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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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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상술 <20>

문화가 찬란한 기업(下)

***금화 꽃가지로 빛나는 시안**

1991년 말, 우이지엔은 하이난에서 고향 시안으로 돌아왔다. 6년만의 금의환향이었다. 이듬해 봄 그는 금화그룹의 모태가 된 금화부동산개발공사를 창립하였다. 시안의 구시가지 번화가에다 고급호화백화점을 건설할 계획아래 그 준비 작업이 한창이던 무렵, 그는 우연한 기회에 건설노무자 생활 경력 30여 년의 한 직원 집을 방문하게 되었다.

그 직원은 3대 다섯 식구가 함께 살고 있는 약 두 평반의 움막에 살고 있었다. 손님이 앉기는커녕 걸어들어 갈 수 없을 만큼 비좁았다. 6년 전 우이지엔의 세 평반 신혼의 보금자리는 그것에 비하면 '대궐'이었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차를 갓길에 세웠다. 시트 깊이 몸을 묻으며 눈을 감았다. 답답한 가슴을 달래기 위해 시내 중심에 있는 명승지 종루(鐘樓)에 올라 시안 시내를 내려다보았다. 몇 개 안 되는 고층건물이 낡고 지저분한 달동네 불량주택의 바다에 섬처럼 떠 있었다. 더욱 착잡한 기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는 회사로 돌아오자마자 간부회의를 소집하였다.

"현재 시안 시내 움막집의 수는 얼마나 되지요?"
사장의 질문에 한 간부직원이 대답했다.
"움막집의 수는 시안에만 9만 여 호이고 전국에는 550만 호입니다."
"……"

깊은 한숨을 몰아 쉰 끝에 우이지엔은 고급호화백화점 건설계획을 취소하는 대신 서민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결심을 밝혔다. 간부들의 만류를 이런 말로 뿌리쳤다.
시장경제의 핵심은 공급보다 수요를 중시하는 것입니다. 또한 생산자보다 소비자를 우선하는 것입니다. 지금 시안 시민들이 가장 절실히 원하는 물건은 주거용 주택인 것 같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시안 시내 변두리에는 서민용 대단위 아파트단지 금화원(金花苑)의 기공식이 거행되었다. 사장은 노무자들과 함께 건축현장에서 숙식을 같이하면서 감독을 했다. 내규를 새롭게 제정하여 차량, 전화, 기타 부대비용을 대폭 절감하였다.

주위 사람들은 "사장이 왜 저렇게 시시콜콜 짜게 굴지?" 라고 불평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금화원이 완공되고 분양공고를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금화원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는 평방미터당 6백98위안으로 매우 저렴한 가격이었다.

3천 년 옛 도시 시안을 상징하는 건축은 무엇인가? 남성적인 대안(大雁)탑과 여성적인 소안(大雁)탑이다. 그렇다면 현대도시 시안을 상징하는 건물은 무엇인가? 우이지엔은 그 답안을 백지로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백지는 곧 기회였다. 휘황찬란한 고도 시안의 명성을 밑거름으로 금화의 꽃을 피우고, 황토색만 그윽한 고도에 현대문명의 당당하고도 부끄러움 없고 격조 높은 건축군의 꽃을 피워나가리라고 다짐했다.

1994년 5월, 금화그룹을 창립한 그는 중국과학원의 건축전문가와 중국 10대 유명 설계사 몇몇을 초빙하여 그들로 하여금 설계도를 작성케 했다. 이듬해 6월, 20억 위안의 거액이 투입되는 재개발 사업이 시내의 중심과 동서남북에서 동시에 개시되었다. 2001년 3월 8일, 총 3만 8천 평 면적에 초대형 백화점, 고층빌딩의 상가와 오피스텔단지, 주상복합단지, 주거전용 아파트단지가 새롭게 들어섰다.

