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28일 이건희 삼성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회장, 구본무 LG회장 등 4대 재벌 총수 및 강신호 전경련 회장,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 등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대중소기업상생협력회의에 앞서 별도로 만남의 자리를 가진 것. 전날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특권세력과 유착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이 나를 비판한다"면서 검찰, 언론과 더불어 재계를 특권세력으로 꼽았기 때문에 이날 행사에 관심이 쏠렸다.
특히 이 대중소기업상생협력회의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 관행 시정 등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재벌을 때릴 '명분'도 없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날 회의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재벌 총수 "출총제 완화 감사"…노 대통령 "적절한 수준"
이날 만남에선 노 대통령은 기업들의 노고를 치하하며 투자 확대를 당부했고, 재벌 총수들은 "환율 때문에 어렵다"면서도 '국가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투자 확대'를 다짐하는 낯익은 풍경이 연출됐다.
또한 재벌총수들은 재계의 현안인 출자총액제한제가 완화 쪽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고 노 대통령의 본행사 말미에 "현재 우리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해 정부가 많은 토론 끝에 내린 결론으로 적절한 수준의 균형점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벌 개혁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출총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치열했지만 결국 정부는 시민단체와 여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완화로 결정했었다.
노 대통령이 "올해는 기업 상황이 어땠냐"고 묻자 이건희, 정몽구 회장은 앞 다퉈 "환율, 고유가, 불경기 때문에 좀 힘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메모까지 꺼내 "현대차는 75%가 수출인데 환율이 급락하면서 손익면에서 여러 가지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전체 경제운용의 틀 안에서 노력하겠으며 국내유동성을 해외로 돌리는 자본거래로 환율절상 압력을 견디는 것이 필요하다"며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을 검토한다"고 답했다. 쉽게 말해 해외 투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오영호 산업비서관은 "환율 때문에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개방, 투자 확대를 하는 과정에서 환율 문제가 부수적으로 따라 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4대 재벌 총수 "내년에 47조9000억 투자하겠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윤대희 청와대 경제수석은 "대통령께서 기업들의 노력을 격려하고 내년에도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고 미래 성장 동력 확대를 위해 재계가 노력해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한 윤태영 대변인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부품 산업은 선진수준을 많이 따라가고 있는데 소재산업은 선진국 따라가기 어렵고 기술격차도 많으니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격려와 당부'에 4대 재벌 총수들도 화답했다. '환율 때문에 어렵다'고 입을 모았던 4대 재벌 총수들은 올해 보다 5.3% 늘어난 47조9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건희 삼성회장은 "현재보다 5년,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지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고 정몽구 현대차회장은 올해 준공된 당진 현대제철을 언급하며 "투자를 최대한 확대해 일자리를 유치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SK 최태원 회장은 "자원 정상외교로 원유와 가스개발에 크게 도움을 받았다"고 사의를 표하며 "정부가 한미FTA협상은 물론 중국, 일본과도 FTA 협상을 추진해달라"고 건의했다.
노 대통령 "비정규직은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지하지 않다"
이어진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성과보고회에서 노 대통령은 "처음에는 부담이 있었지만 상생협력이 경제원리에 부합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추진해 왔다"며 "시장경제원리에 어긋난 정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많이 민주화 되었지만 신뢰와 협력이 미흡하므로 사회적 자본인 신뢰구축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노 대통령은 "비정규직은 연수, 훈련의 대상에서 제외되어 자기발전의 기회가 없으므로 국가 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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