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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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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162>

미치코

첫눈에 알아보았다.
나는 그녀가 '요요기' 임을 알아보았다.
'요요기'는 일본 공산당(日本共産黨) 본부가 있는 곳이다.

한 진보적 주간지의 인터뷰 기자로 나를 찾았고 그 뒤로도 두 번 왔으니 꼭 세 번 만났다.
"당신 요요기지요?"

영어로였다. 화들짝 놀라 나를 뚫어지게 보고 있다 드디어 물어왔다. 영어로였다.
"어떻게 알았나요?"
"코!"

나는 내 코를 가르켰다.
"당신을 돕고 싶어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나는 웃었다. 웃으면서 말했다. 별이 총총한 밤 충무로의 한 2층 제과점에서였다.
"일본에서 내가 유명해지면 박정희가 나를 못 죽이겠지요? 박정희는 뼛속까지 친일파니까. 죽지만 않는다면 끝까지 갈 수 있겠지요."

말 대신 그녀는 내 얼굴을 마치 사진을 찍어 기억하려는 듯 눈사진을 찍고 있었다. 훗날 일본에서의 집요한 구명위원회(救命委員會)의 보도나 소식 뒤에 나는 항상 그녀의 그늘을, 말이 적었던 그 한 여성 공산주의자의 그늘을 느낀다.

착각일까.
지난 날 목동에 살 때 병중(病中)에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치코의 영어였다.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잊어본 적이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꿋꿋하게 당신의 길을 가 달라!"

내 대답은 희미했다.
"나는 지금 몹시 아프다."

그 뒤 아무 일도 없었다.
그녀는 미인이었을까.
못난,
그러나 미인이었다.

<'월간중앙'과 동시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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