을 거론하면서 실제로는 20세기 한국에 큰 상처를 남긴 제국주의, 분단, 독재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건 제국주의, 분단, 독재를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이 그것들을 한 걸음씩 극복해왔다는 점이라고 본다. 그게 한국 현대사에 담긴 미래 가치이고, 그걸 학생들과 공유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관련 기사 : 뉴라이트 '괴담 교과서', 방사능만큼 위험하다)

김정인 : 저들이 얘기하는 정통성이라는 건 (잘못된 게 있어도)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는 거다. '우리나라가 못나서 망했다'는 식으로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거다. 정통성 문제를 그렇게 강조하는 것도 종북 프레임에서 나온 거다.

(과거에) 뉴라이트는 산업화와 민주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나름대로 내적 정통성의 계보를 만들려는 노력을 했다. 그와 달리 지금 목소리를 높이는 건 올드라이트인데, 이들에겐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 정통성이 있다는 주장밖에 없다. 그건 미래 가치가 아니다. 주체적인 자아 존중감이 없는 거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스스로 성찰하는 속에서 정통성을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만 계속 의식한다.

대한민국 정체성이 반공밖에 없다는 이런 이야기를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그런 부분에서 굉장히 취약한 주장이다. 우리가 내적으로 만든 역사적 성과, 그 공과 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을 합의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 거다. 해방 후 대한민국 역사에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도 많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 뭔지, 대한민국 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돼왔는지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반공 잣대만으로 정체성을 이야기하니까 설득력이 없는 거다. (이처럼) 올드라이트는 성찰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앞에서, 교학사 교과서는 뉴라이트가 2008년에 펴낸 <대안 교과서 한국 근·현대사>보다도 못하다고 말했다.

김정인 : (일부) 뉴라이트와 그래도 좀 대화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물론 지금처럼) '친북' 주장을 공격적으로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름대로 학문적 논거를 가지고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걸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뉴라이트에) 그렇게 양자가 있었던 건데, 지금은 그중 한쪽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사라졌다. 지금은 전혀 (대화가) 안 된다.

프레시안 : 저들끼리 '종북 선명 경쟁'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김정인 : 그렇다. '종북 프레임에서 내가 더 강자다', 이렇게 경쟁하는 것 같다. 그래도 조금 대화가 되던 시절, 대한민국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 문제는 민주화와 산업화였다. 이에 대해 합리적으로 얘기할 수 있다면, (저들과) 대한민국 정체성을 논할 여지가 있는 거다. 그런데 지난 1년간 대한민국 정체성과 관련해 저쪽에서 한 건 종북 프레임으로 북한 문제를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계속 그랬다. 이게 지난 1년 사이에 있었던 가장 큰 변화다.

(대한민국을 만들고 거기서 살아온) 우리 문제로 설명하지 않고 자꾸 북한만 끌어들여서 어쩌자는 건가. 그런 프레임을 가지고 낚다 보니까 합리적 보수까지 낚는 것 아닌가. (이 상태가 계속되면) 보수가 분열할 것 같다.

*인터뷰 2편이 곧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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