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이튿날 장모님을 모시고 아기와 아내와 함께 장모의 S언니가 되시는 분의 하동(河東) 집으로 쉬러 내려가고자 서울역으로 나갔다.
<사진>
서울역에서 마침 마산 옛집으로 내려가시는 박형규 목사님 부처를 우연히 만났다. 같은 열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목사님에게 귓속말로 들은 얘기는 다음과 같다.
"장준하의 얘기야! 박정희가 우리 사건 전체의 브리핑을 받고 나서 한 말이 '우리가 두 놈에게 당했다. 박형규와 김지하만 구속해서 꽉 묶어 놔라!'고 했다는 거야. 어쩔 텐가. 하동에서 올라오지 말지! 길게 쉬라고! 쉬어도 일은 되어갈 테니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마산역에서 목사님과 헤어지고 우리는 하동까지 갔다.
목사님의 얘기, 장준하 선생의 전언(傳言)은 정확한 것이었다. 각오한 바였다. 그래! 하동에서 좀 쉬어 보자! 푹 쉬어 보자!
<'월간중앙'과 동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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