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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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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26>

광둥상인(상) -神은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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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과 광둥상인**

영국은 없다. 최소한 월드컵 축구에 한해서는 영국은 없다. 무슨 말이냐 하면, 축구에 관한 한 영국의 자부심은 자타가 공인할 만큼 알아주는 것이었다. 영국은 오랫동안 FIFA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월드컵을 수준 낮은 대회로 평가, 그동안 경원시해 오면서 축구 본고장으로서의 위엄을 지켜왔다.

그러나 FIFA는 축구 종가 영국에 대한 배려로 1950년 제4회 월드컵 대회부터 잉글랜드,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 등 영국의 4개 지역에 각각 독립국에 준하는 참가 자격을 부여해주었다. 만일 '세계 상인 월드컵 대회'라는 걸 개최한다고 치자. 그러면 아마 중국은 세계 최초로 지폐와 수표와 어음을 통용해왔으며 비단이 장사 왕서방의 나라라고 하면서 축구의 영국처럼 상인의 종주국 대우를 요구할지도 모른다.

중국의 4개 지역의 상인들, 즉 광둥상인, 푸젠상인, 저장상인, 상하이상인 등을 별개로 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사실 이들 4대 중국 상인의 상술은 각자 축구의 브라질에 비견되는 유대상인과 겨루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에 필자는 먼저 중국 상인 4강 중에서도 제일 남쪽에 근거지를 둔 광둥상인부터 소개하고자 한다.

광둥의 자연환경은 곤충이라면 몰라도 사람이 살기에는 쾌적한 생활을 하기 어려운 곳이다.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와 전염병의 기운이 자욱한 늪지대며 험준한 산세와 메마른 구릉지대들이 많다. 어느 곳 하나 비옥한 대지, 수백 갈래 하천의 젖과 꿀이 흐르는 중원과는 비할 바 못 된다. 그러나 이런 열악한 자연환경은 광둥 사람에게 강인한 생활력을 기르게 했다. 실리주의 태도로 인생을 개척해나가게 하였다.

또한 광둥 북쪽에서 동에서 서로 횡단하는 링난(嶺南)산맥은 광둥을 외지로부터 차단시키는 역할을 했다. 그럼으로써 중원으로부터의 영향을 최소화하였다. 진·한시대와 송·원시대에 걸쳐 수많은 중원의 피난민들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그들 피난민의 심신에 깊게 배인 중원문화는 후난과 장쑤, 저장 등 중남부 지대를 거치면서 많이 퇴색되었다. 그런 과정 후 광둥으로 들어온지라 오리지널 중원문화와는 차이가 많다.

그리하여 광둥은 형식과 명분, 계급과 서열을 중시하는 유교의 영향을 적게 받았다. 대개 광둥의 여성들은 고생을 잘 견디고 계산이 빨라 가사와 농사를 도맡고, 대신 남성들은 부자가 되겠다는 웅지를 품고 외지로 돈을 벌러 나간다. 여성이 하늘의 반을 떠받는다는 말은 광둥에서는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생생한 사회현상의 하나다. 광둥에서의 남녀평등 관계는 북방지역에 팽배한 남성우월주의 생활방식과는 전혀 다르다.

산을 등지고 바다를 마주보는 자연환경은 광둥 사람에게 개방과 자유를 중시하는 기풍을 함양시켰다. 중원과 멀리 떨어져 있기에 과거에 급제하겠다는 정치지향, 관방중심 문화의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에 3모작이 가능한 벼농사, 편리한 해운과 수운, 풍부한 해산물과 아열대 과일의 풍요로움은 광둥 사람에게 상업에 종사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였다. 일찍이 송나라 시절부터 광둥의 중심 광저우(廣州)는 만국의 의관이 끊이지 않는 저명한 대외무역항구였다. 명나라 시절에는 광둥에만 오늘의 세관 격인 '행'(行) 13개소나 설립되었고, 청나라 시절에는 중국의 유일한 대외통상항구가 되기도 했다. 대외무역과 중상 전통의 기풍은 광둥 사람들을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하였으며, 끊임없이 외국사람과 교역을 하며 살아가게 하였다.

***관우가 광둥에 가면 재신(財神)이 된다**

광둥은 중국의 남대문이다. 광둥 사람이 바다로 나간 뒤부터 동남아 각지는 돌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화교 중에는 광둥 사람이 제일 많다. 현재 전세계 5천7백여 만의 화교 중 2천만 명을 차지할 만큼 세력을 형성, 광둥성 발전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광둥 사람은 외래문화를 넓은 가슴으로 받아들였다. 고대에는 인도와 아라비아, 근대에는 유럽의 영향을 받아들였다. 대외무역과 화교의 잦은 출입은 서구의 선진적인 경영방식과 생활 방식, 건축제조 및 공예미술 등을 대량으로 광둥으로 유입시켰다.

