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불편했다.
전라도 해남에서 강원도 원주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원주기독병원에 통원치료하기가 못내 불편했다.
아내가 내 고집 꺾기 바라는 듯했다. 원주에 가긴 가되 학성동과는 떨어진 딴집 살림을 조건으로 원주로 돌아갔다.
<사진>
원주!
이제 그곳은 나의 일터도 쉼터도 삶터도 아니었다. 부모님 집에 멀지 않은 곳 한 아파트를 얻어들었다. 새벽이면 산책에 나서서 쓸쓸한 삶의 냄새, 외로운 시의 향기를 맡을 수 있을 뿐이었다. 그 무렵의 시 〈속살〉 1, 2편을 여기 옮긴다.
속살 1
내 안에서
치악산이 동터오고 있다
내 안에서
내가 걷고 있다
맑은 나도 더러운 나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함께
내안에서 걷고 있다
첫눈 내린 새벽길
뿌리 깊은 기침도 함께.
속살 2
앞서가던 내가 뒤돌아보니
뒤서 오던 내가 또 치어다보니
별도 뜨고 비도 내리고
안개낀 나무숲에 걸린 쪼각달
먼동까지 터온다 좋다
마당을 편 것이냐 좋다
털레털레 걷는 새벽길이
무슨 백중날이냐
없는 것 없구나 좋다
사람만 없고.
속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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