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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지옥문이 열리자, 그 의대 교수는…

[프레시안 books] 김익중의 <한국 탈핵>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여러 사람의 삶을 바꿨다.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후쿠시마에 살던 사람들이다. 아직도 15만 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중 상당수는 합판으로 만들어진 가설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피난을 한 어린이, 청소년은 졸지에 학교와 집 모두를 옮겨야 했다. 그 때문에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린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후쿠시마에서 유출된 엄청난 양의 방사성 물질은 생명체의 몸속에 축적되고 있다. 땅과 바다가 오염되고 먹을거리가 오염되었다. 암, 백혈병 등 각종 질병들이 장기간에 걸쳐 나타날 것이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의 삶도 바꿨다. 그 대표적인 사람 중에 한 명이 김익중 교수(동국대학교 의과 대학)이다. 아마 나도 후쿠시마 사고만 없었다면, 이 의대 교수를 평생 만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내가 김익중 교수의 존재를 처음 접한 것은 <녹색평론> 2011년 5-6월호를 통해서이다. <녹색평론>에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핵발전소 문제를 다루는 좌담회를 열고 그 내용을 실었는데, 그 때 '김익중'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 것이다.

당시에 김익중 교수는 경주환경운동연합 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 문제를 놓고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의대 교수 중에서 반핵 운동을 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고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 김익중 동국대학교 의과 대학 교수. ⓒcafe.daum.net/jugongbihangreview

그 후 2011년 초가을쯤에 경주에 가서 김익중 교수를 만난 적이 있었다. 녹색당 창당을 준비하면서 각지에서 탈핵 운동을 하던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던 때였다. 그 때 김익중 교수는 여기저기서 탈핵 강의 요청이 들어오기 시작해 탈핵 강의를 하러 다닌다고 했다. 그래서 강의 자료도 받아보고 직접 강의를 듣기도 하면서 탈핵에 대해 공부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 김익중 교수는 전국을 돌며 탈핵 강의를 하게 되었다. 시민단체, 생활협동조합, 종교계, 노동계 등 요청이 오는 곳이면 어디든 가서 강의를 했다. 탈핵 강의를 하느라 차도 새로 샀다고 했다. 주행 거리가 너무 길어지면서 기존의 차가 버티지를 못했던 것이다.

김익중 교수의 탈핵 강의는 전달력이 아주 좋았다. 덕분에 강의를 들은 사람들이 핵발전소 에 관심을 가지고 탈핵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녹색당 당원으로 가입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 차원에서도 탈핵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강의록을 정리해서 최근에 낸 책이 <한국 탈핵>(한티재 펴냄)이다. <한국 탈핵>에는 그동안 김익중 교수가 조사하고 토론하며 정리한 내용이 압축되어 있다. 이 책을 한권 읽고 소화한다면, 아마도 핵발전소나 방사능 문제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핵발전소를 떠받치고 있는 몇 가지 핵심적인 주장이 있다.

첫째, 후쿠시마는 폭발했지만, 한국 핵발전소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안전한 핵발전소는 없다는 것이 김익중 교수의 결론이다. 핵발전소 사고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인간의 실수, 테러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날 수 있다. 김익중 교수는 대한민국의 핵발전소 사고 확률도 계산해 보았다. 그는 대한민국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날 확률을 27%로 보고 있다. 그는 질문한다.

"300년간 우리가 먹는 농산물 전체가 방사능으로 오염될 확률, 피폭에 의한 암, 유전병, 심장병이 창궐할 확률이 27%되가 되는데, 이 확률을 그대로 용인해야 하는 것일까? 전기로 혜택을 보고 있으니 이 정도의 위험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둘째, 두 번째는 핵발전소가 경제적이라는 주장이다. 정부와 보수 언론은 핵발전소에 의존하지 않으면 전기 요금이 엄청나게 올라갈 것처럼 얘기한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월 14일 "전기 요금 20년간 최고 5배 오른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핵발전소 비중을 줄이면 이 정도로 전기 요금이 오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핵발전소가 경제적이지 않다는 근거는 너무 많다. 김익중 교수는 그 근거들을 책에서 상세하게 제시한다. 나도 요즘 핵발전소에 대해 설명할 때에 많이 인용하는 자료 중에 2011년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나온 <핵발전소의 드러나지 않은 비용>이라는 보고서가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핵발전소 발전 단가를 계산할 때에 사고 발생 위험 비용, 핵발전소 해체 및 환경 복구 비용, 사용 후 핵연료(핵 발전에 쓰고 난 연료봉) 처리 비용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김익중 교수는 이런 비용까지 계산한다면, 핵발전소는 결코 싸지 않다고 주장한다.