중국의 유력지 『광명일보』는 그날 1면 톱기사로 「금화 꽃가지가 오롯이 빛나는 시안」 (金花一枝 獨秀長安)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대서특필함으로써 경축하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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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만발한 나무는 보기도 좋다.**

상경계에서 수상개화 전략의 성패는 외부의 힘과 이름을 자신 내부로 얼마나 잘 빌려오느냐에 달려 있다. 수상개화의 구체적 성과는 위에서처럼 생산원가의 절감과 함께 사업 찬스의 적절한 포착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우이지엔이 집도한 3천년 고도의 성형수술은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어둡고 노쇠한 시안의 면모가 많이 밝아지고 젊어졌다. 그는 금화그룹 창립 전부터 업종의 다각화를 꾀하였다. 건설업뿐만 아니라 제약업, 대외무역, 유통업, 호텔업 등등 심지어 골프장건설까지 손을 대었다. 이러한 다업종 선단식(船團式) 체제구축에 대해 정력의 분산을 우려하는 소리가 없지는 않았다. 그러면 우이지엔은 이렇게 대답한다.

"아시다시피 한 바구니에 달걀을 모두 담아서 가다가 손잡이가 끊어지면 다 깨지지만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아 가면 손잡이가 탈이 나도 일부만 잃게 됩니다. 그리고 아무튼 꽃이 만발한 나무는 보기도 좋지 않습니까?"

금화그룹의 주요 경영전략은 분명 수상개화이지만 여기에다 보조전술로 투량환주(偸梁換柱)를 능란하게 배합하여 활용한다. 대들보를 빼어 기둥으로 바꾼다는 투량환주는 원래 다른 나라 군대와 합동하여 싸울 때, 몰래 그 주력을 빼내서 전투하기에 불리하게 하고, 기회를 봐서 그 병력을 내 쪽으로 끌어들이는 계략을 말한다. 즉 여러 번 진용을 바꾸면서 주력을 옮기다가 기회를 타서 제압하는 전술이다.

1980년대 말의 전자업에서 1990년대 초 건설업으로 주력을 전환한 우이지엔은 1994년 시안의 제4군의(軍醫)대학과 합작으로 하이테크 유전공학을 응용한 약품시럽과 캡슐을 개발하였다. 그 의약품은 2001년 말 기준 전국 시장의 80퍼센트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한편 금화그룹은 시안하이테크 경제개발구에다 세계 최고수준의 제약생산기지와 의약업개발연구센터를 건립하고 GMP표준의 설계로 국제 일류수준의 생산설비를 도입하였다. 현재 금화그룹의 주력업종은 제약업이다. 우이지엔은 이런 말을 자주하는 편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1백위안짜리 나무에 1위안짜리 꽃을 달아놓고는 좋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마치 백 그루 나무에 한 송이 꽃을 피운 살벌하고 기괴한 풍경과 마찬가지다. 한 그루 나무에 백송이 꽃이 만발해야지 아름답고 자연스러운 경치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1위안짜리 나무에 1백위안 어치 꽃을 피우고자 한다. 1위안으로 1백위안을 벌을 수 있어야만이 비로소 돈을 벌 줄 아는 기업가라 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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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나무에 꿈의 꽃을 피우자**

"문화 정도(文化程度)는 얼마나 되지요?"

중국에서 학력(學歷)을 묻는 말이다. 중국인은 학력을 뜻하는 말로 문화, 문화 정도, 문화 수평(水平)등을 쓴다. 가령 어떤 사람의 이력서에 대학문화라 씌어 있으면 그는 대학을 나온 자다. 중국에서 문화는 매우 광범위하게 쓰인다. 교양과 지식, 정신과 학력, 학술과 예술은 물론 정치․경제․의식형태․과학기술 등 중화민족이 역사적으로 누적하여온 생활 양식의 총체를 의미한다.

12황조의 수도였던 시안은 정치 중심도시로서의 지위는 상실했으나 중국 제일의 문화중심도시라는 명예만은 수도 베이징에도 양보하지 않는 고도 중의 고도다. 이러한 시안에 본사를 두어서인지 아니면 대학원을 졸업한 우이지엔 총재의 '문화정도'가 높아서인지 금화그룹의 최대 특징은 기업문화 창달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점이다.