광둥 사람은 봉건사회의 짙은 안개 속에서도 서방문화의 찬란함을 맛볼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철저히 폐쇄되지 않은 이런 것들은 광둥을 근대 서구 민주주의 혁명사상의 요람으로 성장시켰다. 광둥 사람들은 19세기 중엽 미국의 대륙횡단철도 건설노동자 등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했다. 현재 북미대륙 화교의 대다수는 광둥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후예다.

이런 요인들은 광둥 상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사물과 사상을 흔쾌히 받아들이도록 하였다. 광둥 상인의 개방성과 시장경제의 마인드는 중국 랭킹 제1위다. 베이징 상인은 외지 사람을 전부 자기 부하로, 상하이 사람은 촌사람으로 취급하나 광둥 상인은 소비자로 여긴다. 광둥인은 상인의 안목으로 외국인과 외지인을 대한다.

평생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비즈니스를 경험해보려는 자는 광둥으로 가라. 가서 광둥 상인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고 부대껴보라. 장사다운 장사를 한번 원 없이 해보길 원하는 자는 광둥으로 가라.

조상 대대로 중상주의 전통과 가공할 상술의 비전을 전수 받은 광둥 사람이 꺼내는 핵심 어휘는 '이익'이라는 말이다. 광둥에서는 외지인과 외국인 누가 상인이고 누가 상인이 아닌가를 잘 구별하지 못한다.

광둥 상인은 상인종 중국인 중에서도 핵심만 골라 모은 순종 상인종이다. 불교와 기독교 이슬람교 등 기성 종교를 제대로 믿는 광둥 상인은 극소수다. 그들은 이러한 기성 종교조차 돈을 많이 벌어 어서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기복신앙으로 변모시켜 버렸다.

관상이나 사주, 풍수, 점 등 무속 관련 산업이 중국에서 제일 번창하고 있는 곳 또한 광둥이다. '삼국지'의 관우마저도 광둥에 가면 무신의 위풍은 온데간데없다. 돈벼락을 때려주는 순전한 재신의 전형으로 변신한다. 광둥 상인에게 신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돈일 것이다.

***정치가 밥 먹여 주는가**

"광둥이라 만릿길." 베이징에서 광둥은 아주 먼 거리다. 옛날 베이징에서 도보로 하루도 쉬지 않고 가더라도 광둥 땅에 들어서려면 반년은 족히 걸렸다. 오늘날 비행기로 날아가더라도 4시간이나 걸린다. 서울-베이징이 2시간도 채 안되는 것과 비교하면 광둥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멀리 떨어진 만큼 베이징의 중앙 정치권력이 광둥에 미친 영향은 극히 미미했다.

근세의 쑨원(孫文)이나 캉요우웨이(康有爲)등 극히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정치와 혁명을 통해 훌륭한 위인의 반열에 오른 광둥 사람은 극소수였다. 그들은 아예 정치와 무력과 담을 쌓고 사는 전통을 세웠다. 전란을 피해 황제의 거처와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와 생업에 종사하며 잘 먹고 잘 살고 있는 판에 하필이면 정치와 무력이야기인가?

광둥 사람은 정치와 무력과 무관한 평화롭고 안정된 사회환경을 조성하려고 애쓴다. 광둥의 공기에는 정치와 사상의 냄새가 옅다. 그 대신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대중문화와 경제문화의 꽃 향기가 진동한다.

"정치는 밥 먹여 주지 못한다." 광둥에서 위로는 사장, 아래로는 말단공원까지 모두가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말이다. 자신이 소속한 회사가 순익을 많이 벌어야만 자신의 밥그릇도 충분한 양과 높은 질로 메워지는 법. 광둥의 기업가는 채용이나 승진 등 직원의 인사에 정치성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직원이 얼마나 생산성 향상에 이바지하느냐가 관건이다.

광둥에서는 직원의 사기를 올려주는 길은 보수를 많이 주는 외길뿐이다. 광둥의 회사원들은 물질적인 보수, 그 중에서도 현금만을 참다운 보수로 친다. 중국 북방에서 아직도 통용되는 정신적 사기진작 방법, 이를테면 상금과 상품이 따르지 않는 표창장 수여를 할 바에는 차라리 황당한 홍콩 괴기영화 한 편을 보여주는 게 훨씬 나은 일이다.

