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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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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17>

기독교회관

기독교회관 1층 홀이 가득 차 있었다.

그날 함석헌(咸錫憲) 선생님을 비롯해 기독교 신자들과 목회자들이 민청학련과 긴급조치 위반 구속자 전원을 초대하고 환영하는 자리였다. 한마디씩 하라는 자리인데 내가 한 말은 대강 이런 것으로 기억된다.
"그들은 내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독을 삼켰다. 소화하면 살고 소화 못 하면 우리는 죽는다. 우리가 못할 일은 없다. 그런데 너희들은 뭐냐?' 이 말을 잘 생각해보십시오. 잘 생각하면 답변이 나올 것입니다."

그 뒤의 기독교회관과 기독교. 그것은 참으로 눈부신 운동 과정이었으니 걸음걸음이 그들의 용기있는 사랑과 믿음과 희망으로 빛나는 우리의 현대사다. 나는 말할 수 있다. 그들 기독교인들은 약을 삼켰고 또한 그것을 소화시켰다. 단 하나 그들에 대한 더 큰 희망이 내게 있다면 그것은 초보적인 '원리주의'(原理主義), 그 '펀다멘털리즘'을 하루빨리 넘어서서 동양 및 한국사상과의 보다 깊고 넓은 화해를 모색하라는 것뿐이다.

<'월간중앙'과 동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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