한 기업의 문화는 창립자의 경영철학 및 경영전략과 스타일에서 비롯된다. 금화그룹을 방문하면 복도에서부터 여타 중국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복도를 지나는 젊은 사원은 나이든 간부사원에게 두 손을 모으고 인사하고 걸음걸이도 가만가만 소리 없다. 금화 사원들은 친절하고 깔끔하기로도 유명하다. 외부인사가 무엇을 물으면 모든 사원이 친절히 대답해 준다. 중국에서 가장 듣기 흔한 말 중의 하나인 "나는 담당이 아니어서 모른다는 말"은 금화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금화는 각종 문화이벤트와 스포츠행사의 주최와 후원에도 유난히 열성적이다. 서부대개발운동, 손에 손잡고 운동, 서하기행(西夏紀行)활동 등에서부터 낙타를 타고 사막을 횡단한다거나 양가죽으로 만든 뗏목으로 황허를 건너는 야외활동을 대규모로 전개한다. 금화는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맺어줌으로써 사원간에는 단결과 인화를, 사원과 기업간에는 상호이해를 증진하여 그룹전체의 응집력을 신장시키려고 애쓴다. 한 나라가 잘되려면 응집력이 필수적이듯 한 기업의 번창은 응집력에 좌우된다. 조직에 응집력이 없고서야 다른 역량은 말해 뭣하겠는가.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에게 주는 그룹 총재의 축하사는 대개 이렇게 끝맺는다.
"우리 서로 가족처럼 긴밀한 꽌시를 맺어가자. 나는 여러분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주재자가 아니다. 서로 입술과 이와 같은 동지관계다. 여러분이 만일 나와의 관계를 단순한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로 여긴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떠나길 바란다. 새 시대는 각자에게 출세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나는 여러분에게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좋은 여건을 최대한 마련해 줄 것이다. 돈만이 우리가 서로 힘을 모아야 하는 유일한 기초가 아니다. 인간은 이상을 위해 분투하는 가운데 비로소 자신의 모든 지혜와 열정을 기울인다. 금나무에 꿈의 꽃을 피우자! 이것이 금화가 추구하는 기업문화의 핵심이다."

금화는 매주 수요일 밤마다 문화살롱을 연다. 그룹총재와 사장단, 간부, 평직원, 과학기술자이 돌아가면서 문화살롱에 참가한다. 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국가 대사에서부터 회사 내의 사소한 것까지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토론한다. 예를 들어 '내가 그룹 총재라면''개혁개방이 가져오는 사고방식의 변화' 등을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인다. 문화살롱은 모두에게 화합과 단결의 문화를 만끽하도록 해준다. 또한 금화는 사내 신문과 잡지를 발간함으로써 사원간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고 정보를 공유하도록 애쓴다.

우이지엔의 수상개화 전략은 흔한 허장성세 방식이 아니라 진귀한 금상첨화의 방식이다. 사업 출발부터 그룹 창사까지는 주로 '자신'의 나무에 '꽌시'의 꽃을 피웠다면 그룹 창사부터 지금까지는 '기업'의 나무에 '문화'의 꽃다발을 달았다.

금화는 사원들에게 세 가지 기회를 준다. 첫째 회사경영에 참여할 기회, 둘째 교육을 받을 기회, 셋째 최고경영진까지 승진할 기회. 인력을 최대한 개발하여 사원의 적극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회사 발전에 활용하려는 목적에서다. 여기에다 다시 금화는 '3·1운동'이라고 불리는 세 가지를 금상첨화로 제공해준다. 즉 '한 사원 한 특기 갖기'(一人一技), '한 사원 한 동호회 참가하기'(一人一會), '한 사원 한 나무 심기'(一人一樹) 등 사원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위한 그룹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금화의 사원들은 초과 근무수당을 더 타내기 위해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하지 않는다. 노동은 자유롭고 창조적인 활동. 그들은 자발적이고 자율적으로 밤새워 일을 한다.
금화의 사무실과 공장은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꽃이 밤이 되었다고 해서 지지 않듯이 말이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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