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시간적으로는 개헌 두번도 할 수 있다"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개헌 부적절하다'는 여론 일축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1년 남긴 대통령이 개헌을 이야기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는 여론에 대해 "시간적으로야 (개헌을 ) 두 번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일축했다.
  
  노 대통령은 개헌제안 대국민담화 발표 이후 처음으로 10일 외부인사를 초치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
  
  노 대통령은 이날 임채정 국회의장, 이용훈 대법원장, 한명숙 국무총리,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나누며 "자꾸 정략을 이야기 하는데 필요한 것을 반대하는 쪽이 오히려 정략적인 것이지 필요한 것을 하자는 쪽이 어찌 정략적일 수 있나?"며 "취지에 대해 잘 이해만 해 주시면 제게 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또한 노 대통령은 "실제 개헌이 어느 누구에게도, 어느 당에도 이익이 되고 손해가 되는 일은 없다"고 강조하며 "발의 전 준비기간까지 합치면 4개월이면 (개헌이) 되는데 87년 예를 비교하면 두 번 할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임기 중에 할 일을 안 했다는 심적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며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고 이번 개헌은 차기 대통령을 위한 개헌이다"고 말했다.
  
  이는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한 것과 맞물려 묘한 울림을 낳았다. 자신의 임기 연장을 위해 3선 개헌, 유신 개헌을 한 박정희 전 대통령이야 말로 나쁜 대통령이 아니냐는 반박인 셈.
  
  "공약은 지난번에도 다 했다"
  
  지난해 제헌절 경축식에서 "1987년 헌법의 정치적 역할은 이미 완수됐다. 새로운 헌법구조를 연구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헌법연구조사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 임채정 국회의장은 "4년 연임 문제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와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임 의장은 "가능하면 결실을 맺었으면 좋겠는데, 국민들의 선택 몫으로 남아 있기 때문에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개헌이) 이뤄졌으며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명숙 총리도 "각 당과 언론에서는 내용은 동의하나, 시기가 문제라고 하는데 저는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다음 번 (정부)에 넘어가면 임기를 단축하겠다는 공약을 해야 가능하고 무리수가 따르기 때문에 지금이 가장 적기라는 것을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맞장구 쳤다.
  
  이에 노 대통령은 "공약이라고 하면 지난번에도 다 했다"며 "대통령 공약이라고 해서 공약대로 되냐. 여러 가지 정치적 이해관계가 있는 건데 대통령은 발의만 할 수 있을 뿐이라 대선공약으로 적절한 것 같진 않다"며 '다음정권에서 개헌논의를 하면 된다'는 현 대선주자들의 호언에 대한 불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대선 후보가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돼도 여소야대가 되면 못 지키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대법원장 "시기 문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야 할 필요가 있는 이용훈 대법원장과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은 개헌논의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두 사람은 다만 "여론조사 결과나 여론을 보니 4년 연임 개헌의 필요성은 공감하는 것 같다"며 " 그러나 시기 문제에 대해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같다. 좀 더 설득이 필요할 것 같다"고만 말했다.
  
  청와대는 11일에는 여야 각 정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초치해 개헌안의 내용과 배경을 설명할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불참이 확실시 되는 가운데 윤승용 대변인은 "일부 정당이 불참해도 행사는 진행된다"고 밝혔다.
  
  또한 윤 대변인은 '여론이 나쁘면 개헌안을 거둬들일 가능성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 "개헌안 발의는 그대로 간다"고 못을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