광둥 사람은 금전의 잣대로 사람의 지위와 인품을 잰다. 금전의 잣대는 이론의 여지가 없으며 권력의 그것보다 더욱 공정한 잣대로 취급된다. 돈을 잘 버는 사람이 능력가이고 사회에 공헌하는 자이다. 광둥에서의 인간의 가치는 그가 소유한 돈의 양에 따라 계량된다. 광저우 시 소재 명문대학인 중산(中山)대학의 루어샤오훼이(羅曉輝)경제학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광둥 사람들도 금전으로 인간을 재단하는 데는 기본적으로는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권위주의 관료주의에서 1급, 2급 따위의 계급으로 사람의 등급을 확정짓는 것보다는 개인이 소유하는 금전으로 그 인간을 평가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라고 믿고 있다."

1980년대 중반, 광둥의 경제특구인 주하이(珠海) 시의 한 기업은 천하를 진동시킬 만한 구인광고를 냈다.

"시장경제는 지식을 배척하지 않는다. 지식은 힘이자 돈이다. 우리 정부는 전국의 과학기술 인재를 선발하여 파격적 대우를 한다. 선발된 자에게는 독일 아우디(AUDI) 승용차와 넓고 고급스런 맨션을 무료로 제공하겠다."

이 공고문은 전국 각지에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방방곡곡에서 많은 편지가 그 회사로 왔다. 그중 북방의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내용은 대부분 도덕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었다.

"귀사의 이번 파격적 조치의 참뜻은 금전에 있는 게 아니다. 지식을 존중하고 인재를 존중하는 사회환경이 형성되고 있다는 데 있다.

비록 내가 그런 대우를 받는 건 아니지만 똑같이 기쁘다. 지식분자가 자아를 실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되어서 그렇다."

그와 반대로 가까운 광둥의 주변도시로부터 온 편지의 내용은,
"아우디는 몇 천CC, 무슨 모델로 제공해줄 것인가?"
"보통 사람이 하기 힘든 전문적인 일을 하는 만큼 돈도 그만큼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왜 외지사람들은 호들갑을 떠는 지 잘 모르겠다."

또 그들의 편지 말미에는 "감정적으로 보지 말고 냉철한 이성(理性)적 사고로 판단해야 한다"라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광둥 상인이 말하는 이성적 사고의 핵심에는 무엇이 있는가? 두말할 것 없이 그건 돈이다. 광둥 상인에게는 사람이란 돈을 벌기 위해 사는 동물. 그이하도 그 이상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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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안하면 관료나 된다**

중국전통사회는 정치권력이 제일이었다. 정치권력은 사람과 사물을 맘대로 농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어제도 오늘도 광둥에서는 정치권력은 그다지 쓸모없다. 돈이 최고다. 돈만 있으면 지위도 체통도 저절로 생긴다. 부자는 성공자와 동의어다.

"너 그렇게 공부 안하고 놀기만 하면 나중에 커서 관료나 해먹게 된다."

예로부터 광둥에서 부모가 공부에 게으름 피우는 아이한테 꾸지람에 흔히 쓰는 말이다. 광둥 사람이 관료들을 부패와 무능의 대명사로 보아왔는지 알 수 있다. 광둥 사람의 마음속에 관료의 지위가 어떠한가를 알 만하겠다. 그래서인지 광둥 소재 주요대학 가운데 최고의 인기학과는 국제무역학과, 경영학과, 전산학과, 영문과 등이지만 학생수 부족으로 폐과 상태에 빠져든 학과는 정치학과, 법학과, 공공행정학과, 철학과, 국문과, 사학과 등 주로 정법계와 인문계 학과들이다.

광둥 상인의 인생 제1목표는 돈을 많이 벌고 이문을 많이 남기는 것이다. 광둥 상인은 자신이 정한 '돈의 길'을 한눈팔지 않고 착실하게 걸어간다. 그러기에 별 소리 소문 없이 전 중국, 나아가 세계적 거부로 명성이 나게 된다. 허리에 만관을 꿰어찬 광둥 상인은 정치를 속이 텅빈 '공갈 빵'으로 비유한다. 그만큼 허탈하고 맛도 멋도 없는 것을 왜 여타 지역사람들은 그토록 집착하는 걸까 하며 딱하게 여긴다. 그들은 정치투쟁에 몰두하거나 정치관련 화제를 즐겨 꺼내는 사람들을 어지간히 할 일 없는 게으른 자로 경멸한다. 차라리 그럴 여유 있으면 한 푼이라도 돈을 버는 게 실재적이고 현명할 것인데 혀를 차고 있다.

