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행수 주택공사 사장 돌연 사의…수리예정

청와대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

한행수 주택공사 사장이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윤승용 청와대 대변인은 5일 "주공 사장이 오늘 사의를 표명했고 이를 수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사표를 제출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윤 대변인은 "그건 그 쪽(한 사장 측)에 알아보라"면서도 "하지만 일부 부적절한 처신과 업무에 관한 충실성이나 성실성 부분이 문제가 된 것 같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윤 대변인은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주문을 거절했지만 '사법처리의 가능성도 있냐'는 질문에는 "현재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고만 답했다.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직계선배인 한행수 사장

노무현 대통령의 부산상고 직계 선배로 삼성그룹 건설관련 계열사 회장을 거치는 등 건설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사장은 열린우리당 재정위원장 등을 지냈고 2004년 총선에서 비례대표로 나섰지만 당선권 안에 들지 못했다. 그 이후 그는 지난 2004년 11월 주택공사 사장에 임명됐다.

부산상고 인맥의 중심축으로 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웠던 한 사장은 지난 11월 추병직 전 건교부 장관이 낙마한 이후에는 차기 건교장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까닭에 한 사장의 돌연 사의 표명은 구구한 억측을 낳고 있다. 지난 달 주택공사가 토지임대부분양 시범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및 건교부와 조율이 부족했다는 이유로 주택공사 부사장이 청와대에 불려 들어온 적이 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그 문제와는 관계가 없는 것"이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다른 관계자는 "줄서기나 금전적 문제는 아니고 주공의 주택정책에 관한 불만이 쌓여 오던 차에 최근 사소한 문제가 터졌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다"고 밝힌 만큼 금전적 문제가 아니면 대선을 앞둔 정치적 행보가 사의 표명의 배경이 아니겠느냐는 관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기업 중에서도 알짜배기로 꼽히는 주택공사 사장은 경쟁이 치열한 만큼 구설수에 휩싸여 왔다. 지난 2004년 7월 당시 김진 사장은 건설업자로부터 수억 원 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그 1년 전에는 김진 전 사장의 전임자인 권해옥 당시 사장이 구속된 바 있다.

현재 주공 관계자들은 "우리도 사장이 사의를 표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아파트값 폭등 등으로 인해 주공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사장들이 연달아 석연찮은 이유로 낙마하는 상황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성홈 E&C의 주식 처리 문제가 감찰서 제기된듯

이날 오후 확인된 바로는, 한 사장이 대주주로서 운영하던 주택건설업체인 삼성홈 E&C의 지분을 2004년 11월 주공 사장에 임명되기 전 모두 처분한 것으로 신고했으나, 실제로는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재직시 부하직원이었던 이 회사 현직 고위간부 앞으로 형식적인 명의이전만 해둔 사실이 민정수석실 등의 감찰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에 의하면 고위공직자는 직무와 관련된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주식의 관리.운용.처분 권한을 위임하도록 돼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새해 들어 국무회의, 고위 공무원 오찬 등에서 임기말 권력누수 없는 국정 장악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친 가운데 청와대가 업무 태만 등을 이유로 주요 공기업 사장을 '경질'한 것은 임기말 기강 해이를 용납치 않고 공직사회를 다잡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 사장은 이날 오후 해명자료를 내고 "금품비리 등 사법처리 대상이 될 만한 일은 없다"며 "다만 삼성홈 E&C의 고문으로 재직하는 동생과 관련한 주공 납품비리 의혹은 이미 청와대 민정수석실 등에서 소명이 다 된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