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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중국의 먹잇감 혹은 견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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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중국의 먹잇감 혹은 견제자?

[서남 동아시아 통신] 동남아 경제 어디로 갈 것인가?

올해 들어 9월말까지 한국의 대동남아 수출은 8.1%가 증가했다. 총수출 증가율 1.3%에 비하면 상당히 양호한 실적 같지만 지난해 전체 수출이 1.3% 감소했을 때 동남아에 대한 수출이 10.2%나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대동남아 수출이 호조라고 하기는 어렵다.

일본의 동남아 수출 사정 역시 동일하다. 9월말까지 일본의 대동남아 수출은 14.5%가 감소해 전체 수출 감소율인 11.7%보다 더 많이 줄었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수출은 2.4% 감소했지만 대동남아 수출은 5.7% 증가했다.

한국과 일본에 비해 중국의 올해 동남아 수출은 대폭 증가했는데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9월 말 현재 가장 낮은 태국(타이)에는 4.3%, 가장 높은 베트남에는 무려 52.5%가 증가했다. 그 결과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액은 9월말 실적이 지난해 전체 실적보다 더 많아졌다.

한국과 일본이 동남아에 수출하는 상품은 중간재나 자본재가 많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동남아 수출에서는 중간재가 여전히 많지만 최근 소비재가 급증하고 있다. 즉, 동남아는 투자를 통해 생산 능력을 확충하기 보다는 자체 제조업 생산에 부정적인 결과를 낳을 최종 소비재를 중국에서 도입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동남아와 동북아의 경제 협력 구조가 변화하고 있는데, 그 변화는 동남아 경제의 기초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9월말까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주요 동남아 국가들의 수출은 감소했다.

동남아의 경제 성장 모델은 제조업에 외국인 직접 투자를 유치하고 생산된 제품을 해외에 수출하는 소위 외국인 직접 투자 주도의 성장 모델이다. 특히 1980년대 중반 이후 동북아 지역으로부터 동남아에 유입된 직접 투자는 자본 축적, 수출 창출, 고용 확대를 통해 동남아 경제의 호황기를 열었다. 이 호황기는 1990년대 후반 외환 위기를 맞이하기 전까지 10여 년간 계속되었는데, 이는 동남아가 다시 갖지 못할 수도 있는 짧은 황금기였다.

그러나 동남아는 황금기를 잘 관리하지 못했다. 중국의 경쟁력이 증가하는데 비해 동남아는 기술 역량을 제고하지 못했고, 성장이 낳은 버블도 막지 못했다. 동시에 국제 금융 시장의 개방에도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다. 황금기는 외환 위기와 함께 끝났다. 동남아는 이후 금융 기관과 기업의 통폐합 혹은 해외 매각을 통해 살아남았지만 성장률은 반 토막이 났고 양극화는 심화되었으며 구조 조정이 끝난 이후 성장 잠재력은 대폭 감소하게 되었다.

이제 동남아 경제에서 8% 이상의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거의 어려워졌다. 국지적으로 2000년 이후의 자원 붐으로 인도네시아 등 일부 국가가 상대적 호황을 누렸지만 동남아 경제의 근본 구조가 공업화와 해외 수출이라는 점에서 그러한 호황은 지속되기가 어려웠다. 중국과 인도의 고성장 시대가 끝나면서 자원 가격이 하락하자 자원에 의존하던 동남아 국가들의 경제는 빛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동남아가 중국에 수출하던 전자 부품 등 중간재의 일부가 중국에서 수입 대체되면서 이들 제품의 수출도 부진해 지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이 중저급 공산품을 동남아에 홍수처럼 쏟아 부으면서 동남아의 제조업 기반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

동남아는 이와 같은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수출 주도형 성장 전략을 그대로 밀고 나갈 수 있을 것인가? 이를 통해 동남아가 계속 성장하면서 신흥 시장의 중심 지역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말레이시아와 태국 등 선발 동남아 국가들이 소위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고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 후발 동남아 국가들이 새로 중진국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가지 않으며, 아직 최빈국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이 성장을 위해 도약할 수 있을 것인가?

동남아의 성장률은 둔화되었다고 하지만 지금도 중남미, 아프리카, 중앙아시아 등 후발 지역의 그것에 비해 높다. 그들은 여전히 동남아를 부러워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선발 동남아 국가들은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경제 기적을 만든 나라들이었다. 동남아가 다시 기적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중진국 함정을 벗어나 동아시아의 역동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의 발전 모델을 지속한다면 중국 상품과 경쟁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동남아의 최대 시장이 중국으로 변한 현재 중국 상품보다 더 중국의 기업이나 소비자에게 호소할 수 있는 상품을 제조하고 판매해야 한다. 또 미국이나 유럽 시장에서 고품질의 제품을 생산하여 중국 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둘째, 장기적으로 새로운 경제 발전 모델을 발견해서 중국과 국제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 수출 주도형 대량 생산 제조업이 아닌 새로운 부가 가치 창출 부문을 육성해서 중국의 성장을 활용해야 한다. 관광 등 서비스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중소기업들이 특색이 있는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셋째, 자체적으로 시장을 발견하고 역동성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아세안이 보다 확실하게 경제 통합을 하고 동아시아의 중심 국가가 되어 경제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미 아세안은 2015년까지 물적, 인적, 제도적으로 아세안을 연결하는 아세안경제공동체를 창설하기 위해 계획을 추진 중이다. 동시에 아세안은 아시아의 질서 구축 과정에서 아세안 중심 역할을 하면서 역동성을 살리려 한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조건이 충족될 수 있을 것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쉬운 것은 아니다. 동남아의 수출 산업을 장악하는 다국적기업은 세계 전략 속에서 동남아를 볼 뿐이다. 그래서 동남아의 기술 역량, 요소부존도에 맞는 생산 방식을 선택한다. 앞으로는 중국에서 고급 제품을, 동남아에서 저급 제품을 생산할지도 모른다. 동남아가 자체 기술 역량을 시급히 개발하지 않는 한 첨단제품을 생산하기는 어렵다.

또 새로운 발전 모델은 결국 서비스 산업을 육성하는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그동안 경제 구조가 지나치게 수출 주도형으로 변한 까닭에 서비스 산업이 창출하는 부가 가치가 성장의 원동력이 되기에는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역동적인 지역을 만든다는 전략도 아세안 내 개발 격차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달성되기 어렵다. 동아시아 경제 질서의 중심 국가가 되기 위해서 아세안은 동아시아 지역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협상을 주도하고 있지만 일부 회원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도 기웃거리고 있다. 동아시아 내에서 중심이 되기에는 자신감을 잃은 것이다.

동남아 경제의 발전은 6억의 동남아인의 삶의 수준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깊이 연계된 동아시아 전체의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당장 우리나라만 해도 전체 수출의 15%를 동남아로 내보내고 있고, 이들에게서 중요 자원을 수입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이 거대한 생산력을 증강시킬 때 국제 무역 체제가 불안정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이나 유럽 대신의 동아시아 내에서 시장이 필요하다.

노쇠해가는 일본이나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한국이 중국의 시장이 되기에는 한계가 있다. 동아시아 내에서 동남아가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중국의 생산 제품의 일부를 흡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도 동남아의 성장은 필요하다. 지금은 동남아 경제의 미래를 위해 동아시아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번순 홍익대학교 초빙교수의 이 글은 <서남포럼 뉴스레터> 200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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