간혹 광둥 상인 중에는 정치에 관심이 남달리 많은 자도 없지 않다. 증권회사나 선물시장 주변의 상인들은 당정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 정도는 정치에 관심을 쓰지 않으면 안 된다. 단 그 관심은 돈에 대한 관심에 따른 부수물에 지나지 않는다. 광둥 상인 가운데는 화제를 정치로 꺼내는 것조차 질색인 사람도 많다. 이들 광둥 상인과의 거래나 협상 시에는 다음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정치를 화제로 꺼내지 말아야 한다. 정치는 멀수록 좋다. 베이징의 최고 정치지도자급 누구누구와 형님동생 하는 사이라든지 그의 사돈에 팔촌과 자장면을 사먹은 적이 있다는 식의 허풍은 절대 금물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정치적 백이 있는 자, 또는 있음을 과시하는 자는 광둥에서 왕따당하기 십상이다. 특히 이러한 습성이 몸에 베인 자는 각별한 주의를 요한다.

둘째, 광둥 상인과의 교섭 시 그들의 돈에 대한 절대적 관심과 흥미를 무시하거나 이의를 달려는 태도는 비즈니스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들과의 평소 교제시에도 되도록이면 화제를 돈과 경제(특히 실물경제)나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고매한 사상과 철학이나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정치권력 이야기는 꺼내지 말아야 한다. 광둥 상인에게 얼치기 상인으로 보이지 않기 위해서다.

***광둥상인의 마케팅 전략**

광둥의 기업가, 특히 제조업체 사장들은 기업가라기보다는 타고난 상인이라 해야 훨씬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그들의 머리에는 신제품을 개발하고 시판하기 훨씬 전부터 시장에 대한 상세하고 뚜렷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간단히 말해 그들은 팔기 위해 만든다.

마케팅에서 광둥 상인은 신규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기존의 우세를 보전한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광둥의 시장에서 끊임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마케팅 방식과 서비스 프로젝트들은 외국에서 도입한 것들이 아니다. 그들 스스로가 고객의 입장에 서서 창출한 것들이다. 기발한 초식들에 저절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 광둥상인의 마케팅 전략의 5대 비결은 다음과 같다.

첫째, 3면(免). 작은 상품은 소비자의 주소까지 무료배달이며 일정기간 무료로 방문 수리하며 이때 소요되는 부속품도 무료다. 큰 상품 역시 무료운송 무료설치 무료시험까지 해준다.

둘째, 3포(包). 상품판매는 품질보증, 반품가능, 교환가능 세 가지를 전부 포함한다. 고객들은 사고 난 다음에도 걱정이 없다.

셋째, 3전(專). 염가상품코너, 특수규격상품코너, 중년 청년 또는 부녀 아동 상품 전문코너를 설치하여 각계각층의 특수한 수요를 맞추도록 노력한다.

넷째, 3시(試). 옷을 구입할 경우 얼마든지 입어볼 수 있고 화장품은 발라볼 수 있고 음식은 시식할 수 있다. 고객들은 몸으로 상품의 품질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품을 사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깊은 관계를 맺게 한다. 묘수다.

다섯째, 3우(郵). 인터넷 판매, 전화주문판매, 우편판매 등을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매출증가를 촉진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런 서비스가 그저 입으로나 인쇄물로만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광둥 상인은 장사를 해도 간사스럽게는 하지 않고 변화가 매우 빠르지만 약속은 꼭 지킨다는 게 외지상인들의 일치된 평가다.

이처럼 영리하고 약삭빠른 광둥 상인과 거래를 하거나 라이벌로 맞설 경우에는 반드시 상품의 마케팅 서비스의 수준 제고에 총력을 기울여 한다. 그들보다는 반 발자국이라도 앞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상품이 제아무리 품질 좋고 가격 싸더라도 광둥 상인을 이겨내기는 매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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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와 화장품에는 돈을 물 쓰듯**

광둥 상인은 돈을 벌 때는 한 푼도 아까워 벌벌떨다가도 쓸 때는 대범하게 쓴다.

광둥에서는 옷차림이 수수하면 사람들로부터 멸시당하기 쉽다. '새 옷은 3년, 낡은 옷 또 3년, 바느질로 기워서 다시 3년' 식은 씨알도 안 먹히는 궁상맞음 그 자체다. 광둥에서는 어느 브랜드의 옷을 입었는가에 따라 사람의 몸값이 정해지며 사업에서 얼마만한 경제력을 지녔는가의 바로미터가 된다.

