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월간중앙’을 넣었다.
웬 난데없는 월간중앙일까 하고 뒤지다 보니 지학순 주교님의 글이 실려 있었다.
놀라운 내용이었다.
첫째, 그 글은 신군부의 등장에 쐐기를 박았다. 둘째, 3김씨에게 비판을 가했다. 셋째, 학생들의 집단적 행동에 대해 당분간 자제할 것을 호소했다. 요컨대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이었으니, 거기에 빌미를 주지 말라는 거였다. 보나마나 장선생님의 주장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분명 원주에서는 바람 방향이 바뀌고 있었다. 일본과의 관계에 이상이 생긴 것일까. 전과 같은 적극적 투쟁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들어 있었으니 운동 방향과 방법을 바꾼다는 뜻이었다.
생각했다.
이제는 나갈 때가 되었구나.
그 무렵 어느날 문득 보안사의 법무관 박준광 씨가 찾아왔다.
인상이 퍽 좋았다.
조영래 아우의 안부 인사를 전했다. 조영래 아우와는 고등학교도 대학도 동기동창이며, 고시도 사법연수원도 동기라는 거였다. 그리고는 이때가 바로 조영래 아우를 구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내가 만약 부드럽게 내 문제에 대응하기만 한다면 자기가 보안사 상관들과 담판해 조영래 아우를 수배에서 풀고 나아가 사법연수원에 복귀시키겠다는 거였다. 그것이 참으로 가능하느냐고 물었다. 그때 내 눈에는 그득 눈물이 고였던 것 같다. 조영래 아우만 생각하면 우울하고 슬펐으니까. 박준광 씨는 물론 가능하다고 말했다. 나는 한참을 침묵한 뒤, 그러나 유보했다.
<‘월간중앙’과 동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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