김익중 교수의 이런 주장은 세계적인 동향과도 일치한다. 이미 핵발전소 산업은 사양 산업이다. 핵발전소에 대한 새로운 투자액은 한국 등 몇몇 국가를 제외하고는 바닥 수준이다. 반면 재생 가능 에너지에 대한 투자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 <한국 탈핵>(김익중 지음, 한티재 펴냄). ⓒ한티재
<한국 탈핵>에서는 최근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방사능 문제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사실 요즘 나에게도 생활협동조합 등에서 방사능에 대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온다. 그만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우리가 방사능으로부터 완벽하게 안전할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후쿠시마뿐만 아니라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와 강대국에 의해 자행된 핵실험으로 많은 양의 방사능 물질이 지구상에 퍼져 있는 상황이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제대로 알고 최대한 안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리고 방사능에 취약한 영·유아나 여성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어린이집, 유치원, 초·중·고등학교 등에서 이뤄지는 집단 급식에 대해서는 최대한 방사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방사능 얘기가 나오면 김익중 교수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기준치 이하라서 안전하다"는 얘기이다. 안전한 방사능은 없기 때문이다. 책에서도 인용된 미국국립과학아카데미에서 발행한 <저선량 방사선의 건강 영향>에 대한 보고서에서는 피폭량과 암 발생은 비례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즉, 방사선 피폭이 되면 미량이라고 할지라도 암 발생 확률은 올라간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정한 기준치는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는 것이 김익중 교수의 설명이다.

최근 방사능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자, 하나마나한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휴대용 간이 측정기로 방사능을 측정하겠다는 것이다. 김익중 교수는 그런 측정기로는 먹을거리에 포함된 방사능을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다. 대당 1억5000만 원 정도 하는 정밀 분석기를 구입해서 방사능에 대한 안전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 김익중 교수의 지론이다.

음식물에 대한 방사능 측정이 불가능한 휴대용 방사능 측정기를 가지고 '생색내기'를 하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를 제대로 만들고, 미량이라도 검출되면 정보를 공개하고 집단 급식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 김익중 교수는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우리 자신과 아이들의 피폭량을 줄여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김익중 교수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 탈핵 운동의 힘은 아직 약하다. 그래서 정부는 지금도 신규 핵발전소 건설을 계속할 태세이다. 이대로 놔두면, 현재 23개인 대한민국의 핵발전소는 40개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김익중 교수가 우려하는 사고 확률은 점점 더 높아지게 된다.

노후 핵발전소도 폐쇄하지 않고 수명을 연장해서 가동하고 있다. 고리1호기는 30년 수명으로 설계되었지만, 40년, 아니 50년까지 가동하려 들 것이다.

허술한 방사능 안전 관리 시스템도 가만히 있으면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먹는 먹을거리에는 인공 방사성 물질이 들어가, 그것을 먹은 우리들을 방사선 피폭(내부 피폭)으로 몰아갈 것이다. 핵발전소에 찬성하는 정부가 방사능에 대해 엄격하게 관리한다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방사능을 좀 먹는다고 해서 뭐가 대수냐?'는 것이 우리 정부의 솔직한 태도이다.

밀양 송전탑 문제의 근원도 핵발전소에 있다. 바닷가에 있는 고리-신고리 핵발전소에는 이미 6개의 핵발전소가 가동 중에 있다. 그런데 노후 핵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새로운 핵발전소를 계속 건설하다 보니 송전선이 모자란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리1호기 같은 노후 핵발전소만 폐쇄해도 밀양 송전탑은 필요 없다.

그래서 김익중 교수가 바라는 '한국 탈핵'은 그가 쓴 책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그의 강의를 들은 시민들, 그의 책을 읽은 시민들. 그리고 방사능과 핵발전소, 송전탑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야만 '한국 탈핵'은 가능하다.

오는 23일(토) 오후 2시 서울시청 광장에서 탈핵, 탈송전탑, 탈방사능을 외치는 시민들이 모인다. 그날도 김익중 교수는 어김없이 모습을 나타낼 것이다. 그가 바라는 '한국 탈핵'을 위해. 그래서 고맙고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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