광둥 소비자들의 정신문화수준은 높지 않은 편이다. 개인의 가치관에 의한 주체적이고도 소신있는 소비의식은 희박하고 맹목적인 군중심리에 쉽게 휩쓸린다. 같은 광둥성이라도 농촌지역은 중소도시를, 중소도시는 대도시의 유행을 무조건 따르는 '덩달아' 성향이 도드라진다.

베이징 시민과 상하이 시민과 광저우 시민은 선호하는 옷이 각각 다르다. 베이징 시민은 옷의 스타일과 새로운 조류에 민감하고 상하이 시민은 옷의 품격과 외양을 제일 중시한다. 반면 광저우 시민은 홍콩의 입맛대로 따라간다. 홍콩에서 새롭게 유행하는 패션이라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무턱대고 사놓고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광저우 시민은 옷의 유행만큼은 홍콩에 뒤지지 않으려고 한다.

광둥 사람이 비싼 옷을 사는 제일 큰 목적은 자기과시에 있다. 광둥 사람이 얼마나 옷차림을 중시하는가는 어린이들이 입은 옷을 보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선전 의류시장의 아동복은 어른들 옷보다 비싸지만, 비싸면 비쌀수록 불티나게 팔린다. 그곳 크로크다일 아동복 전문매장을 6년째 경영하고 있는 허베이 출신 천(陳)모씨는 광둥의 소비자들이 고가의 특종 아동브랜드만을 고집하는 이유는 아이 덕에 부모도 고급스러워 보일 거라는 기대심리에 있다고 말한다.

광둥 사람은 몸값을 높이기 위하여 외모를 가꾼다. 막대한 열정과 돈을 수입의류와 수입화장품에 쏟아 붇는다. 광둥의 시장에는 청바지에서부터 신사복까지, 양모셔츠부터 T셔츠까지, 넥타이에서 구두까지, 레저화 등 수입의류 신발류가 범람하고 있다.

바늘 가는데 실 가듯 기왕 옷에 신경을 쓴다면 화장품이 따를 것이다. 광둥백화점의 화장품코너는 토너나 로션·팩 오일·립스틱·파우더·클렌징·마스카라 등등, 세계유명 화장품 브랜드가 없는 게 없다. 화장품 구매력은 전 중국에서 광둥이 압도적으로 강하다. 중국 여성 가운데 화장을 제일 많이 ,제일 진하게 하는 여성은 광둥여성들이다.

서구의 유명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 또한 광둥 소비의 뚜렷한 특징이다. 광둥 상인은 이렇게 말한다.
"위에도 유명브랜드, 아래도 유명브랜드로 치장하면 벼룩을 잡더라도 황금벼룩을 잡는다."
"신사숙녀 여러분 굶어도 좋으니 헤어스타일만은 최고로 가꿉시다."

광둥의 부자들은 온몸을 유명 브랜드로 포장하여 부귀함을 기를 쓰고 과시하려고 한다. 북방의 부자들이 남들의 시선이 걱정되어 돈 있음을 애써 감추려는 태도와 크게 대조된다.

광둥 상인은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항상 최고의 멋쟁이로 보이려고 한다. 홍콩에서 구입한 유명 브랜드의 정장차림에 샘소나이트의 고급 가죽 007가방을 들고 있는 손목에는 금딱지 로렉스 시계를 차고 있을 것이다. 그들은 절대로 소형택시를 타지 않으며 콜택시를 탄다. 광둥 상인의 사무실은 초호화판으로 돈을 그대로 벽에다 덕지덕지 처바른 것처럼 보인다. 그렇게 안 해도 실제 거래액이나 매출액으로 그가 얼마나 부자인가를 잘 알텐데도 광둥 상인은 부유함을 과시하려고 몸부림친다.

광둥 상인과 교섭할 경우에는 검소한 옷차림과 기가 죽은 듯한 겸허한 자세는 금물이다. 지나친 검소와 겸손으로 그들의 멸시를 받기 쉽다. 광둥 상인의 기세등등한 외관에 압도당해서는 안 된다. 세련된 도시이미지와 함께 기품 있는 클래식한 차림을 하되 자신의 냉정한 책략에 따라 차분히 한 꺼풀씩 양파를 벗기듯 상대방의 실체를 탐지해나가며 진지하게 거래를 성사시키도록 하는 전략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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