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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국사·5교시 세계사로 중학생을 망친다? 이제 '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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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교시 국사·5교시 세계사로 중학생을 망친다? 이제 '하나로'

세계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사를 보는 시각은 세계가 하나의 마을처럼 서로 기대어 생활하는 지금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하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뉴욕에 있는 투자자가 실시간으로 한국 기업의 주식을 파고 사는 공간이다. 우리는 바깥 세계와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가 없다. 한국의 역사와 세계의 역사를 따로 따로 배우는 방식으로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미 많은 나라들은 오래 전부터 세계사 속의 자기나라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2013년 1월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인구는 5094만 명인데, 이중 외국인은 144만 명으로 전체인구 대비 2.8%에 달한다. 100명 중 3명이 외국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와 있는 외국인들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배타적인 나라라고 말하곤 한다. 우리가 이렇게 배타적인 태도를 갖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잘못된 역사교육 때문이다. 단일 민족의 혈통을 강조하는 기존의 역사인식이 문제이다. 이러한 협소한 틀을 벗어나지 않고서는 국제화 시대를 살아갈 수가 없다. 한국사를 세계사 속에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사를 세계사 속에서 보려는 노력은 일제강점기 식민사관에 맞선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백남운(1894~1979)에서 시작되었다. 일제는 식민사관을 통해, 한국역사는 세계사의 흐름과 동떨어져 스스로 발전하지 못하고 정체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일본이 도와주러 왔다는 논리였다. 이에 맞서 백남운은 원시 공산제,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근대 자본주의, 그리고 미래의 공산주의라는 발전단계에 맞춰 한국사를 설명했다. 한국사도 세계사의 보편적 발전 법칙에 따라 똑같이 발전해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백남운의 노력은 한국사의 특수성보다는 세계사적인 법칙을 강조한 만큼 너무 도식적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 <세계사와 함께 보는 타임라인 한국사>(문사철 기획, 강응천·김덕련 외 지음, 다산에듀 펴냄). ⓒ다산에듀
최근 들어 백남운의 문제 인식을 이어받아 한국사를 세계사 속에서 보려는 노력이 꾸준하게 전개되었다. <국사 시간에 세계사 공부하기>(김정 지음, 웅진주니어 펴냄), <글로벌 한국사>(강응천·전호태 외 지음, 풀빛 펴냄), <근현대사 신문>(강응천·김성환·고지훈 외 지음, 사계절 펴냄), <한권으로 보는 곁에 두는 세계사>(수요역사연구회 엮음, 석필 펴냄, 이하 <곁에 두는 세계사>) 등이 그 결실이다. 오늘 소개할 <세계사와 함께 보는 타임라인 한국사>(문사철 기획, 강응천·김덕련 외 지음, 다산에듀 펴냄, 이하 <타임라인 한국사>로 표기)도 이러한 흐름 속에 있는 책이다.

기존의 책과 다른 <타임라인 한국사>의 특징은 한국사와 세계사를 더 세밀하게 직접적으로 비교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책들은 큰 흐름 속에서 한국사와 세계사를 비교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왼쪽 면에는 한국사를, 오른쪽 면에는 세계사를 일대일로 대응시켜서 비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사실 이런 시도는 <곁에 두는 세계사>가 먼저 시도했다. 이 책은 고대부터 1875년까지는 세계사와 한국사를 동일한 연표 속에서 비교했고, 근현대사에 해당하는 1876년부터는 왼쪽에는 한국사 연표, 오른쪽에는 세계사 연표를 직접적으로 비교했다. 그러나 이 책은 너무 많은 사실들을 사전식으로 나열하고 있기 때문에 필요한 부분을 찾아서 비교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처음부터 쭉 읽어 내려가기는 힘들다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었다.

<타임라인 한국사>는 <곁에 두는 세계사>가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획기적으로 보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선택과 집중을 했다. 전문적인 역사서가 아니라 교양 한국사나 교양 세계사 수준에서 꼭 필요한 4∼5개 정도의 사건들을 뽑아서 왼쪽에 한국사, 오른쪽에 세계사로 비교 서술하고 있다. 따라서 연도별 정리지만 개별 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의 내용 설명을 할 수 있어 사건의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점이 연대기적 서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독자가 쭉 재미있게 읽어 내려갈 수 있도록 도왔다.

두 번째 장점은 개별 사건 속을 헤매다가 전체 역사적 흐름을 못 볼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각 장의 시작에서 세계사와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소개하고, 그 당시의 연표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비교하고 있어서 독자가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할 우려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세 번째로 시민혁명과 같은 결정적인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는 '역사 확대경'을 통해 따로 풍부하게 서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연대기적 서술이 가진 한계인 모든 사건을 동일한 비중으로 취급하는 오류를 극복하여 독자들이 역사의 대전환이 되는 사건을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네 번째로 또 하나의 장점은 풍부한 시각 자료이다. 모든 페이지에 풍부한 사진과 지도를 넣어서, 연대기적 역사서술의 책이지만 독자가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한국사와 세계사를 비교하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최대 장점은 한국사와 세계사를 일대일로 직접 비교하여 역사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고 역사적 사건을 보다 풍부하게 이해시켜 준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가장 인상 깊은 왕인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은 391년에 즉위했다. 그런데 4년 후인 395년에 로마제국이 동과 서로 분열했다. 우리는 여기서 광개토대왕이 로마로 진격했다면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된다.

또 이 책을 통해 1776년 영조가 죽고 정조가 즉위했는데, 그때 미국은 영국에 맞서 독립전쟁을 하고 있었고 1776년 7월 4일 독립선언문이 채택되었다는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단순한 비교를 통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미국의 역사가 우리에 비해 너무 초라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며, 조선이 아직 봉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세계는 시민혁명에 의해 근대사회로의 전환을 이루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 모든 즐거운 상상과 역사에 대한 통찰이 한국사와 세계사를 일대일로 비교해준 <타임라인 한국사>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미덕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가치는 지금 중고등학교 교과서와 비교할 때 더 확실히 드러난다. 지금 중학교 교과서는 '역사'라는 이름으로 시대별로 세계사와 한국사를 번갈아 서술하고 있을 뿐 직접적인 비교는 하지 못하고 있다. 또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한국사'는 세계사를 한국사 각 시대 앞에 간략하게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이렇게 교과서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타임라인 한국사>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인의 교양서로서 당분간 우월한 가치를 지닐 것이다.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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