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에 들어가는 전력·조명용, 제어용, 계기장비용 케이블의 입찰 담합을 한 것으로 확인된 전선업체들의 투찰률이 최고 99.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찰률은 낙찰 예정 금액 대비 업체들이 써낸 가격 비율을 나타내는 것으로 투찰률이 높을수록 낙찰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이에 따라 발주처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번 담합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제남 의원실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LS전선·JS전선·대한전선·서울전선·극동전선 등 5개 업체는 신고리 1∼4호기, 신월성·신울진 1∼2호기 등 8개 원전의 케이블 입찰 담합으로 총 717억 원어치를 수주했으며 평균 낙찰률은 99.1%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고리·신월성 1∼2호기의 안전등급 전력용 케이블을 수주한 LS전선이 입찰 당시 써낸 투찰가는 예정가격(27억9760만 원)보다 불과 860만 원 적은 27억8900만 원으로 투찰률은 99.7%였다.
당시 함께 입찰에 참여한 대한전선은 32억8845만 원, JS전선은 29억5900만 원을 각각 써내 편차가 컸다.
같은 원전의 안전등급 제어·계장용 케이블의 경우 JS전선이 예정가격 61억1441만6000원보다 1441만6000원 낮은 61억 원(투찰률 99.8%)을 적어내 낙찰받았다.
비안전 전력·조명용 케이블(예정금액 181억2929만8000원)은 대한전선이 180억9500만 원(투찰률 99.8%)에, 비안전 계장용 케이블(예정금액 41억2500만 원)은 서울전선이 40억8400만 원(투찰률 99%)에 각각 수주했다.
신고리 3∼4호기도 JS전선(낙찰가 104억27만6000원. 투찰률 99.6%), LS전선(216억3605만6000원. 98.4%), 서울전선(38억2961만 원. 96.4%)이 돌아가면서 낙찰받았고 투찰률은 평균 98.1%에 달했다.
신한울 1∼2호기의 경우 담합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가 수주한 안전등급 전력·제어·계장용 케이블과 비안전 전력·조명용 케이블은 투찰률이 각각 79.8%, 95.7%인데 반해 담합업체인 극동전선이 따낸 비안전 계장용 케이블은 투찰률이 99.6%에 이르러 뚜렷한 대조를 보였다.
현재 한수원의 입찰 시스템은 제품의 기초금액을 설정한 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의 투찰가를 반영해 예정금액을 산출하고 여기에 가장 근접한 액수를 써낸 업체가 낙찰받는 방식이다.
김제남 의원은 "투찰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는 것은 업체들이 경쟁사의 투찰가를 사전에 파악했다는 증거이자 한수원이 이 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수 있는 부분"이라며 "한수원은 이런 의혹에 대해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일 원전 케이블 구매입찰에 앞서 '나눠먹기'식으로 미리 낙찰자를 정한 뒤 입찰에 참여한 혐의로 8개 전선업체에 과징금 63억5000만 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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