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와 중앙정보부는 결국 나를 가지고 장난질을 했다. '나는 공산주의자다'라는 제목으로 나의 마지막 진술서를 5개 국어로 번역해 전 세계에 배포했다. 국제적으로 완전히 매장하자는 것이었다.
매장…?
허허허!
참으로 가관이다.
막강한 정권을 쥐고 앉아 일개 시인(詩人) 따위를 상대로 별의별 호떡 같은 짓을 부끄러움도 모르고 하고 있다니!
매장…?
내가 언제 고대광실에 앉은 자더냐?
매장…?
변호사들로부터 그 얘기를 간단히 듣고 나서 나는 가만히 생각했다.
어차피 이판사판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고 나서… 서서히, 서서히….
<‘월간중앙’과 동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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